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코끼리 코 원리 이용해 물건 잡는 로봇

국내에서 개발된 ‘만능 로봇 손’ 

환경 코끼리 아저씨의 손

< Illustration by Hana Lee 2008 (이하나) >

[객원 에디터 4기 / 김지연 기자] 지난 10월 20일, 국내 연구진이 가느다란 바늘부터 큰 상자까지 다양한 크기의 물건을 쉽게 잡아 올릴 수 있는 ‘로봇 손’을 개발했다. 코끼리 코의 작용 방법과 비슷한 원리를 이용해 더 상용화된다면 가정과 산업체 등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예측한다. 

아직 사람처럼 섬세한 작업을 하기는 힘든 로봇에게 매우 얇은 바늘까지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산업용 로봇의 핵심이 된다. 이미 산업현장에서 로봇이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단순 반복적인 작업만 할 뿐 부품을 조립하거나 미세한 부품을 옮기는 일 등은 하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의 손가락과 비슷한 역할의 로봇 손 개발이 추진되고 있지만, 딥러닝을 비롯한 추가 작업과 개발 비용이 로봇손에 비해 더 정교하게 많이 들어간다는 문제점이 제기된 바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은 공기를 강하게 빨아들이는 동시에 움켜쥐는 힘을 발휘해 물건을 잡아 올리는 로봇 손이라고 밝혔다. 개발된 로봇 손 표면에는 구멍이, 내부에는 미세한 관이 뚫려 있다. 이 구멍과 관을 통해 로봇을 특정 물체와 접속하는 순간 공기를 강하게 빨아들여 진공을 만들게 된다. 그러면 물건을 흡착하여 로봇은 2~3kg의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게 된다.

표면이 실리콘 소재로 되어있는 이 로봇 손은 안쪽으로 구부러지는 기능을 추가로 진짜 사람의 손처럼 물건을 움켜쥐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코끼리가 자신의 코를 손처럼 이용하는 모습을 공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코끼리는 코를 이용해 먹이를 먹고, 물건을 들어 올린다. 연구자들은 코끼리 코에서 나타나는 호흡과 근육의 움직임을 분석해 로봇 손에 공기 압력과 실리콘을 이용해 그 움직임을 대체한 것이다. 

기존의 로봇과 또 하나 다른 점은 센서나 복잡한 제어 기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 송성혁 한국기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번 로봇 손은 간단한 구조로 작동하는 공기 압력을 이용하고 부드러운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복잡한 제어 없이 어떤 물체든 쉽게 잡아 올릴 수 있다”라고 전했다. 추가로 송 연구원은 “현재 로봇 손은 인간이 원격 조종해 움직이지만 향후 인공지능을 통해 작동시키는 방법도 고안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로봇 손은 산업 분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될 수 있다. 최근 새벽 배송이나 당일배송 등이 늘어나면서 물류센터에서는 물건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포장, 배송하는 과정을 로봇이 하는 무인 창고가 확대되고 있다. 그 방식은 주문이 들어오면 컴퓨터가 컨베이어 벨트를 움직여 상품을 작업자 앞에 옮기면 사람이 상품을 상자에 담는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크기 때문에 자유롭게 잡지 못했던 로봇 손은 새로 개발된 기술을 통해 얇고 작은 물건부터 큰 물건까지 모두 옮길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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