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전기등소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전기의 역사
1887년 아시아 최초로 궁궐을 전깃불로 밝힌 조선
우리나라 최초의 발전소, 경복궁 전기등소(電氣燈所)
130여년 동안 우리나라와 함께한 전기의 역사
[객원 에디터 4기 / 김민주 기자] 어두운 밤 우리는 빛을 밝히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전등을 켠다. 우리 생활에 필수인 전기는 언제 한국에 도입되었으며, 한국 최초의 발전소는 어디에 있었을까?
토마스 에디슨이 전등을 발명하고 8년이 지난 1887년 3월, 경복궁 건청궁을 화려한 조명이 감쌌다. 이는 서양 과학기술에 강한 호기심을 가졌던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으로 인해 우리나라 지식인들도 1881년도부터 청나라에서 전기학을 공부하며 지식의 폭을 넓혀온 결과였다. 이후 대한민국 최초의 전력회사 ‘한성전기회사’가 건립되었고, 1899년 전차 개통과 1900년 민간 전기 보급 등의 전등 사업들이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1901년 지금의 충무로인 진고개에 600개의 민간 전등이 보급된 것을 시작으로, 1960년대 이후에는 동양 최대 규모의 소양강댐과 초고압 송전시설을 건설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은 1997년 한국전력공사가 세계의 전기회사들을 제치고 당당히 미국 에디슨전기협회(EEI)로부터 대상을 수상하기에 이른다.
2009년에는 우리나라 원자력 역사 50년 만에 UAE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며 해외 수출에 성공했고, 2020년에는 원전 건설 부문의 수주액이 200억 달러에 달했으며 향후 60년간 200억 달러도 추가로 받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처럼 1887년 경복궁을 밝히며 시작된 우리나라의 전기사업은 이제 국가 경제 발전의 원천으로 거듭났는데, 그동안 정확히 특정되지 못했던 경복궁 전기 등소의 위치가 2015년에 고증되었고 유물까지 발굴되면서 대한민국 전기의 역사의 조명하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한다. 전기 등소(電氣燈所)란 발전기, 보일러 등으로 이루어진 초기 발전소 형태를 일컫는데, 당시에는 ‘전기소’ 또는 ‘전등소’로도 불리었다.
우리 전기의 뿌리를 찾는 일은 2022년 대한전기협회와 문화재청이 ‘경복궁 전기 발상지 고증·재현과 복원, 활용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착수되었다. 협약에 따라 최초의 전기발전터인 경복궁 영훈당 권역에는 전기 등소가 복원되고 유물이 전시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대한전기협회는 최초의 전기 발상지인 경복궁 건청궁 일대에 우리 전등의 정체성을 재현하고 ‘대한민국 최초 전기 발상지 점등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기름 등불이 전등으로 바뀌게 된 순간인 경복궁 점등은 산업혁명을 반영한 우리나라 최초의 에너지 전환 사건인데,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개혁의 상징이라고 평가되는 이 역사적인 순간을 행사를 통해 재현한 것은 대한민국 전기산업의 뿌리가 재조명되길 바라는 전기인들의 염원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보다도 2년이나 앞서 전깃불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이후 위대한 발전을 거듭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 전기의 역사와 뿌리를 향한 관심은 미미했다. 지난 5월 18일부터 29일까지 개최되었던 ‘2022 경복궁 별빛 야행’ 행사의 경우 많은 시민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는데, 행사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최초로 전기가 점등되었던 건청궁을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며 전기의 역사를 되새기는 시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전력 사업 발전을 향한 시민들의 관심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행사와 같은 기획이 더 활발하게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최초 전기 등소의 발굴과 복원을 기점으로 대한민국 전력사의 과거를 돌아보고 정리해야 할 때가 왔다.”라고 평하고 있으며, 문화재청 관계자 또한 앞으로 전기 등소 복원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확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