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혼란스러운 중동정세

<PIXABAY 제공 >

[객원에디터 4기 / 이하은 기자] 2022년 12월 중순까지 카타르에서 열린 도하 월드컵은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지만, 특히 월드컵 4강전까지 올라간 모로코의 연이은 승리로 중동이 들썩였다. 그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로 들뜬 분위기였지만 중동의 정세변화가 심상치 않다. 

먼저 이스라엘은 12월 29일 역대 가장 극우파라고 평가되는 벤자민 네타냐후 총리의 강경파 내각이 출범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정당 리쿠드 당은 당선 이후 여러 반-LGBTQ, 인종차별과 테러 전적을 가진 인사들을 선임하며 논란이 되어 왔다. 새 정부는 강경파 국가안보 장관 이 타마르 벤 게비르가 정권 출범 5일 만에 분쟁지역인 예루살렘 성지를 방문하는 행보로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네타냐후가 당선되었을 때부터 우려를 표시하던 팔레스타인에서는 강한 유감을 표출했다. 이에 대한 유엔 회의에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대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꺾이지 않는 양쪽의 의견을 드러냈다. 고조된 긴장감에 반응하여 유엔 총회는 네타냐후 내각 출범 하루 만에 유엔 최고재판소에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점령에 대한 법적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새 정부는 “유대인은 이스라엘 땅의 모든 지역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는 배타적 권리를 가진다”라고 선언하며, 웨스트 뱅크의 정착촌을 “진보 및 개발”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웨스트 뱅크는 1967년 이스라엘이 점령한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지역으로, 유대인들이 이후 건설된 약 140개의 정착촌에 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만, 국제 사회의 대다수는 정착촌을 국제법에 따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게 구속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 이후 불거진 시위가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히잡 착용 강제와 공권력 남용 반대로 여성들이 히잡을 벗고 머리를 자르는 동영상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에 공개적으로 올라왔고, 이란 쿠르드(Kurdish) 지역을 시작으로 거리 시위가 퍼져나갔다. 해외에 있는 이란인들 또한 본국에 돌아가지 못할 것을 각오하고 동참하여 동영상을 올리거나,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와 클라이밍 선수 엘나즈 레카비 포함해 많은 유명인도 동참했다.

이란 경찰은 시위를 제압하기 위해 실탄을 사용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응급실에서 체포되고 있다는 소식이 돌면서 구속될까 무서워 중상을 입은 많은 사람이 병원에 갈 수 없게 되었다. 의료 교육을 거의 또는 전혀 받지 않은 자원봉사자들이 집에서 사람들을 치료하려 하지만 이에 따라 치료받지 못한 중상자나 사망자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수치는 없다. 산탄총의 탄환(잘고 작은 탄환)이 온몸에 박히거나, 집단 폭행을 당해 생명이 위험한 사례들이 여럿 보고되고 있다.

해외에 기반을 둔 이란 인권 단체 Human Rights Activists News Agency (HRANA)는 12월 말까지 시위자 최소 516명이 사망, 19,000명 이상이 구속되었다고 밝혔다. 구속된 사람들에 대한 고문이나 여성들의 성 착취 문제도 심각하다는 보고가 피해자의 가족들로부터 확인되었다. 그뿐 아니라 이란 법원은 체포된 시위자들에게 ‘신에 대한 반역’이나 ‘보안군 살해’ 혐의로 사형을 선고하고 있다. 12월에 2명, 1월 3일에도 무함마드 마흐디 카라미와 세이예드 무함마드 호스니, 추가 2명의 처형 소식이 전해졌다. 이 중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의 처형은 공공장소에서 크레인에 의해 집행되어 심각한 인권유린 문제가 제기되었으며 많은 시위자를 공포에 떨게 했다. 노르웨이 기반 이란 인권 단체 IHR(Iran Human Rights)에 의하면 최소 100명이 사형을 앞두고 있다. 

이외 중동 국가들에서도 사건 사고들이 발생했다. 레바논에서는 12월 14일 유엔 평화유지군 장갑차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로 이동하던 중 폭도들에게 둘러싸여 총격받았다. 이에 아일랜드 군인 Pte Se n Rooney가 사망하고, 한 명이 중상을 입었다. Pte Rooney가 살해된 마을은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 이슬람 시아파 저항 운동의 본거지이다. AFP통신은 익명의 보안 소식통을 인용해 유력한 용의자가 헤즈볼라 무장단체가 총격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하며 용의자를 인계했다고 전했다. 

요르단-이라크 국경에서는 밀수된 600만 개의 암페타민 알약들이 적발되었다. 약 1톤의 마약은 요르단 관세청에 따르면 적발된 화물 중 가장 큰 규모이다. “가난한 사람의 코카인”이라고 불리는 Captagon(암페타민 종류)은 10년에 걸친 전쟁으로 마약 국가로 변한 시리아에서 대량으로 생산되어 요르단과 레바논과 같은 이웃 국가로 밀반입되고 있다. 빈곤이 심화하면서 많은 일반 시리아인이 마약 밀매에 뛰어들었으며, 점점 더 큰 규모의 거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