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코끼리도 인간처럼 ‘이름’이 있다

케냐 야생 코끼리 소리 분석 후 서로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발견

< Illustration by SeungHye Jung 2006(정승혜) >

 [객원 에디터 7기 / 이승원 기자] 우리가 보통 동물의 ‘이름’이라고 하면 사람이 지어줬거나 이름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름 부르기가 잘못된 사실이라는 것이 최근 10일 밝혀졌다. 코끼리도 서로 이름을 부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대가 내는 소리를 모방해서 부르는 앵무새나 돌고래와 달리 진짜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이다. 

마이클 파르도 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진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케냐 암보넬리 생태 공원과 삼부루 국립 보호구역에서 녹음된 36년 정도의 양의 아프리카 사바나 코끼리의 음성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코끼리 무리 내 의사소통 방식을 알아보기 위해 암보넬리 생태 공원과 삼부루 국립 보호구역에서 1986년부터 2022년까지 녹음된 아프리카코끼리 울음소리를 분석했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저자이자 코끼리 울음소리 데이터를 제공한 코끼리 연구 단체 ‘엘리펀트보이스’의 조이스 풀 박사는 “몇 년 전부터 코끼리 한 마리가 접촉 신호를 보내면 무리 내의 다른 한 마리의 코끼리가 고개를 들어 대답하는 것을 발견했는데, 대답한 코끼리 이외에는 소리를 무시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우리는 그 호출이 특정 개체를 향한 것인지 궁금했다”라고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코끼리는 코를 이용해서 큰 울음소리부터 으르렁거리는 소리, 사람 귀에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까지 다양하게 낼 수 있다. 엘리펀트보이스가 제공한 울음소리들에서는 코끼리가 서로 떨어져 있을 때의 울음소리, 한 코끼리가 다른 코끼리에게 다가갈 때 인사하는 울음소리 등 다양한 울음소리가 포함되었다. 

연구진은 녹음 데이터에서 총 469개의 서로 다른 울음소리를 찾아냈고, 인공지능 머신러닝(인공지능을 통해 많은 양의 정보를 식별하거나 분석하는 기술)을 이용해 울음소리의 발신자와 수신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로 17마리의 코끼리에게 자신의 이름에 해당하는 울음소리를 들려줬더니, 코끼리들은 자신을 부르는 호출에 더 강하게 반응했다. 이름을 들은 코끼리들은 스피커에 더 빨리 다가오면서 응답하는 소리를 내는 등 더 많은 반응으로 답했다. 그러나 다른 코끼리의 이름에 해당하는 울음소리를 들려줬을 때는 반응이 훨씬 덜했다, 

연구를 이끈 마이클 파도 연구자는 “이 연구는 코끼리가 각 개체에 대해 특정한 발성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다른 개체의 다른 호출을 무시하고 자신을 부르는 호출을 인식하고 반응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선임 연구 저자인 조지 휘트마이어는 “코끼리가 이름은 사용한다는 것은 추상적인 사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사람과 코끼리가 “고도로 발달한 두뇌를 바탕으로 풍부한 사회적 삶을 누리는 대가족을 이루는 것” 등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다며 “코끼리에 대한 연구를 계속한다면 이름을 사용한다는 놀라운 사실에서 그치지 않고 더 놀라운 사실을 밝혀낼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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