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 에디터 9기 / 곽지윤 기자]4월 21일, 프란치스코 제266대 교황이 88세에 나이로 선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에 즉위해 약 12년 동안 교황직을 수행했다. 교황은 생전에 폐렴, 기관지 확장증, 고혈압, 2형 당뇨 등 여러 질병을 앓아왔다.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교황이 뇌졸중으로 인한 코마 상태에 빠졌고, 심장 순환 기능이 많이 손상되어 회복하지 못해 사망했다 전했다.
교황의 선종이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14억 이상, 전 세계 인구의 약 17%에 해당되는 가톨릭 신자들을 이끄는 교황은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라고 부를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순방을 돌 때면 항상 엄청난 규모의 인파를 끌어 모으며 교황의 엄청난 종교적인 영향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프리카 순방 당시 콩고민주공화국의 더운 열기에도 불구하고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교황이 주관한 미사를 보기 위해 모였다.
교황은 가톨릭의 신앙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바티칸 시국과 그 중앙 정부인 교황청을 이끄는 지도자이다. 그러므로 교황의 선종은 종교적 의미를 넘어서 정치적·사회적으로도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교황청은 국제사회의 중요한 참여 주체이다. 유럽연합을 포함 184개국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으며 UN 상주 옵서버인 교황청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외교의 장에 관여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재임 중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대, 기후 변화 대응, 이민자 보호, 여성의 교회 내 역할 확대,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적 태도 등과 같은 국제적 현안에 대한 교황청의 입장을 새롭게 정립하며 세계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 (Laudato Si)‘를 발표하며 환경 보호와 생태 정의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을 공유했다. 그는 기후 변화가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 우려하며 정치 지도자들이 실질적인 기후 정책을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성소수자들이 차별받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환영받아야 한다는 그의 입장은 교회 내 논쟁을 불러오면서도 수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주었다.
재임 기간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내부 개혁에도 힘썼다. 그는 교회의 투명성과 청렴성을 높이기 위해 바티칸은행 개혁을 단행하고, 재정 운영의 감사를 강화했다. 또한, 성 학대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을 촉구하며, 이를 은폐하거나 방관한 고위 성직자들을 해임하는 등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교황은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교회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열린 자세로 신자들과 소통하고 특히 주변부에 있는 이들을 교회의 중심에 두고자 노력했다. 이러한 개혁은 보수적인 교회 내부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교회 문화 속에서도 변화와 진보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교황의 선종은 가톨릭 교회와 신자들에게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그의 가르침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으며, 차기 교황의 선택은 가톨릭 교회의 향후 노선이 보수적으로 돌아설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개혁적 행보가 이어질지가 결정될 것이다.
세계적인 이슈 속 큰 영향력을 행세하던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 종교인들은 일제히 애도의 뜻을 전했다. 그의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가 남긴 가치와 메시지는 앞으로도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 전반에 길이 남을 것이다.
이제 전 세계는 새로운 교황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새로운 교황은 이 거대한 유산을 계승하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종교적으로는 신앙의 본질을 지키되 보다 포용적인 교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사회적으로는 불평등, 기후 위기, 전쟁과 난민 문제 등 글로벌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