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확보·에너지 공급 점검… 불법 석유 유통 단속 강화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11기 / 이다인 기자]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타격한 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하면서 세계 주요 원유 운송로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이 위협받자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으며, 정부는 국내 석유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불법 석유 유통 단속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 3월 3일 기준 국제 유가는 전일 대비 약 4.7% 상승한 배럴당 81.4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석유 가격 역시 영향을 받아 휘발유 평균 가격은 하루 사이 54원(3.1%), 경유 가격은 94원(5.7%) 상승했다. 이후, 대규모 전략비축유 방출 결정하며 약간 하락세를 보이다가, 12일, 국제 유가는 다시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100.46달러로 마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협으로, 중동 지역에서 생산된 원유가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는 주요 해상 통로이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에서 생산된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20%가 이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은 즉각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과거에도 중동 지역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국제 유가는 급격히 변동하며 반복적으로 세계 경제에 파급 효과를 미쳐왔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의 상황은 국내 에너지 수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의 나프타(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원료) 수입 가운데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 항로를 통해 운송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해협 상황이 악화할 경우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감 고조로 인해 발생한 유가 상승은 생활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항공·해운 운송비와 물류비가 함께 상승하고, 이는 식료품과 생필품을 포함한 다양한 상품의 유통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 때문에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전반적인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국제 정세 불안정으로 인한 생활 물가 악화는 과거에도 있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022년 6월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2,084원으로 전월보다 116.9원 상승했다.
정부는 국제 유가 변동이 국내 휘발유 가격이나 가스 요금 등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 수급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국내 석유 제품 비축 상황을 점검했다. 점검 결과 현재 국내 비축유와 가스 재고가 확보돼 있어 당장의 에너지 수급 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정부는 중동 정세 변화에 대비해 원유 수급 상황을 꾸준히 점검하고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정부는 국제 유가 상승 상황을 틈탄 불법 석유 제조·판매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석유 유통 시장 관리에도 나설 방침이다.
한편 원유 유통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에도 차질이 발생해 일부 한국 유조선 역시 통과를 기다리거나 우회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