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한국 사상 최대 강수량과 복합 재해로 대규모 피해 발생

“복합재해”란? 극과 극의 폭우가 집중 호우의 모습으로 내리는 이유

경기 남부를 포함한 지방에 폭염과 폭우로 대규모 피해 발생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정서현 기자] “현재 서울 전역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하천, 산책로 등 출입을 자제 및 고압선 등 주변 접근 금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7월 17일, 서울특별시청의 안전 안내 문자 중 일부분이다. 일주일 전, 아침에 안내된 안전 안내 문자에는 “오늘부터 서울지역에 폭염이 예상되니, 온열 질환을 예방하기 위하여 가급적 야외 활동을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아침에는 푹푹 찌고, 밤에만 비가 쏟아지는 ‘복합재해’가 시작된 것이다.

오전에는 폭염 수준으로 덥고 밤에만 폭우만 쏟아지는 현상을 ‘복합재해’라고 한다. 이런 야행성 폭우의 원인은 ‘하층 제트기류’다. 하층 제트기류란 하층, 즉 아래에서 빠르게 부는 바람인 하층 제트가 바다의 따뜻한 수증기를 품고 위로 올라가다 장마 전선을 만나 구름대를 더 두껍고 크게 만들게 된다. 낮에는 지표면의 뜨거운 열기가 하층 제트 기류의 흐름을 방해해서 비가 올 확률이 낮지만, 온도가 비교적으로 떨어지는 밤에는 이 하층 제트가 진입해 많은 비를 뿌리는 것이다.

다른 이유로는 육지와 바다의 온도 차가 있다. 밤이 되면, 육지는 바다보다 훨씬 빨리 식으면서 찬 공기가 아래로 내려오게 된다. 이때, 육지 위의 공기 밀도가 높아지게 되고, 바다에서 들어오는 비교적 따뜻한 수증기가 위로 올라가면서 비구름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번 폭우의 특이점은 바로 같은 지역에서 벌어지는 극과 극의 강수량, 즉 집중호우이라는 것이다. 지난 7월 9일 밤, 전북 군산 어청도에서는 9일 밤 11시 51분부터 1시간 동안 146㎜의 비가 쏟아졌다. 그러나 같은 시각 어청도에서 불과 80㎞ 떨어진 전북 부안군에선 시간당 3㎜의 비만 내렸다. 같은 전북권인데도 강수량이 극과 극이었던 것이다. 이런 폭이 좁고 특정 지역에만 비가 내리는 현상은 전에 비해 최근 갑자기 증가하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다. 기온이 올라가면 대기 중 수증기의 양이 늘어나는데, 수증기가 많아지면 대기의 불안정성이 커진다. 이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국지성 집중호우가 잦아지게 된 것이다.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많은 비가 내리면 지역별 강수량 편차도 커지게 된다.”라고 말하였다. 또한, 경향신문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남북으로 폭이 좁고 동서로 길이는 긴’ 비구름대가 송곳이 찌르고 들어오는 것처럼 일부 지역만 지나는 모습을 ‘띠 장마’로 표현하면서 이번 장마의 특징으로 분석하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복합 재해의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다. 어제 경기도 오산에는 시간당 7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폭우로 오산천 수위가 올라 산책로가 물에 잠겼고, 인근 주민들은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지난 16일부터 오늘 오전 6시까지 경기도 내 평균 누적 강수량은 247.3mm로 집계되었으며, 많은 비에 도로 침수 212건, 주택 및 차량 침수 91건 등 총 439건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14개 시군 110 가구 161명은 아직 주거지로 돌아오지 못하고 임시 대피시설에 머물고 있다. 

장마 후 폭염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장마 후 폭염으로 수온이 급상승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식장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5월 말 남해안 진해만에서는 올해 첫 ‘산소부족 물 덩어리(빈산소수괴)’가 관측됐다. 빈산소수괴는 바닷물에 녹아 있는 산소 농도가 3㎎/ℓ 이하인 물 덩어리로, 어패류 호흡을 방해하면서 굴과 멍게 등의 집단 폐사를 불러오는 원인 중 하나다. 올여름은 고수온 특보가 한 달 이상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식장의 피해도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기록적인 폭우와 피해사례가 예상되면서, 지난 5월 16일 행정안전부는 올해부터 지하차도 중 U자형이고 하천에 인접한 경우 진입차단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전국에 256개 진입차단시설을 추가 설치하는 등 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예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름철 폭염에 사회•경제적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전국 경로당 냉방비 지원가를 2023년 월 11만 5,000원에서 올해 월 16만 5,000원으로 5만 원 인상했다. 또한 전국 503개 병원 응급실을 통해 온열질환자 발생을 감시하고, 폭염 관련 구급 용품을 갖춘 119 폭염구급대를 운영해 환자가 발생하면 신속해 병원으로 이송하는 등의 ‘2024년 여름철 자연재난(풍수해•폭염) 종합대책’을 확정하고, 5월부터 5개월간 풍수해•폭염 대책기간을 운영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더 이상 인명 피해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정보를 충분히 점검하고 안전 확보를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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