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탄핵 반발 시위
혼란스러운 현 페루 상황
[객원 에디터 4기 / 이석현 기자] 페루에서 첫 ‘빈농 출신 대통령’인 페드로 카스티요가 탄핵되며 시작된 정치와 사회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부통령이 곧바로 대통령직을 이어받았지만, 페루 곳곳에서 탄핵 결정에 반발하는 시위가 확대되며 사망자도 늘고 있다.
12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페루에서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 탄핵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져 지금까지 7명이 숨졌다. 시위가 심한 남부 일부 지역엔 비상사태가 선포됐지만, 카스티요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분노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페루에선 2018년 이후 부패 등으로 5번이나 대통령이 교체됐다. 그러자 수도 리마 등 페루 전역에서 탄핵에 항의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시위가 시작됐다.
앞선 7일 페루 의회는 여러 부패 의혹을 받는 카스티요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가세해 전체 의원 130명 가운데 절대다수인 101명(77.7%)이 찬성표를 던졌다. 탄핵 확정 직후 카스티요의 부통령이었던 디나 볼루아르테(60)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탄핵과 함께 카스티요는 체포 수감되었고 구금 기간은 13일까지이다. 그는 탄핵안 처리를 피하기 위해 의회 해산을 시도했는데 여기에 반란과 음모 혐의가 적용됐다.
14일 페루 언론에 따르면 루이스 알베르토 오타롤라 국방부 장관은 이날 “30일 동안 국토 전체에 비상사태를 발령한다고”라고 밝혔다. 수도 리마를 비롯해 농촌 지역에서는 카스티요 지지자들과 경찰의 충돌이 이어지며 지금까지 10대 청소년을 포함해 최소 7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 언론사, 고속도로 등 사회 기반 시설도 시위에 영향을 받고 있다. 의회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카스티요 탄핵 이후 구성된 새 정부에 대한 반감은 조기 총선과 대선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페루에서 유적지 마추픽추를 방문한 관광객들의 발이 묶였다. 마추픽추 인근 도시 시장인 다르윈 바카는 현지시간 16일 약 5천 명의 관광객이 옛 잉카 제국 수도 쿠스코의 호텔에서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마추픽추를 방문하려면 쿠스코를 거쳐야 하는데, 시위가 격화되면서 쿠스코 공항 운영이 중단되고 시내 도로가 차단됐으며 마추픽추까지 운행하는 열차도 끊겼다.
이번 시위 과정에서 사망한 17살 소년의 가족은 <에이피>에 “의회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돈 있는 이들의 목소리만 유효하다”며 “그들에게 리마의 표는 중요하지만 시골의 표는 쓸모가 없고 신경을 쓰지도 않는다”라고 말했다. 통신은 이런 페루 내 바닥 민심을 소개하며 이번 시위대를 이끄는 동력이 페루 사회에 만연한 ‘배제적 민주주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