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은 옛말, MZ가 바꾼 직장문화
워라밸와 자유를 중시하는 2030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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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의 기성세대는 직장 생활을 정년퇴직까지 이어간다고 생각하며, ‘평생직장’이라는 확고한 개념을 가지고 일해왔다. 반면, 오늘날의 MZ세대는 그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일을 하고 살아간다. 과거 직장 생활에서는 한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던 반면, 요즘 2030세대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휴식이나 이직을 위해 퇴사하는 사례가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실시한 2030세대 직장인 1,86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 선택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연봉'(33.8%)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이어 ‘워라밸'(23.5%), ‘고용안정성'(13.1%), ‘직원복리후생'(10%), ‘커리어 성장 가능성'(8.7%) 순이 나타났다.
직장에서의 정년을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2030 직장인 중 절반 이상(54.7%)이 ‘정년을 바라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실제로 정년까지 일하는 회사가 거의 없어서'(46.5%)가 가장 많았으며, ‘회사원 생활을 오래 하고 싶지 않아서'(31.8%), ‘무의미한 경력을 쌓고 싶지 않아서'(26.9%) 등도 주요한 이유로 꼽혔다. ‘사람인’ 관계자는 이런 현상을 외환위기(IMF) 등을 거치면서 부모세대가 정년을 다 마치지 못하고 은퇴하는 모습을 보면서 커왔기 때문으로 추측한다.
앞서 말했듯, 요즘 20~30대 사이에서는 경력 중간에 휴식을 취하는 일이 점점 더 흔해지면서 ‘마이크로 은퇴 세대’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마이크로 은퇴’는 전통적인 은퇴 시점을 기다리지 않고 퇴사나 휴직을 통해 일하다가 일정기간 휴식을 갖는 방식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I)와 뉴욕포스트 등 외신들은 MZ세대가 직장 생활에서 오는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마이크로 은퇴’라는 개념을 실천하며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여행을 하거나, 관심 있는 프로젝트에 몰두하거나, 부업을 시작하는 등 번아웃을 예방하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30대 남성 C씨는 4년 동안 사무직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12월 퇴사했다. 그는 “첫 직장과 그 다음 직장을 연이어 다니면서 6~7년을 쉬지 않고 일했더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며, “그래서 6개월 정도 쉬고 싶어서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C씨의 경험은 MZ세대가 더 이상 전통적인 직장 생활을 고수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삶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잘 보여준다.
MZ세대는 휴식뿐만 아니라 이직을 위해서 퇴사하기도 한다. 2021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실시한 ‘근로자 이직 트렌드 조사’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개인에게 있어 이직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질문에는 ‘연봉 인상 수단’이라는 응답이 49.5%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개인적 성장 기회’라는 응답이 31.8%, ‘역량 검증 수단’이라는 응답이 12.3% 순으로 집계됐다.
또한 이직 유경험자의 68.5%가 현 직장으로 이직하기 직전 직장보다 높은 연봉으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직 전 직장 연봉과의 비교에서는 ‘1~10% 상승’이라는 응답이 33.8%로 가장 많았고, ‘11~30% 상승’이라는 응답은 27.0%, ‘30% 초과 상승’이라는 응답은 7.7%로 집계됐다. 반면, 이직 유경험자의 31.5%는 ‘이전 직장과 연봉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아졌다’고 답했다.
이처럼, 이직을 결심하는 주요 요인은 단순히 급여조건 외에도 개인의 성장 가능성이나 업무 환경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김선애 경총 고용정책팀장은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이직을 계획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직장인 세 명 중 두 명이 이직을 경험했을 정도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점차 옅어져 가는 상황”이라며 “직장인들에게 이직은 단순한 불만족 해소 수단이라기보다는 조금이라도 나은 보상과 근로 환경, 그리고 개인의 성장 기회를 추구하는 적극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MZ세대는 전통적인 직장 개념에서 벗어나 워라밸과 개인적 성장을 중시하며, 경력 중간에 휴식을 취하거나 이직을 통해 더 나은 기회를 모색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유연근무제와 재택근무 도입 등 경쟁력 있는 근로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2030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워라밸’과 ‘개인적 성장’을 지원하는 직장 문화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