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에서 또 다시 핵분열 반응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원자로실 305/2 내부에 중성자 수 40% 증가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심각한 우려
[ 위즈덤 아고라 / 장석현 객원기자 ]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의하면,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위치한 원자력안전문제연구소(ISPNPP)의 아나톨리 도로셴코 연구원은 체르노빌 원자로실의 중성자의 수가 늘어나면서 핵분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핵재난이라고 불리고 있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는 1986년 4월 26일에 발생했다. 체르노빌 원전 4호기의 노심이 폭발하면서 방사능이 대량으로 유출되어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 INES에서 가장 높은 단계인 ‘7’로 분류된 엄청난 사고였다. 사고의 원인으로는 RBMK 원자력 발전소 설계상의 문제가 존재했다. 물론 이 문제점은 이미 몇 차례나 지적되었지만, 무시되었고 무리한 안전성 검사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더불어서, 발전소 측의 부실한 인력관리로 인해 경험이 부족하고 숙련되지 않은 안전기사가 안정성 검사에 참여하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지기만 했다. 결과적으로, 노심 폭발로 까지 이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화재로 인해 많은 방사성 아이오딘이 방출되어 사람들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농산물을 오염시켰다.
폭발 사고 직후, 소련 (현 러시아) 정부는 체르노빌에 거대한 콘크리트 돔을 씌우고 36년간 그대로 유지해왔지만, 돔이 노후화되기 시작하자 2016년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약 2조 원을 들여 New Safe Confinement (NSC)라는 새로운 철근 돔을 덮었다. 원래, 소련 정부의 콘크리트 돔은 빗물을 흘려보낼 수 있게 설계해 중성자로 인한 핵반응을 둔화시킬 수는 있었지만, 이번에 새롭게 지어진 철근 돔은 빗물을 완벽히 차단하도록 지어졌다.
빗물을 차단함으로써 대부분의 지점에서 중성자의 숫자는 줄어들 거나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왔지만, 그런데 NSC 설치 후 ‘305/2’라고 명명된 폐쇄 원자로실에서 중성자 수가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성자 수가 늘어났다는 건 핵분열 진행을 의미한다.
영국의 핵 전문가 닐 하야트 셰필드대 교수는 “분열 반응은 굉장히 가파르게 가속화될 수 있으며 통제되지 않은 핵에너지의 방출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폭발이 일어나자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쓰인 지르코늄과 모래 같은 물질들이 우라늄 노심과 흑연으로 만들어진 각종 기계들과 섞이면서 녹아버렸는데, 이 녹은 액체가 원전 4호기 지하실에 들어가 Fuel-Containing Material (FCM)이라는 물질로 굳어버린 것이다. 현재, 170톤의 FCM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이는 다른 물질과 섞였음에도 불구하고 95%가 실제 노심으로 판명되었다. 이 말은 만약 핵융합의 영향으로 인해 물의 온도까지 높아져 FCM이 녹기라도 한다면, 대량의 방사능이 추가적으로 유출되는 피해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물론, 핵융합이 저절로 멈출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아무리 철근 돔이 폭발을 막을 수는 있어도 돔 안에는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로 채워지기 때문에 폭발한 다음에 대응책을 마련하기는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성자 흡수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이다. ‘가돌리늄’이라는 물질이 가장 대표적인 중성자 흡수성 물질이다. 방사능 오염이 너무 심해 직접 들어가 센서를 부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우크라이나 정부가 콘크리트 돔에 부착되어 있던 가돌리늄 스프링클러를 구동시키려고 했지만, 이 또한 내벽이 완전히 막혀버려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로봇을 이용한 다양한 해결책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부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고 체르노빌 원전 관계자 또한 핵분열 연쇄 반응의 위험성이 또한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혹시나 모르는 대비하기 위해 FCM 물질이 반응할 확률이 가장 높은 두여 곳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