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침팬지, 인간과 비슷한 속도로 소통한다

< Illustration by SeungHye Jung 2006(정승혜) >

 [객원 에디터 7기 / 이승원 기자] 사람은 다양한 상황 속에서 빠른 속도로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1초 만에 다른 사람의 말을 끊기도 하며 누군가의 말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대답하기도 한다. 지난 5월 출시한 대화형 인공지능 AI인 GPT-4o(GPT-포오)도 아직 사람의 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러나 사람과 비슷한 속도로 침팬지가 음성도 아닌 몸짓으로 대화한다는 연구결과가 밝혀졌다. 

캐서린 호바이터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대 심리학과 교수 연구진은 아프리카 일대의 야생 침팬지 무리를 추적 관찰해 얻은 결과를 지난 22일(한국 시간)에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게재되었다. 

연구팀은 침팬지가 말 대신 손 신호 등으로 사람처럼 의도가 담긴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침팬지는 몸짓에 다양한 레퍼토리를 담는다고 한다. 상당수는 정지, 요구, 요청 등과 같이 간단한 목적이다. 그러나 우간다에 사는 모니카라는 침팬지는 우르수스라는 또 다른 침팬지에게 손을 뻗어 두드리는 행동을 보였다. 우르수스가 몸싸움을 한 뒤 안심을 시키기 위한 행동이었다.

연구진은 5개의 무리의 252마리 침팬지들이 구사하는 8559가지의 제스처를 분석했다. 이는 침팬지의 대화를 주제로 이뤄진 연구들 중 최대 규모이다. 또 얼굴을 마주 보면서 나누는 침팬지의 ‘대화’를 이렇게 자세히 분석한 것도 최초이다. 

침팬지들은 싸우고 난 뒤에 화해할 때, 대립을 피할 때, 먹이를 나눠 먹자고 요청할 때도 몸짓을 사용했다. 두 침팬지 간에 몸짓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은 전체 소통 행위 중에 14%를 차지했다. 

일부 침팬지는 몸짓을 최대 7개까지 연속으로 교환하며 소통했다. 이때 서로의 몸짓에 반응하는 속도는 약 평균 120ms(밀리 초, 1000분의 1초)였다. 인간 사이의 평균적인 응답 시간은 약 200ms이다. 몸짓을 주고받는 침팬지가 인간과 비슷한 속도로 몸짓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음식을 주거나 손질을 시작하는 행동적인 반응은 상대적으로 훨씬 긴 1200ms정도가 걸렸다.

응답 시간은 무리마다 차이가 있었다. 연구진은 “우간다 침팬지들은 상대적으로 느린 반응을 보였는데, 인간도 국가나 지역, 문화권에 따라 반응 속도와 대화 속도가 다른 것과 비슷하다”며 “인간에게서 볼 수 있는 미묘한 문화적 차이를 침팬지 사이에서도 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침팬지의 소통 방식이 인간의 대화와 비슷하다는 것이 놀랍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 과정에서 침팬지들이 나눈 몸짓 중 14%만이 침팬지들 사이의 대화였다는 것을 고려하면 일방적인 대화의 비율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연구진은 “침팬지들이 음식을 두고 협상을 벌일 때나, 서로의 외모를 꾸며줄 때 주고받는 대화가 가장 흔했다”며 “이번 연구는 인간 이외의 동물에서도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동작 대화가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이전에 침팬지의 의사소통에 관련된 연구가 있었다. 호바이터 교수는 지난해 3월 사람들이 사투리를 쓰듯이 침팬지도 무리마다 다른 몸짓으로 사람을 고백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람들이 꽃잎을 떼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라고 점을 치는 것과 같이 나뭇잎을 찢거나 가지에서 잎을 떼어내기도 했다. 당시 호바이터 박사는 “침팬지도 사람처럼 사회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방식을 배웠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침팬지처럼 의사소통 하는 동물이 존재한다. 바로 고래이다. 고래 중 긴수염고래는 피아노 가장 낮은 옥타브 음인 약 20 헤르츠에 달하는 소리로 의사소통한다고 한다. 약 20 헤르츠로 대화를 한다고 하면 지구상에서 서로 가장 먼 위치에 있어도 대화가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의 발달로 인해 대화 간의 방해가 존재하여 고래끼리의 교신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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