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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최도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이란서 피살

중동에 드리운 전쟁의 그림자

이슬람 국가들의 반응

이스라엘의 의도

<BBC뉴스 제공>

[객원 에디터 7기 / 신승우 기자] 지난 31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로 꼽히는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살해됐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하니예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테헤란을 방문하던 중 거주지를 표적으로 한 급습을 받고 살해됐다”며 그의 경호원 한 명도 같이 숨졌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날 하니예의 사망 소식을 보도한 이란 국영 채널에 출연한 전문가들도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스라엘군의 소행이라면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공격한 것은 지난 4월 이후 두 번째이다. 

1962년 가자지구 인근 난민캠프에서 태어난 하니예는 1980년 1차 인티파다(민중봉기) 당시 하마스에 합류했다. 이후 2006년 팔레스타인의 총선에서 승리하며 총리직까지 올랐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갈등으로 해입됐으나, 이후 하마스의 가자지구 통치가 시작되면서 다시 지도자로 지냈고 2017년 현 지도자인 신와르에게 자리를 넘겨준 뒤 정치국장으로 선출돼 카타르에서 생활해 왔다.

하니예가 이란에서 피살된 데 있어 이슬람협력기구(OIC)가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이 있다”며 규탄했다. 지난 7일 OIC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회의 후 성명을 내고 “불법 점령국인 이스라엘에 이 극악무도한 공격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묻는다”며 “이란의 주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밝혔다. 의장국인 감비아의 마마두 탕가라 외무장관은 “민족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존은 국제 질서를 뒷받침하는 기본 원칙”이라며 “이를 어기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알리 바게리 이란 외무장관 대행은 “현재 이스라엘 정권의 침략과 인권 침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적절한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이란은 이 정권의 침략에 대한 정당한 방어를 위해 고유한 권리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보복 의지를 내보였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왈리드 알쿠라이지 외무차관은 “하니예 암살은 이란 주권에 대한 뻔뻔한 침해”라며 “사우디는 그 어떤 주권 침해나 내정 간섭도 거부한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니예 사망과 관해 논평을 거부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오랫동안 자국 개입 사실을 숨긴 채 상대방의 시설을 공격하는 일명 ‘그림자 전쟁’을 벌여왔다. 2021년 이란의 핵 과학자 피살사건과 2022년 이란 혁명 수비대 사령관 코다이 대령을 겨냥한 총격 사건이 대표적이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스라엘이 휴전협상 중 공격을 단행한 이유와 관련해 “만약 협상에 방점을 둔다면 이란의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지도자를 죽이지는 않을 것” 이라며 “네타냐후 연정이 계속 전쟁 분위기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으로 판단한 것 같다. 전쟁 분위기가 유지돼야 정치적 생명이 계속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이 각국의 친이란 무장세력에 보내는 강력한 경고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는 CNN에서 “이스라엘은 아주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며 “테러 단체들의 지도자들은 설사 자신들을 보호하는 나라에 있어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니예의 사망으로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위험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앞으로의 중동 정세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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