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에 못 잔 잠, 주말에 몰아서 자도 될까?

수면 부채가 학생들의 학업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객원 에디터 9기 / 신하은 기자] 학년이 올라가면서 점점 늘어나는 과제와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밤을 지새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탠퍼드 의학 뉴스’(Stanford Medicine News)에 따르면, 2011년 미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면 여론 조사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 평균 8.4시간이었던 수면 시간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 평균 6.9시간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익중 등(2016)의 연구에서는 초등학생의 99.3%가 권장 수면 시간을 지키는 반면, 중학생은 87.5%, 고등학생은 39.7%로 점점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학생들이 학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면을 희생하지만, 이것이 과연 최선의 선택일까?

수면 부채와 그 악순환

수면 부채(Sleep debt)란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 피로가 누적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평일에 부족한 잠을 주말에 몰아 자는 것도 수면 부채의 한 형태이며, 장기적으로는 건강과 학업 성취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듀크대학 메디컬센터의 제시카 런스포드-애버리 교수 연구팀은 수면 시간보다 수면의 규칙성이 더 중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이 생체시계인 서카디안 리듬(Circadian rhythm)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며, 이를 통해 식욕과 소화 같은 신체 기능도 원활해진다고 설명했다. 반면, 평일과 주말의 수면 패턴의 차이가 극명히 다를 경우 생체시계가 혼란을 겪게 되어, 결국 ‘사회적 시차증’(Social jetlag)에 시달릴 위험이 커진다.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주은연 교수는 “학생들이 주중에는 등교를 위해 일찍 일어나지만, 주말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면서 주중과 주말 간의 시차가 발생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패턴이 반복되면 수면 부채가 쌓이고 피로가 누적되면서 학업 집중도가 저하된다. 결국, 학업 성취를 위해 수면을 희생했지만 낮은 학습 효율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수면 부족이 학업에 미치는 영향

수면 부족은 단순함 피로감을 넘어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문제 해결 능력 저하 등 다양한 인지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탠퍼드 어린이 건강 수면 센터의 낸시 얀 (Nancy Yuan) 박사는 “수면 중 뇌는 정보를 통합하고 불필요한 것을 걸러내는 과정을 거친다”라고 설명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학생들은 학습 능력이 향상되지만,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학생들은 인지 능력이 저하되어 학업적 어려움이 가중된다. 즉,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기 위해 주말에 몰아 잔다고 해도 평일 동안 손실된 학습 효율을 완전히 회복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불규칙한 수면 습관이 생체 리듬을 더욱 흐트러뜨려 피로를 가중시킬 수 있다.

한국 학생들의 수면 부족 문제

스탠퍼드 의과대학의 루탄 리히터(Ruthann Richter)는 한국 학생들의 수면 부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청소년들도 수면 부족 문제를 겪고 있지만, 한국은 그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2012년 국제학술지 ‘슬립’(Sleep)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4.9시간으로, 이는 세계 평균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또한, 한국 청소년들은 높은 자살률(연간 10만 명당 10.7명)을 보이며, 연구자들은 만성적인 수면 부족이 이와 깊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 학생들은 매일 성공에 대한 압박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잠을 줄이는 선택을 하지만, 결국 이는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학업 성취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면의 양보다 중요한 규칙적인 수면 습관

학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면을 희생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더 많은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집중력 저하와 학습 효율 감소를 초래하는 비효율적인 선택이다. 수면 부채가 쌓이면 학업성취도는 오히려 낮아지고, 이를 따라잡기 위해 다시 수면을 희생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따라서 평일과 주말의 수면 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더 건강하고 효과적인 학습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수면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인 취침 및 기상 시간을 지키고, 양질의 수면을 확보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학업과 건강을 모두 지키는 길이다.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