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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 미착용 의문사’로 촉발된 시위 확산

히잡… 여성억압인가 종교의 표현인가

<Illustration by Jimin Moon 2009 (문지민) >

[객원 에디터 4기/장수빈 기자]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교경찰에게 끌려갔던 마사 아미니(22)가 조사를 받던 중 돌연 숨진 일이 알려진 후, 이란 전역, 나아가 세계적으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아미니는 9월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느슨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끌려가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6일 숨졌다. 이란 경찰 측은 조사 중 아미니가 갑자기 바닥에 쓰러졌고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해명했지만 유족들은 아미니가 평소 심장질환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의구심을 표했고 목격자들에 의해 언론에서는 머리를 구타당해 뇌출혈과 뇌졸중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보도됐다.

아미니의 죽음은 이란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의 상징이 되었고 이는 전국적인 시위를 촉발시켰다. 이후 젊은 여성들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히잡을 벗어 찢은 뒤 불태우는 영상을 게재하고 시위를 이란 전역으로 확산시켰으며 이란 정부는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포함함 많은 앱에 대한 접속을 차단하고 인터넷 통제를 강화했다. 테헤란 도심 곳곳에서부터 이란 전역의 도시 수백 곳에 이르기까지 젊은 여성들을 주축으로 시작된 시위는 히잡 강제 착용 반대,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이처럼 시위가 폭발적으로 확산된 배경에는 이란 정권의 오랜 억압의 역사와 현재 이란의 경제 위기가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집권한 이란 정권은 이슬람 율법을 앞세워 민주적 권리를 억압해 왔다. 이란 여성과 소녀들은 히잡을 불태우며 거리로 나와 “독재자에게 죽음을” “여자, 삶, 자유”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히잡 의문사’ 항의 시위를 반정부 ‘폭동’으로 규정하는 입장을 고수하며 시위가 확산될수록 더 폭력적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무력 진압으로 인해 현재까지 80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고 부상자는 500여 명, 체포돼 구금된 사람은 2000여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 같은 억압에도 시위대의 의지는 꺾이지 않고 있다. 거리에 나선 시위자들은 죽을 각오가 되었다고 말하며 “우리는 생명과 자유, 정의, 책임, 선택과 집회의 자유를 원한다. 희망은 우리가 가진 전부이고 이를 고수할 용의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지에서는 이란의 ‘ 히잡 시위’를 지지하는 연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을 포함해 뉴질랜드 오클랜드, 호주 멜버른,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영국 런던, 스웨덴 스톡홀름 등에서는 ‘여성, 삶, 자유’를 표어로 한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광장에는 4천여 명이 모여 이란 정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고,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는 이란인을 포함함 2500명의 인파가 집결해 시위에 참여했다. 특히 유명 프랑스 여배우들도 머리카락을 자르는 동영상을 SNS에 올리며 시위에 동참했다. 프랑스 대표 배우 줄리엣 비노쉬는 ”자유를 위하여”라고 외친 후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잘라내 카메라를 향해 보란 듯이 흔들었다. 

히잡(Hijab)은 아랍어로 ‘가리다’란 뜻에서 유래한 말로 얼굴만 내놓고 머리 목 가슴을 가리는 이슬람 여성 전통복장을 말한다. 이란은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반드시 히잡을 착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여성들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은 경우 종교경찰에 의해 구금되거나 구타당하는 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와 이란을 제외한 무슬림 국가에서는 이렇게 공식적으로 히잡을 강제하지 않는다. 국민의 98%가 무슬림인 튀르키예조차 히잡을 개인의 자유로 규정한다. 히잡의 강제는 종교가 국가보다 더 우선시 된 이란의 특수한 상황인 것이다. 

이란은 매우 젊은 국가로 인구의 대부분이 2-30대 젊은이들이다. 이들은 종교가 우선시되는 국가 운영방식과 무너진 경제에 대한 불만과 반감이 높아진 상태이다. 종교경찰에 의한 젊은 여성의 죽음은 현 시위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 시위는 단순히 여성을 억압하는 종교 문제에서 나아가 국가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목소리로 표출되고 있으며 많은 세계 사람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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