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아니스트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본선 대거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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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 에디터 8기 / 최현우 기자] 한국의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세계적 권위를 지닌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본선에 다수 진출했다. 주벨기에 한국문화원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발표된 벨기에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 본선 진출자 70명 가운데 한국인은 13명으로, 중국과 함께 가장 많았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1937년부터 시작됐으며, 벨기에 국왕 알베르 1세의 왕비 엘리자베트의 이름을 따서 열린 세계적 권위의 콩쿠르다. 폴란드의 쇼팽 피아노 콩쿠르, 러시아의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음악 경연대회로 꼽힌다. 이 대회는 매년 분야를 달리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5월마다 열린다. 개최 분야로는 바이올린, 성악, 작곡, 피아노의 4개 부문이 있었으나, 2012년을 끝으로 작곡 부문이 중지되었고 대신 첼로 부문이 새로 추가됐다. 2022년에는 첼리스트 최하영이 이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인 최초의 첼로 부문 수상자이자 콩쿠르 우승자가 탄생한 바 있다.
이번 콩쿠르 본선에 오른 13명은 김동주, 김선아, 김송현, 김준호, 김채원, 문성우, 박진형, 배진우, 선율, 신창용, 예수아, 이재영, 황보강(이상 가나다순)이다. 진출자들은 오는 5월 5일부터 10일까지 본선 무대에 오르며, 여기서 통과한 24명이 준결선을 치르게 된다. 이후 마지막 관문인 결선에 오른 12명이 같은 달 26일부터 31일까지 최종 순위를 가린다.
보통 국제 콩쿠르는 2주 내로 모든 라운드가 연달아 진행되며 일정이 끝난다. 하지만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한 달 넘게 지속된다. 그 이유는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한 참가자들이 자신이 준비해 온 협주곡 1곡 외에도 콩쿠르 주최 측이 지정한 신작 1곡을 추가로 연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악보는 최종 라운드 진출이 확정된 후에야 제공된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파이널리스트들이 ‘뮤직 샤펠’이라는 공간에 격리된다는 것이다. 파이널리스트들은 자신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외부와 일절 접촉할 수 없으며 심지어 휴대전화 사용도 금지된다. 이처럼 파이널리스트들은 약 2주 동안 주최 측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하고 연습만 하며 대회를 치른다.
과거에는 파이널리스트 12명의 순위를 모두 공개했지만 현재는 6등까지만 순위를 정하고 나머지는 입상자로 발표한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그 명성이 워낙 높아, 파이널리스트 12인에 포함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이력으로 평가된다.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2015년 임지영이 우승했으며, 성악 부문에서는 홍혜란(2011년), 황수미(2014년), 김태한(2023년)이 우승했다. 현재는 폐지된 작곡 부문에서도 조은화(2009년), 전민재(2010년)가 우승한 바 있다.
이번 대회 우승자는 5월 31일 결선 마지막 무대가 끝난 후 심사위원단의 점수를 종합해 6월 1일 0시경 발표될 예정이다. 우승자에게는 벨기에 왕실 상금 2만 5천 유로(약 3,800만 원)가 수여된다. 지금까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는 한국인 우승자가 탄생한 적이 없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우승할 경우, 전 부문에서 우승자를 배출하게 된다. 모두가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온 만큼, 이번 대회에서 피아노 부문 첫 우승자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