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의 시간을 되돌린 기술, iPS
중년의 피부 세포를 20대 초반의 세포로 돌리는 데 성공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드는 기술을 이용
[위즈덤 아고라 / 임서연 기자] 영국 케임브리지대 생명과학연구소에서 성체 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기술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만드는 기술을 이용해 노화가 진행되는 중년의 피부 세포를 20대 초반의 세포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란 모든 조직의 세포로 전환할 수 있는 만능 세포를 말한다. 따라서 줄기세포는 인간의 건강한 장수 및 난치성 질환 치료에 대한 미래의 희망이자 새로운 대안으로 불린다. 줄기세포의 종류는 크게 3가지가 있는데 사람의 배아에서 유래되는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골수나 지방 등 우리 몸 조직의 체세포에 있는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 사람의 체세포를 줄기세포로 리프로그래밍(reprogramming)해 인위적으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iPS)가 있다.
이중 iPS는 피부나 지방, 혈액 등 다 자란 체세포에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을 가해 줄기세포의 성질을 갖도록 인위적으로 만든 줄기세포이다. 따라서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으며 분열 능력에 한계가 없으면서도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할 수 있어 면역거부반응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iPS세포 제작에서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어떠한 ‘재프로그래밍 인자(reprogramming factors)’를 사용하는 데에 있다. 이는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발견한 Oct4, Klf4, Sox2, c-Myc 등 4가지의 유전자를 활용해 성체 세포를 어떤 유형의 세포로든 발달할 수 있는 배아 줄기 세포와 같은 원시 상태로 돌리는 기술이다. 이 4가지의 유전자는 야마나카 교수의 이름을 따 ‘야마나카 인자’라고 불리고 있다.
성체 세포를 iPS의 형태로 되돌리기 위해선 야마나카 인자들을 약 50일간 주입해야 하는데, 케임브리지 연구진들은 53세 실험자의 성체피부세포를 12일 간만 주입했다. 그 결과 세포는 줄기 세포 상태로 되돌아가는 대신 약 30년 젊어진 23세의 피부 세포와 유사한 형태가 되었다. 연구진들은 30년을 되돌린 피부 세포가 실제 정상적인 피부로서의 기능을 하는지 지켜본 결과 콜라겐 생성 등 본래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신체의 모든 세포는 세포 내에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데 이를 후성유전학시계, 혹은 노화시계라고 부른다. 연구를 주도한 블브 라이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사람의 피부를 활용해 실험을 진행하고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 것을 활용한 최초의 사례”라며 “장기적인 목표는 인간의 건강수명을 연장해 사람들이 더 건강한 방식으로 늙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라이크 교수는 “아직은 바로 임상에 적용하기까지는 과학적인 장애물이 존재하지만, 화상을 입은 피부의 회복력을 높이거나 절단된 피부를 빠르게 재생시키는 약을 개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간과 근육, 혈액세포 등 다른 조직으로도 연구를 더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iPS세포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세포의 수가 적어 효율성이 떨어지고, 체외에서 안정적인 배양이 어려우며 세포 이식 시 염색체 불안정성과 종양 형성으로 인해 안전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 문제시되어 왔다.
한편, 줄기세포를 활용한 성공사례가 들리고 있다. 오사카대의 니시다 고지 교수팀은 ‘각막상피간세포피폐증’에 걸린 환자 4명에게 만들어낸 각막 조직을 이식했다. 연구팀은 환자의 불투명한 각막을 떼어내고, 줄기세포에서 얻은 각막 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을 진행했는데, 이때 iPS 줄기세포가 쓰였다.
iPS 중 신체의 다양한 조직으로 변하기 위한 세포와 향후 암세포가 될 가능성이 높은 세포를 구분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관련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진 않았다. 영국의 기초과학 연구소인 프렌시스 크릭 연구소인 로빈 로벨뱃지 박사는 “야마나카 인자와 동일한 역할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더 안전한 다른 화학물질을 찾는다면 더 좋겠지만 이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야마나카 인자가 사람의 전신에 적용됐을 때 안전하게 노화를 되돌릴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