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핵융합 발전,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

‘본격적인 핵융합로’를 ITER가 실현

2035년 무렵부터 실제 연료를 사용한 운전 개시 예정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핵심 과제

< 사진 출처: iStock © Marharyta Marko >

[객원 에디터 4기 / 김민주 기자]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속에는 양전기를 띈 원자핵과 음전기를 띈 전자가 들어있다. 초고온 상태에서는 원자와 전자 분리되는 현상인 플라스마가 발생하게 되는데, 가벼워져 고속으로 나아가는 원자핵끼리 충돌하고 합체해 원래 있던 원자핵과는 다른 원자핵이 생기게 되는 반응을 핵융합 반응이라고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동안 막대한 열에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막대한 열에너지를 사용해 발전하는 것이 바로 핵융합 발전이다. 

핵융합 발전의 연료는 ‘중수소’와 ‘트리튬(삼중수소)’인데 이들은 핵융합을 가장 잘 일으키며 사실상 양이 무한하다. 또한 핵융합 발전은 원자력 발전에 비해 비교적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현재 과학자들 사이에서 꿈의 에너지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이 꿈의 에너지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한국을 비롯해 일본, EU(유럽연합),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의 7개 나라는 큰 규모의 국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일명 ITER(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 국제 열핵융합 실험로)는 프랑스 남부의 생폴 르 뒤랑에서 본격 건설되고 있는 거대 핵융합 실험 장치이다. 태양 중심처럼 1억 도가 넘는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에서 가벼운 수소 원자핵들이 무거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도록 인위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고, 이때 나오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얻는 장치가 핵융합로이다.

 ITER는 순 에너지를 생산하며 오랜 시간 동안 융합을 유지하는 최초의 핵융합 장치가 될 것이다. 그리고 ITER는 융합 기반 전기의 상업적 생산에 필요한 통합 기술, 재료 및 물리 시스템을 테스트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1985년 핵융합에 대한 국제 공동 실험 아이디어가 처음 시작된 이래로 수천 명의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이 ITER의 설계에 기여해 왔다. 회원국은 현재 35년간 ITER 실험 장치를 제작 및 운영하고 있으며, 함께 실험용 핵융합로를 설계할 수 있는 수준까지 핵융합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여러 방식의 장치를 개발해왔는데, 그중에서도 1950년경에 러시아에서 개발된 토카막 방식의 장치가 핵융합 연구의 주류가 되었다. ITER도 토카막 방식을 이용한 장치인데, 토카막 방식의 장치는 그 규모가 클수록 성능이 향상되기 때문에 기초 연구 단계에서 실용화를 눈앞에 둔 연구 개발 단계로 진행됨에 따라 대형화된다. 토카막이란 1950년대 초 구소련의 물리학자 Tamm과 Sakharov에 의해 제안된 것으로서 초창기의 토카 막 실험은 구소련 Moscow의 I.V. Kurchatov 연구소에서 시행되었다. 토카막은 러시아어의 ‘toroiidalonaya (toroidal)’, ‘kamera(chamber)’, ‘magnitnykh(magnet)’, ‘Katushkah(coil)’ 4 단어의 합성으로, 전자석 코일을 이용한 토러스형 용기라는 뜻이다.

< ITER 한국사업단 제공 >

현재 ITER의 주요 목적은 핵융합 반응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연료 가열을 위하여 입사한 에너지의 10배 이상으로 하는 것, 그리고 핵융합 반응을 안정되게 400초 정도 장시간 지속시키는 것 등이 있다. 핵융합 발전 세계 기록은 유럽 토카막 JET가 보유하고 있다. 1997년, JET는 24MW의 총 입력 가열 전력에서 16MW의 핵융합 전력을 생산하였다(에너지 증폭률-Q=0.67). 물론 에너지 수익률은 없었지만 그 당시의 과학기술로선 기적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ITER는 여기서 더 나아가 50MW의 입력 가열 전력에서 500MW의 융합 전력을 생산하도록 설계하여 10배의 에너지 수익률이(Q=10) 발생할 수 있게끔 하였다. 한 마디로, ITER는 순 에너지 수익을 얻기 위한 역사상 최초의 핵융합 실험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85%의 의존 양을 차지하는 화석연료는 빠르면 50년 후 고갈될 것이라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의 85%가 사라진 150년 뒤의 미래는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지만 분명한 것은 먼 미래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원은 언제나 고갈될 수 있지만 핵융합 발전은 수소의 핵융합 반응 시 발생되는 에너지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핵융합 에너지는 위에서 언급했듯 삼중수소와 중수소를 이용하여 고갈될 자원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에 비해 에너지 생산량이 훨씬 많다. 게다가 핵융합 발전은 친환경적인 에너지로서 현재 2050 탄소 중립을 실현시키기 위한 핵심적인 과제로서 자리 잡았다. 특정 지역이나 조건에 한정되지 않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에 ITER 프로젝트가 전력을 생산하는 데 성공한다면 인류는 전례 없던 가장 완벽한 에너지원을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현재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정책과 연계하여 핵융합 에너지 실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은 핵융합 발전은 단순히 먼 미래를 위한 연구 대상이 아니라 인류의 마지막 과제인 탄소중립 달성과 유지를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필수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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