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반응은 변화를 싫어한다는 것을 설명한 ‘르샤틀리에 원리’
[객원 에디터 3기 / 문시연 기자] 화학 반응이 평형 상태일 때 농도, 압력, 온도가 일정하면 평형 상태가 유지된다. 그러나 농도, 압력, 온도가 달라지면 정반응 또는 역반응이 우세하게 진행된 후 새로운 평형에 도달하는데 이를 평형 이동이라고 한다. 1884년 프랑스의 과학자 르샤틀리에는 이러한 화학 평형 이동 현상을 ‘르샤틀리에 법칙’이라고 설명했다. 르샤틀리에 법칙은 가역반응이라는 전제 조건에서 농도, 압력, 온도에 변화가 일어나면 그 변화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평형이 이동해서 새로운 평형 상태에 도달하는 것을 설명한다.
농도가 달라져서 평형 이동이 일어난 예시는 고산병이 있다. 고산병은 높은 산에 올라갔을 때 산소가 부족해서 두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하면 의식을 잃는 병이다. 호흡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산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서 산소 헤모글로빈을 생성한 뒤 혈액을 따라 이동하여 세포에 산소를 공급한다. 이 현상을 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Hb + 4O2 ⇄ Hb(O2)4 이렇게 나타낼 수 있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기압이 낮아져 공기가 희박해지니, Hb와 결합할 수 있는 산소의 농도가 낮아진다. 즉, 반응물의 양이 산에 올라가지 않았을 때보다 줄어드는 것이다. 따라서 반응물의 양이 감소했으니 그 변화를 최소화하려고 화학반응은 역반응이 우세하게 진행되어서 산소를 만들어낸다. 즉, 산소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헤모글로빈으로 나뉘어서 산소 헤모글로빈의 양이 줄어든다. 산소 헤모글로빈의 양이 줄어들면 산소가 혈액을 통해 세포로 운반되지 못해서 세포호흡에 필요한 산소가 전달되지 않아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고산병이 생기면 르샤틀리에 원리를 통해 고산병을 치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정반응이 우세해서 산소 헤모글로빈이 많이 만들어질 수 있게 고산병에 걸린 환자에게 산소를 보충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반응물 중 하나인 산소를 보충해주는 것이다.
르샤틀리에 원리는 산업 현장에서 생성물의 수득률을 높이는 데 이용된다. 수득률이란 물질의 합성 반응에서 화학반응식에 따라 이론적으로 얻을 수 있는 생성물의 양과 실제로 얻은 생성물의 양의 비를 말한다. 대표적인 예로 비료의 주성분인 암모니아(NH3) 합성 반응을 들 수 있다. 암모니아 합성 반응의 화학식은 다음과 같다. N2(g) + 3H2(g) ⇄ 2NH3(g). 암모니아가 합성되는 반응은 발열 반응이고 기체의 분자 수가 감소하는 반응이다. 즉 암모니아의 수득률을 높이려면 온도를 낮추고 압력을 높이면 된다. 왜냐하면 온도를 낮추면 온도를 높이는 반응, 즉 발열반응인 정반응이 우세하게 일어나고, 압력을 높이면 기체의 입자 수가 감소하는 방향인 정반응이 우세하게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도가 너무 낮으면 반응이 느려져 생성물을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압력을 크게 높이려면 큰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반응 용기를 설치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산업 현장에서는 보통 400°C~600°C, 200 기압~400 기압 정도에서 암모니아를 합성한다.
암모니아가 르샤틀리에 원리를 통해 합성되기 전에는 비료를 위한 암모니아는 자연적으로 얻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수득률이 굉장히 낮았다. 비료의 암모니아에는 질소 성분이 농작물이 자라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암모니아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했는데 독일의 과학자 하버가 르샤틀리에 원리를 통해 암모니아 대량 생산법을 밝혀냈다. 르샤틀리에 원리의 의의 중 하나는 암모니아 합성 반응을 촉진하는 것처럼 인류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증가시켰다는 것에 있다. 과학자들은 르샤틀리에 원리가 없었다면 비료에 사용할 암모니아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없어 인류가 필요한 식량이 부족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