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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업 발목 잡는 베트남 사이버 보안법, 10월 발효

사이버 보안 취약한 베트남, 사이버 보안법 발효 예정

그러나 베트남 내 해외기업 활동에 악영향줄 우려도

<출처 : PIXABAY>

[객원 에디터 4기 / 김현정 기자] 베트남에 방문하면 이곳이 사회주의 국가인지 자유주의 국가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베트남 대표 기업인 빈(Vin) 그룹은 민간 기업이다. 또 1020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의견 표출 문화가 널리 퍼져있다. 그래서 언뜻 자유주의 국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 10월 발효될 개정된 사이버 보안법은 베트남이 사회주의 국가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글로벌 사이버보안 기업 서프샤크(SurfShark)가 작년 발표한 ‘디지털 삶의 지수’에서 베트남은 110개국 중 73위를 차지하였고, 특히 사이버 보안이 취약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사이버 보안법이 나왔다. 사이버 보안법은 국가 안보 및 사회 질서·안전 보장을 목적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을 규제하는 시행령이다. 지난해 시행령 초안이 발표된 이후 베트남 총리실의 개정을 거쳐 이번 10월에 발효할 예정이다.


사이버 보안법은 시민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기보다는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개정 이후 추가된 조항들은 베트남에 진출한 해외 기업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 시행령 26조 2항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인터넷과 통신, 이와 관련된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이용하는 모든 기업은 위반 혐의 조사를 위한 공안부 요청에 사용자 정보를 즉시 제공해야 한다. 이는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 기업에 대한 베트남 정부의 영향력을 확대하여 기업활동에 간섭할 여지를 준다.


또한 시행령 26조 2항에서는 ‘베트남인의 데이터 정보를 취급하는 기업들은 해당 정보를 베트남 정부가 정한 기간 베트남 내 저장소에 보관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해당 정보’란 생년월일, 전화번호, 신분증 번호 등 기본 신상정보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와 의료 정보 등 거의 모든 정보를 포함한다. 이는 기업의 자료가 베트남으로 새어 나갈 가능성을 동반한다. 또한 베트남 내 대표 사무소 설립과 정보 저장소를 구축하는 비용도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이 된다.


이외에도 온라인으로 제공한 서비스가 사회 안전부나 정보통신부로부터 삭제 요청을 받을 시 기업에서는 해당 서비스를 24시간 이내로 삭제해야 한다. 삭제 요청을 받는 서비스는 정부와 당에 대한 비판적 내용, 반대되는 견해의 진술 및 반국가 활동을 포함한다. 이를 통해 베트남 정부가 국가와 정부에 대한 비판을 억제하겠다는 전체주의적인 태도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기업뿐만이 아닌 베트남에 거주하는 개인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정부가 삭제 요청을 할 경우 사용자가 게시한 글들도 지워질 수 있다. 2019년 사이버 보안법이 처음 시행되었을 당시 페이스북은 반정부 게시물을 게재하는 페이지의 게시물 삭제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이처럼 사이버 보안법은 온라인상에서 개인의 의견 표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이버 보안법과 관련된 벌금은 어떨까? 만약 사이버 보안법 관련 지시를 거부할 시 최소 1,000만 동(약 50만 원)부터 최대 8,000만 동(약 500만 원)의 벌금을 징수할 수 있다. 이에 베트남 내의 한국 기업에서는 사이버 보안법이 공안들의 이른바 ‘뒷돈’을 챙기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걱정을 내비치고 있다.


이에 여러 나라의 기업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9년 법안이 발표되었을 당시 페이스북은 “누구나 페이스북 내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하여 사이버 보안법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우리 기업과 정부 또한 이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베트남 대한민국 대사관에서는 작년 4월과 11월에 기업의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베트남 정부에 두 차례 제출한 바 있다. 또한 사이버 보안법에 매우 부정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있는 주베트남 미국 대사관과 공동으로 ‘베트남 사이버보안ㆍ개인정보 보호법의 문제점’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


개인정보 보호 및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지만 실제로는 정보 통제를 목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베트남 내 해외 기업의 관심이 높다. 우리 기업은 이 위기를 슬기롭게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민규

2022 객원에디터 4기 멘토(사회팀) 연세대학교 언론홍보영상학부 재학 중 [email protected] 내용은 깊게, 읽기는 쉽게 에디터가 기사를 작성하도록 멘토링 하고 있습니다. 장차 언론인을 목표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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