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문제의 최대 난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기술 개발
[객원 에디터 8기 / 한동욱 기자] 플라스틱은 현대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재료지만, 이에 따라 환경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바다와 토양에 쌓인 플라스틱은 분해되지 않아 생태계와 인간의 건강을 위협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이화학연구소(RIKEN)와 도쿄대학교 연구진이 자연 속에서 완전히 분해되는 새로운 플라스틱인 ‘초분자 플라스틱’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4억 3,000만 톤의 플라스틱이 생산되고 있다. 이 중 약 9%만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특히 버려진 플라스틱은 비, 강물을 따라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한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총량은 약 2억 3,000만 톤으로 추정되며, 이 중 상당수는 미세 플라스틱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생물들이 이를 먹이로 착각해 섭취하는 일이 흔하다. 예를 들어 바다거북은 플라스틱을 해파리로 오인하거나, 새들은 물고기로 착각해 삼키기도 한다. 이렇듯 플라스틱 조각은 생물들의 장기를 손상시키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해당 문제는 단순히 동물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이 섭취하게 될 수 있다. 이렇게 축적된 플라스틱은 우리 몸속에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거나 세포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고, 그중 하나가 생분해성 플라스틱(PLA)이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옥수수와 같은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들어져 자연 속에서 분해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플라스틱도 한계를 가진다. 바로 특정 조건인 고온과 고습이 충족될 때만 분해된다는 점이다. 이는 산업용 시설에서는 가능하지만, 자연환경에서는 분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한 PLA는 물에 잘 녹지 않기 때문에 바다로 흘러갈 경우 기존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해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달리 최근 개발된 초분자 플라스틱은 물과 접촉했을 때 분자 구조가 약해져 자연적으로 분해된다. 연구진은 이를 만들기 위해 농업용 및 식품 첨가제로 사용되는 친환경 물질을 활용했다. 해당 물질은 물에 잘 녹을 뿐만 아니라 바닷물에서도 분해가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연구에 따르면, 초분자 플라스틱은 흙 속에서는 10일 이내에 완전히 분해되고 바닷물에서는 약 2주 안에 분해된다. 이 과정에서 남는 물질은 자연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으며 오히려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비료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초분자 플라스틱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포장재를 들 수 있다. 이 플라스틱은 가볍고 유연해 포장재로 적합하다. 특히 식품 포장에 사용하면 자연적으로 분해되는 특징을 이용해 쓰레기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또한 3D 프린팅 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재료로 개발 가능성도 있다. 초분자 플라스틱은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이 쉬우며, 사용 후 다시 분해 및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의료 산업, 건축, 자동차 등 활용 가능성은 다방면으로 많다.
결론적으로 초분자 플라스틱은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로 큰 가능성을 가진다. 기존 플라스틱이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아 발생하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장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량 생산기술 개발, 경제성 확보, 소비자 인식 개선, 법적 규제와 지원이 필요하다. 만약 이런 과제들이 해결된다면 초분자 플라스틱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