SCIENCE

10억 명이 부족한 비타민D… 유전자 편집 토마토로 섭취 가능

영국서 유전자 가위 이용해 개발

전 세계 10억명 이상이 부족한 필수 영양소

채식주의자에게 희소식…감자·가지도 가능

<PIXABAY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김규인 기자] 토마토가 비타민 D 보충제를 대체할 길이 열렸다. 영국 존 인스 센터의 캐시 마틴 교수 연구진은 24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식물’에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비타민 D가 잎과 과육에 대량 축적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밝혔다. 

비타민D는 뼈 건강에 중요한 체내 칼슘 흡수와 면역 기능을 촉진하는 필수 영양소다. 하지만 최근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비타민 D 결핍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즉,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는 영양소가 바로 비타민D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국내 비타민D 결핍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7년부터 2021년 사이에 거의 3배가 늘었다.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대다수가 비타민D가 부족 또는 결핍 상태로 연평균 30%씩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10억 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타민D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식물성 식품과 효모에 들어 있는 D2(에르고칼시페롤), 다른 하나는 동물성 식품에 있는 D3(콜레칼시페롤)다. 햇빛을 쪼일 때 피부에서 합성되는 것이 D3이며 우리 몸에서 필요로 하는 것도 주로 비타민 D3다.

그러니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에겐 비타민D를 보충할 방법이 마땅찮은 상태다. 그러나 이번 연구로 동물성 식품이나 그에 기반한 영양제 대신 토마토를 통해 비타민D 섭취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원하는 부위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이다.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로 토마토에서 비타민 D가 될 전구물질을 콜레스테롤로 바꾸는 유전자 기능을 차단했다. 이후 토마토에 자외선을 비추자 잎과 과육에 비타민D가 축적됐다.

<비타민 D 생산량 늘린 유전자 교정 토마토(왼쪽)와 일반 토마토. 외형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 존 인스 센터 제공>

연구진은 이런 토마토 하나에 들어있는 비타민 D 양은 계란 두 알이나 참치 28g에 맞먹는다고 밝혔다. 하루 토마토 두 개면 비타민D 결핍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진은 가지나 감자, 후추와 같은 가지과의 다른 식물에도 똑같은 생화학 경로가 존재하는 만큼 이들 식물에도 같은 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야외에서 재배가 가능한지 확인하는 실험이 내달 영국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재배에 성공할 경우 비타민D의 새로운 공급원이 될 수 있다. 

유전자 편집 작물은 외부 유전자가 개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GMO(유전자변형작물)와는 다르다. 또한, 전통적 육종법에 의한 종자 개량이나 자연적 돌연변이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존이네스센터의 캐시 마틴 교수는 “이번 전통 육종법을 이용했다면 10년이 걸릴 일을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1.5년 만에 해냈다”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선 유전자 편집 식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유럽에선 여전히 유전자 편집 작물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연합에서도 이를 완화하자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5월 유전자 편집기술을 적용한 작물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유전자 변형 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GMO 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여전히 유전자 편집 작물과 GMO 작물을 같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어 당국의 규제 걸림돌 이외에도 유전공학 기술이 들어간 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거부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어쩌면 제도적 장벽보다 이런 심리적 장벽이 더 까다로울 수 있다. 유전자 편집 토마토가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문제와 특정 영양소 공급에 대한 유전자 편집 연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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