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프리미어 리그까지 접수한 구글 딥마인드 ‘TacticAi(택틱 Ai)

 <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7기 / 정동현 기자] 지난 2월 16일 대한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국가대표팀 감독 경질을 확정했다. 그는 2023년 3월부터 1년 남짓의 기간 동안 무전술로 일관하며 아시안컵 4강까지 진출했지만, 요르단을 상대로 무기력하게 패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뿐만 아니라 패배의 원인을 선수 탓으로 돌리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연봉 29억에 경질 위약금만 100억대로 추정되는 가운데 먹튀( ‘먹고 튀다’의 준말.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거나 이익만 챙겨서 떠나는 행위) 논란을 빚으며 축구를 사랑하는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렸다. 무능하고 이해가 부족한 감독을 데려오는 대신 AI 감독을 개발하는 편이 빠르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러한 대한민국 국민들의 염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가 지난 3월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칼 투일스(Karl Tuyls) 박사가 이끄는 구글 딥마인드 팀은 리버풀 FC와 협력하여 코너킥 상황을 분석하고 코치에게 전술적 조언을 제공할 수 있는 축구 전술 보조 AI를 개발했다는 것이다. 구글 산하의 인공지능 연구 조직인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TacticAI(택틱 AI)’는 축구 경기에서 코너킥 상황의 결과를 예측하고 전술을 제안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FC 전문가들은 택틱 AI의 전술은 사람의 전술과 구분하기 어렵다고 밝혔는데 전문가들 대부분(90% 이상)이 경기 상황에서 사람의 전술보다 택틱 AI 전술을 선호했다고 전했다.

<사진출처 :구글  deepmind 제공>

축구는 상당히 과학적인 운동이다. 선수 스스로 공의 속도, 질량, 힘, 가속도 등의 물리학적 원리에 대해 이해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 대한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실제 상황에서 슛을 날릴 때 공을 어떤 각도로 차야하는지, 어느 정도의 힘을 주어야 하는지, 공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정확한 태클 기술을 구사하고 상대방을 밀치면서도 공을 잃지 않기 위한 판단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은 선수의 개별적 능력이나 기술뿐 아니라 코칭스태프나 팀차원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만약 이러한 기술적 지원이 알고리즘을 통해 축구경기라는 신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놀라운 과학적 혁신이 될 것이다. 특히 축구의 코너킥 상황은 즉각적인 득점 기회에서 코치가 직접적으로 경기 흐름에 개입할 수 있어 매우 중요한 세트피스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때문에 각 팀은 코너킥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술을 미리 준비하고 평소 반복 연습을 통해 약속된 플레이를 준비한다. 연구팀은 기하학적 딥러닝을 활용하여 주요 코너킥 전술 패턴을 식별하고, 선수가 공을 받을 위치와 플레이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했다. 프로젝트는 3년 전부터 시작했으며, 리버풀이 제공한 2020~2021년 프리미어리그 시즌 동안 리버풀 FC의 7,176개의 코너킥 데이터를 사용해 택틱 AI를 학습, 훈련시켰다고 한다. 구글 딥마인드 공식 블로그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AI의 특징은 크게 1. 특정 코너킥 상황에서 공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 예측 2. 슛이 발생할 가능성 예측 3. 특정 전술에서 과거 골이 기록됐는지 등 비슷한 예를 찾아주며 최종적으로는 슛 시도를 막기 위해 수비 위치를 조정하는 등의 전술 지시를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알고리즘 개발을 위해 택틱 AI는 리버풀 FC의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력하였다. 리버풀 FC의 데이터 전문가 3명과 비디오 분석가 1명, 어시스턴트 코치 1명 등 5명의 축구 전문가 그룹은 택틱 AI가 생성한 전술이 사람이 만든 실제 코너킥 시나리오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현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또 이들은 전술을 사람이 만들었는지 택틱 AI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호하는 전술을 선택하도록 하자 90% 이상이 택틱 AI의 전술을 선택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코치로 하여금 최적의 선수 배치를 결정하고 승리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대응 전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 결과는 AI의 전략이 실제 게임에서 인간 코치에게 유용하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구글 딥마인드의 페타르 벨리치코비치(Petar Veličković) 연구원은 택틱 AII의 예측 능력이 코너킥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동일한 방법을 다른 세트 피스, 경기 전반의 일반 플레이, 심지어 미식축구, 하키, 농구와 같은 팀 기반의 다른 스포츠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축구는 아무리 노련한 전문가라고 해도 모든 가능성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운동이다. 뿐만 아니라 운동선수의 신체적인 조건과 심리적 요인 등 인간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요인들이 고려되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처럼 AI 기술발달과 함께 축구는 과거 직관과 경험이 중요시되었던 전통적인 축구에서 다양한 경기 전반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데이터 축구가 그 흐름을 주도하면서 축구 산업 전반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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