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최초 돼지심장 이식 환자 사망, 이종이식의 한계

이식한 심장에서 돼지거대세포바이러스 발견 

“더욱 정확한 검사만이 문제의 해결책”

생명윤리 논란 재점화

국내기업 제넨바이오, 이종췌도이식 임상 준비

<PIXABAY 제공>

[위즈덤 아고라 / 김규인 기자] 올해 초 세계 최초의 성공적인 돼지심장 이식으로 주목받았다가 두 달 뒤 사망한 환자의 몸에서 돼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전문가들은 이 바이러스가 사망의 원인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월 7일 미국의 심장병 환자 데이비드 베넷(57)이 이식받은 돼지 심장은 처음엔 거부반응 없이 정상기능을 유지했다. 베넷은 그러나 약 40일 뒤부터 상황이 악화돼 결국 수술 두 달 후인 3월 8일 숨지고 말았다.

<돼지심장을 이식받은 데이비드 베넷(오른쪽)과 수술을 집도한 바틀리 그리피스 박사(왼쪽) – 메릴랜드의대 제공>

미국의 기술 전문 매체 ‘MIT 테크놀로지리뷰’는 최근 숨진 베넷의 이식 심장에서 돼지의 거대세포 바이러스(porcine cytomegalovirus)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거대세포 바이러스는 새끼 돼지와 임신한 암퇘지에서 흔히 발견되는 병원체로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비염, 폐렴과 발열 및 생식기 장애 등을 일으킨다. 

그리피스 박사는 심장 이식 수술 20일 후 베넷 신체에서 돼지 거대세포 바이러스를 검출됐으나 극히 소량이라 “검사 오류”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술 40일이 지난 후 바이러스 수치가 급격히 상승했고 베넷은 중태에 빠진 후 결국 사망했다. 이에 그리피스 박사는 “염증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모세혈관에서 피가 새어 나왔으며, 이로 인해 심장이 부어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이종이식에 쓰인 돼지는 멸균 시설에서 엄격하게 사육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존재는 예상치 못했다고 설명했다. 

메릴랜드의대에서 사용한 돼지 심장은 리비비코어가 개발한 유전자 변형 돼지한테서 적출한 것이다. 당시 리비비코어는 유전자 10개를 교정해 이종이식의 가장 큰 걸림돌인 면역 거부반응 문제를 해결했다. 면역 거부반응을 일으키거나 심장을 자라게 하는 유전자 등 돼지 유전자 4개는 제거하거나 비활성화하고, 돼지 심장이 인체에 잘 적응하도록 인간 유전자 6개를 추가했다.

문제의 핵심은 바이러스가 장기를 손상시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다. 

실제로 2020년 독일 연구진은 개코원숭이에게 이식한 돼지 심장의 사례를 연구한 결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주, 그렇지 않으면 반년 이상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은 개코원숭이의 돼지심장에서 매우 높은 바이러스 수치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사람한테서도 같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경고했다. 연구를 주도했던 요아킴 데너 베를린자유대 교수(바이러스학)는 “더욱 정확한 검사만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상 적용 시기가 과연 적절했느냐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윤익진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는 “동물 장기를 인체에 이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동물 장기 이식 수술의) 교두보가 됐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장기 생존이 확실히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상 적용을 서두른 것 자체에 대해서는 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10년 이상 유전자 형질 변환 돼지를 개발해온 미국 바이오 기업 리비비코어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세계이종이식학회(IXA)는 베넷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교수는 “미국에서 완성형의 형질전환 돼지를 개발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형질전환은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 형질을 전환한 것으로 사람과 가장 유사한 장기를 만들 수 있는 형질전환 돼지인지는 아직 더 연구가 필요하다”며 “사람과 비슷하고 면역학적 차이가 없는 장기를 개발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종장기이식 시 인수공통 감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아직 극복되지 않은 감염병이 있다는 문제가 아닌, 어떤 감염병이 나타날지 100% 알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며 “형질전환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했을 때 치명적인 감염을 유발하는지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 축산과학원과 윤익진 교수팀이 형질전환 돼지의 심장을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식 후 심장기능은 최장 60일까지 이어졌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는 돼지췌도 이식 연구에 두각을 보인다. 국내 기업 중 이종이식 연구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있는 곳은 제넨바이오다. 제넨바이오는 세계 보건기구(WHO) 등 국제 기준에 맞춰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이종 췌도 이식 임상을 준비 중이다.

해당 임상은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 혈당 유지가 어려운 1형 당뇨환자의 치료를 위한 임상이다. 제1형 당뇨병은 췌도 이식을 받아야 완치가 가능하며 잠재적 대상자는 국내에만 50만 명에 달한다. 

향후 이종장기 고형 이식을 목표로 하는 제넨바이오는 국내에 해당 임상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직접 평택에 ‘제넨코어센터’를 건립 중이다. 공사는 모두 마친 상태로 설 연휴가 끝난 후 준공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제넨바이오 관계자는 “이종장기 이식의 경우 기술력만 있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제도적인 부분에서 풀어야 할 문제가 가장 크다”며 “최근 미국에서 잇따라 이종이식 성공사례가 나오는 등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도 관련 제도가 빨리 갖춰져서 해당 연구에 속도가 붙을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Leave a Reply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