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혼밥,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잡다

개인의 삶과 자유를 즐기는 새로운 방식

<Illustration by HyeongJu Lee (이형주)>

[객원 에디터 8기 / 최현우 기자]  바야흐로 1인 가구 700만 시대다. ‘혼자’라는 단어가 지니는 의미는 훨씬 다양해졌다. 해당 단어를 주제로 SNS 데이터 만 9천여 건을 분석해 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좋아하다’, ‘행복’, ‘편하다’와 같은 긍정적인 결과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언가 혼자 하는 것을 이상하게 보던 시각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인식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3인 이하의 소가족 비율의 증가가 대표적인 이유다. 태어날 때부터 혼자 생활하는 데 익숙한 청년층에게 개인주의는 매우 자연스러운 가치관이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을 통해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서로의 생활과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 역시 원인으로 들 수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혼자 식사를 즐기는, 이른바 ‘혼밥족’을 위한 마케팅 경쟁이 치열하다. 예를 들어 최근 마트에서는 4분의 1쪽짜리 수박, 한 사람이 먹을 된장찌개용으로 포장된 재료와 같이 1인 용품들이 불티나듯 팔리고 있다. 또한 24시간 편의점에서도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도록 나온 도시락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식사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1인용 칸막이가 마련된 식당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혼밥을 즐기는 이들은 개인의 독립적인 공간과 시간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는 것을 큰 장점으로 꼽는다. 이들은 혼밥을 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솔로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며 서로 소통하고 있다. 과거에는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지만, 이제는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게 새로운 일상이 된 것이다. 

혼자 밥을 먹는 소비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과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혼밥레벨’ 분류표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해당 표에 의하면 혼밥을 하기에 가장 수월한 장소는 편의점과 학생 식당이다. 중간 단계로는 분식집, 중국집 등 일반식당이 자리 잡았다. 가장 어려운 혼밥 식당으로는 패밀리 레스토랑, 뷔페, 고깃집 그리고 횟집이 꼽힌다. 하지만 최근에는 외식 고물가로 뷔페가 가성비 외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뷔페가 혼자서도 온전한 한 끼를 즐기러 방문하기 적합한 곳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랜드이츠 관계자는 “뷔페는 별도의 주문 없이 본인이 원하는 음식을 골라 먹는 형태라 의외로 혼자 먹기 편하다는 후기가 많다”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사회현상은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걸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전 세계 1인 가구는 무려 3억 명에 달한다.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혼밥을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가족과의 저녁 식사를 중요시하던 미국의 문화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다 같이 모여 요리를 만들어 먹기를 좋아하던 미국인들은 즉석 음식 또는 간식으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인 ‘Hartman Group’은 미국인들의 53%가 아침을 혼자 먹으며, 점심을 혼자 먹는 비율은 45%라고 밝혔다. 가족 구성원의 수가 줄어들면서 전통적인 식사 문화를 지키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분석했다. 

한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 오픈테이블(Open Table)이 미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혼자 식사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기 위함’이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혼자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레스토랑 전체 매출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를 반영하듯 혼자 먹기 편하게 인테리어 된 식당들이 미국 혼밥족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이렇듯 한국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혼밥에 대한 시선이 변화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주 보면서 소통하는 식사가 정상적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현대인들은 다양한 형태의 식사를 즐긴다. 혼밥을 하는 사람들에게 따라다녔던 ‘외톨이’라는 꼬리표는 없어지고, 최근엔 누구나 자연스럽게 혼밥을 즐기는 분위기다.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고 있고, 혼밥에 적합한 메뉴와 1인을 위한 식당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주인공이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데 온전히 집중했듯, 여러분도 한 번쯤 느긋한 분위기의 식당에서 자신만의 시간을 만끽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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