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카카오 먹통사태로 본 데이터의 중요성

< Illustration by Haewon Choi 2005 (최혜원) >

[위즈덤 아고라 오피니언 / 오민경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온라인이 발달하면서 현대 사회는 바야흐로 플랫폼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메신저와 각종 SNS로 소통은 물론 경제와 문화사회 영역까지, 거의 모든 것들을 플랫폼으로 해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대한민국 같은 경우에도 소통, 교통수단, 예약, 금융 등 생활에 필요한 많은 시스템들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카카오와 네이버가 있다. 그런데 지난 10월 15일 SK C&C 판교 데이터 센터의 화재로 인해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했고, 모든 기능이 마비되었다. 하지만 카카오를 포함한 모든 입주 회사들의 서비스 기능이 마비되기 시작됐는데, 유독 카카오의 서비스의 복구 더뎌 대다수의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했다. 최종 피해 접수만 10만 5116건으로 집계됐고 이중 일반 이용자가 89.6%로 가장 많았고 소상공인 10.2%, 중대형 기업 0.2% 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1차 유료 서비스 피해 보상액 규모는 약 400억 원으로 추산됐는데, 최종적으로 접수된 건수가 10만 건이 넘기 때문에 피해 보상액 규모도 늘어날 전망이다.

카카오 블랙아웃 사태는 문자와 전화가 먹통이 되는 단순한 불편함에 그치지 않았다. 이것은 지난 몇 년 사이 우리 일상은 거의 모든 것이 카카오를 통해 가능하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수는 5100만 여명중 약 4700만 명이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 더군다나 카카오는 단순 메신저가 아니라 카카오 맵, 카카오 택시, 카카오 뉴스, 카카오 뱅크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많은 서비스들까지 확장해온 상황이다. 카카오페이도 3700만 명이 가입했고, 택시 서비스 분야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소상공인들도 카카오 채널을 이용해 경제활동을 하고, 관공서와 병원도 각종 서비스를 카카오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카카오만 있으면 모든 일이 가능해지며 편리한 세상이 되었지만 데이터 기업 한 곳이 문제가 생기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해 주었다.

화재가 발생한 데이터 센터에는 카카오뿐만 아니라 네이버, IBM 클라우드 센터 등이 입주해있었다. 모든 정보가 저장된 서버의 다운을 막기 위해 데이터 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원 공급인데, 배터리실에서 화재가 나는 바람에 건물 전체의 전원을 끊어야 했고, 따라서 입주업체의 모든 서버가 일시 다운됐다. 15일 23시 46분경 화재는 8시간 만에 진압되었고, 16일 1시 30분경 데이터센터 전원 공급을 재개했다. 화재 발생 다음날, 데이터 센터의 전력은 95% 복구된 상태였으나 카카오 소상공인 피해는 여전했다. 카카오를 통해 예약과 상담을 해온 소상공인들은 예약 현황판이 아예 백지상태로 멈춰 예약 손님 관리가 원활하지 못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뿐만 아니라 화재 발생 후 무려 4일이나 지난 시점에도 일부 주차장에선 카카오 이용객만 결제가 되지 않은 등 카카오 서비스에는 여전히 오류가 발생했다. 반면 같은 건물에 서버를 둔 네이버는 화재 발생 6시간 만에 대부분의 서비스를 정상화시켰다.

카카오의 복구가 늦어진 원인에는 데이터에 대한 관리 즉, 데이터의 이원화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축구장 7배 크기의 자체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총 6개의 데이터 센터에 정보를 나눠서 저장하고 있어 5시간 만에 복구가 이뤄졌다. 한 데이터 센터에 사고가 발생해도 다른 데이터센터의 서버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했던 것이다. 카카오 역시 4곳의 데이터 센터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핵심 기능이 담겨있는 서버들은 이번에 화재가 발생했던 판교센터에 집중되어 있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한 데이터센터에 핵심 기능을 몰아주는 것은 실질적인 이중화 조치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번 화재에 대해 ‘워낙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라고 발언한 카카오 임원의 말이 또 다른 비난을 샀다. 구글 데이터 센터에도 여러 차례 화재가 발생한 적이 있다. 실제로 올해에는 폭염으로 인해 구글 영국 데이터 센터의 냉각 장치가 고장되면서 가동이 중단된 적이 있다. 그래도 그들은 대비책을 마련해뒀고 시스템은 빨리 복구되었다. 

지난해 매출만 6조 원인 카카오의 재난 대응 능력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전 국민의 비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자체 데이터 센터도 없이 국민앱을 운영해왔던 카카오는 백업 복구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을 보면 데이터 센터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왔다. 구글은 5년간 우리 돈 53조 원, 메타는 해마다 7조 원을, 애플도 총 17조 원을 넘게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이번 카카오 블랙아웃으로 주목을 받았다. 자체 재난 대응 훈련을 가지고 있었고, 체계적인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난 대응 훈련의 이름은 ‘카오스 몽키’이다. 정기적으로 서버를 일부러 셧다운 시킨 후 일종의 모의 훈련을 한다. 첫 번째 단계인 ‘카오스 몽키’에는 서비스에 장애 요소를 집어놓고 서비스가 망가졌을 때 백업이 되는지 확인한다. 다음으로 ‘카오스 고릴라’에는 가지고 있는 데이터 센터 중 한 곳에 전원을 모두 꺼버리고 복구가 되는지 시험해 본다. 마지막 단계인 ‘카오스 콩’에서는 특정 지역에 있는 가용 데이터 센터들의 전원을 아예 모두 꺼버린다. 이 모든 시험들의 무서운 점은 실제 서비스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카카오가 짓고 있는 데이터 센터에 투자된 돈은 4600억 원으로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글로벌 기업들의 비해 미흡하며, 지난 3년 반 동안 카카오의 설비투자 비용을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비교해봐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문제는 재난이 아니다. 재난은 말 그대로 예측을 하든 말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이 재난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이번 일을 겪으며 인터넷이 만들어준 플랫폼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지난 2018년 KT아현지사 화재가 발생할 당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에 새로운 조항을 추가해 재난에 대한 대비를 의무화 하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중규제와 사업자 보호 등의 이유로 20회 국회 만기와 함께 폐기됐다. 하지만 이제는 데이터센터를 국가재난관리 시설로 지정하자는 의견에 힘을 실어야 할 상황이다.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서버와 인터넷 망, 그리고 데이터는 이제 공적인 영역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 앱’이라고 불리는 카카오는 공공성을 띠는 서비스라는 책임감과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 보다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이윤만을 쫒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며 이타적인 자본이 필요한 세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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