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은 어떻게 세계 최강이 되었을까?
대한민국 양궁 여자 단체전 올림픽 9연패 달성
양궁협회의 공정한 선발과 아낌없는 지원
현대자동차 그룹 36년간 양궁협회에 500억 이상 투자
[객원에디터 2기 / 김소현 기자] 우리나라는 지난 7월 도쿄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여 올림픽 9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처음 도입된 양궁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시작으로 무려 33년 동안 올림픽에서 세계 최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올림픽 9연패를 달성한 나라는 미국, 케냐 다음으로 대한민국이 세 번째이다. 미국은 수영 남자 400m 혼계영, 케냐는 육상 남자 3,000m 장애물, 그리고 대한민국은 양궁 여자 단체전에서 올림픽 9연패를 달성했다.
어떻게 우리나라는 양궁에서 세계 최정상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을까?
첫 번째, 양궁협회의 공정한 선수 선발이다. 대한양궁협회 장영술 부회장이 KBS 다큐멘터리 ‘활’에서 밝힌 것 처럼 우리나라 국가대표들은 오로지 실력으로 뽑히고 파벌, 학벌, 원로 추천 등이 없다. 올해 도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는 1차전 선발부터 기존 국가대표들도 참여했다. 원래 1, 2차전이 끝난 후 3차전에 기존 국가대표들이 참여했지만 양궁협회가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좀 더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해서 모든 선수가 4,055발을 쏘고 가장 점수가 높은 선수가 국가대표로 선발되었다. 때문에 선수들 사이에서는 올림픽보다 더 힘든 것이 국가대표 선발전이라는 말도 있다.
두 번째,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이다. 양궁 선수들은 소음에 대한 집중력을 기르기 위해 다양한 장소에서 훈련한다. 실제 야구장에서 활을 쏘기도 하고 폭우 속에서도 활을 쏘며 담력 훈련도 받는다. 실제로 도쿄 올림픽의 오메노시마 양궁장과 비슷한 모의 양궁장을 만들어 바람에 대비한 훈련을 했고 일본어, 영어, 카메라 셔터 소리, 관중 소음까지도 고려하여 훈련했다. 심지어 지진에 대한 대비 훈련도 했다. 이렇게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으로 집중력과 현장감을 길러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세 번째, 기본기가 좋은 두꺼운 선수층이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보통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활을 잡는 반면 외국 선수들은 만 16세 이후에야 양궁에 입문한다. 양궁에 필요한 기본 골격과 자세가 사춘기에 형성되는 것을 고려하면 외국은 출발부터 한발 늦는 셈이다. 양궁은 팔 근육도 중요하지만 활을 쏠때 반동 역할이 되어주는 등 근육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또한 양궁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교 팀은 164개, 중학교 107개, 고등학교 68개, 대학 32개, 실업팀 7개 전체 초중고 합치면 2,000명 정도의 선수가 있다. 어릴 때부터 기본기를 충실히 익히고 한국인 특유의 강한 승부욕과 정신력으로 꾸준히 연습한 선수들이 많은 것이 한국 양궁의 좋은 밑바탕이다.
네 번째, 정부와 지자체, 기업의 전폭적인 후원이다. 양궁은 비인기 종목이지만 현대자동차 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이 되면서 지금까지 재정적 후원을 많이 했다. 현재 정몽구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회장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36년 동안 5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다. 도쿄올림픽을 대비한 모의 양궁장 훈련도 이러한 후원으로 가능했다. 그 외에 공주시청, 청주시청, 서울시청, 전북도청 등의 실업팀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면서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선조들로부터 이어온 활에 대한 열정과 의지이다. 올림픽이 끝날 때마다 세계 여러 외신은 우리나라 양궁의 우수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중 젓가락을 사용하는 민족이라 활을 잘 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일본 등 젓가락을 사용하는 나라 중에서도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활을 잘 쏘는 것을 보아 젓가락 때문에 우리나라 양궁이 우수하다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산이 많은 지형이다 보니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해 활을 전략적으로 이용하여 왔다. 산성에서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활을 쏘았고 말을 타고 가면서 활을 쏘았다. 또한 조선시대 과거 무과 시험에서 활쏘기는 대단히 중요한 시험이었다. 주몽, 김유신 장군, 이순신 장군 등 위대한 선조들의 활에 대한 유산이 이어져 내려왔기 때문에 우리나라 양궁이 세계 최강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