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업체 사고의 원인은 ‘책임전가’
OECD 국가 중 하청업체 사고 사망률 1위
[객원 에디터 3기 / 유수임 기자] 3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산업재해로 인해 828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사업장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670명이 숨져 전체의 80.9%를 차지했다. 5~49인 사업장이 352명(42.5%)이었고, 5인 미만 영세 사업장도 318명(38.4%)이나 됐다. 또한, 원청과 하청 중 하청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비중이 37.9%로 건설업 하청에서 발생한 사고는 55.2%나 된다. 문제는 2024년 1월까지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가 발생해도 유예기간이라 중대재해 처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청업체란 ‘수급인에게 맡은 일의 전부나 일부를 독립적으로 맡아 완성하는 업체’를 말하며, 대부분 소규모로 운영되는 사업장이 많다. 주로 공사 같은 분야의 일을 하기 때문에 안전장치를 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인터넷에 ‘하청업체 사고’를 검색하고 뉴스 카테고리에 들어가 보면 수없이 많은 기사들이 나온다. 추락사, 크레인 사고, 건물 붕괴 등의 다양한 사고 요인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사고들의 원인은 책임전가에 있다. 최근에는 송전탑을 옮기는 일을 하던 근로자가 감전되어 약 14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는 그 근로자가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 이유로 밝혀졌고, 한국전력공사 법인과 지역 본부장이 처벌받게 되었다. 이런 하청업체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은 자신의 책임을 계속 다른 이에게 떠넘기고, 결국에는 근로자가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일어난 광주 크레인 붕괴 사건을 보면 현장소장 등 여러 명에게 징역 7년 6개월이 구형되었다. 최근 하청업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청업체에 대해서도 강화된 책임을 묻는 법안이 통과된 것으로 보아 앞으로는 하청업체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자들에게 적절한 처벌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들에서는 다양한 노력들을 해왔다. 독일과 영국의 예를 들어 살펴보자. 독일에는 노동자와 사용자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재해보험조합이 있다. 재해보험조합에서는 업무 현장에 감독관을 보내 안전 장비 등을 체크하고 안전 설비의 설치를 추진하는 일 등도 한다. 영국은 우리나라에 비해 이런 사고로 인한 사망률이 약 1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영국은 어떻게 이런 산업안전 선진국이 될 수 있었을까? 우선 영국은 산업안전보건과 관련된 업무만 처리하는 부서인 산업안전보건청이 따로 있다. 이 부서는 우리나라의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부와 안전보건공단을 합쳐놓은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청은 권한과 책임, 그리고 전문성까지 모두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사고가 일어나면 근본 원인을 파헤쳐 다시는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 또한, 기업이 규정을 어겨서 근로자가 업무 도중 사망하게 되면 이것을 범죄로 보고, 벌금을 부과하게 하기도 한다. 이런 제도들을 적당히 받아들인다면 우리나라도 하청업체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하청업체 사고 사망률은 OECD 국가들 중 1위이다. 더 이상 이런 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모두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