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령 뉴칼레도니아 독립 국민 투표 부결
96.5% 독립 반대
코로나19 탓에 투표율 낮아
마지막 독립 국민 투표
[객원에디터 2기 / 하민솔 기자] 2021년 12월 12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 뉴칼레도니아의 분리독립 주민투표에서 96.49%가 프랑스로부터의 독립을 거부했다. 반면, 독립 찬성은 3.51% 밖에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뉴칼레도니아의 독립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이번 투표에 합법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저조한 투표율 때문이었다. 이날 투표율은 43.9%로 국민의 반에 못 미치는 숫자였다.
이번에 진행된 독립 국민투표는 3번째 국민투표이자 마지막 투표였다. 2018년 첫 투표 당시 56.7%가 독립을 거부했고, 2020년 2차 투표 때는 53.3%가 반대했다. 이때 투표율은 81.0%, 85.7% 였으며 이번 3차 투표율보다 참여율이 매우 높았다.
남태평양에서 세 번째로 큰 군도인 뉴칼레도니아(누벨칼레도니)는 호주와 뉴질랜드 사이에 위치하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뉴칼레도니아는 1853년 프랑스의 식민지가 되었으며 1946년에는 프랑스의 해외 영토로 편입되었다. 1985년부터는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1988년에는 유혈 인질극으로 70여 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하면서 독립투쟁이 격화되자 프랑스 정부는 ‘마티뇽 협정’을 통해서 자치권을 확대해줬다. 그리고 1998년 ‘누메아 협정’을 통해 자치권을 추가로 이양하여 국방, 외교, 교육 등의 분야를 제외하고는 뉴칼레도니아의 대부분 분야에서 자치를 보장받고 있다.
2018년, 2020년, 2021년에 걸친 국민투표는 ‘누메아 협정’을 따른 것이며 2018년 말까지 독립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할 수 있었으며 2022년까지 지방의회 3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에는 한 차례 더 독립 찬반 투표를 할 수 있다.
섬의 인구 27만여 명 중 원주민인 카나크족이 39%이지만 프랑스에서 건너온 이주민과 아시아·태평양 섬 출신이 인구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주민들은 프랑스와의 관계를 단절하면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독립을 반대했다.
하지만 독립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봉쇄 조치로 ‘공정한 투표 캠페인’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투표를 올해로 미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립 지지 단체들은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유엔에 투표 무효화를 선언해달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독립 지지세력의 중심인 카나크 원주민 공동체의 투표율은 이주민들에 비해 훨씬 낮았다.
뉴칼레도니아의 주요 수입원은 관광업과 니켈 수출인데, 매년 프랑스 정부로부터 국내총생산(GDP)의 15% 이상에 해당하는 15억 유로를 보조금 형태로 받는 등 경제적 의존도가 높다.
프랑스 역시 서방과 중국이 각축전을 벌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뉴칼레도니아가 중요하다. 또한 뉴칼레도니아는 세계 니켈 매장량의 10%가 매장된 섬으로 프랑스가 뉴칼레도니아의 영토를 보유하면 주변 남태평양의 지하자원과 어류 자원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현재 태평양에 있는 프랑스군 기지 2곳 중 하나가 뉴칼레도니아에 있다.
만약 뉴칼레도니아가 독립하게 된다면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거라는 전망이 있다. 실제로 뉴칼레도니아 금속의 최대 수출국은 중국이며 뉴칼레도니아가 독립하게 될 시, 피지, 솔로몬 제도, 파푸아뉴기니 등 태평양 섬들에서 경제 및 정치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과 가까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국제관계 분석가인 바스티앙 반덴다이크는 “이미 피지, 바누아투, 솔로몬제도, 파푸아뉴기니가 중국의 위성 국가가 됐다”며 “프랑스라는 보호막이 사라지면 중국은 뉴칼레도니아에서 영원히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는 뉴칼레도니아가 자발적으로 남기를 선택하면서 더욱 아름다워졌다”며 “이제는 ‘예’와 ‘아니오’뿐인 이분법에서 벗어나, 모두의 존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공동의 프로젝트를 건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프랑스는 향후 전환기를 거쳐 뉴칼레도니아에 지배권을 넘겨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