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Illustration by Nicole ara baik lee 2012(이 아라) >
[객원 에디터 10기 / 박주하 기자] 어두운 독서실의 정적 대신, 은은한 커피 향과 적당한 백색 소음이 흐르는 카페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제 한국의 카페 풍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익숙한 모습이 되었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Z세대 구직자 10명 중 7명은 주 1회 이상 카페에서 공부한다고 답했으며, 또 다른 조사에서는 학생의 86%가 카페에서 공부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이 문화는 보편화되었다. 전국 10만 개가 넘는 카페 중 어디를 가더라도 노트북과 책을 펼친 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카페가 현대인의 주요한 ‘생산적 활동 공간’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굳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카페로 향하는 것일까? 이들이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주요 이유로는 ‘대화를 하거나 타자를 치며 공부할 수 있기 때문’, ‘집중이 잘 되기 때문’, ‘음료와 간단한 편의시설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 등이 꼽혔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문화는 개인과 지역 사회에 여러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다. 우선 심리적 측면에서 카페는 혼자 공부하면서도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함께 또 따로’의 공간이다. 독서실의 고립감을 해소하는 동시에 주변 사람들의 열중하는 모습이 서로에게 자극이 되어 학업과 업무 효율을 높이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카공족은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특히 동네의 작은 개인 카페들에게 이들은 매출의 하한선을 지켜주는 안정적인 단골 고객이 된다. 수요가 급격히 떨어지는 평일 낮 시간대를 채워주고, 장시간 체류 과정에서 디저트나 음료를 추가 주문하는 소비 패턴은 소상공인들에게 소중한 수익원이 된다. 문화적으로도 카페의 정의를 ‘음료를 마시는 곳’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생산적 공간’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거리의 카페마다 공부나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노출되는 것은 지역 사회 전반에 활기와 학습 동기를 부여하는 긍정적인 외부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카공 문화의 확산은 카페 운영자들에게 적지 않은 운영 부담을 안기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좌석 회전율의 저하다. 한정된 좌석을 보유한 카페에서 저렴한 음료 한 잔으로 수 시간 동안 자리를 차지할 경우 점주는 잠재적인 신규 고객을 놓치는 기회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이로 인해 휴식이나 대화를 위해 방문한 일반 손님들의 이용이 제한되고, 매장 운영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결국 점주 입장에서는 임대료와 전기료 등 고정비는 유지되거나 상승하는 반면 고객 1인당 평균 매출은 낮아지는 수익 구조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카공 문화가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일부 이용자들의 부적절한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점주들 사이에서 이른바 ‘카공 빌런’이라 불리는 비매너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장시간 자리 선점형’이다. 노트북과 소지품을 자리에 둔 채 식사를 하러 가거나 장시간 외출을 하며 실제 이용 시간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좌석을 점유하는 행위로, 다른 고객의 이용 기회를 박탈하는 대표적인 민폐 사례다. 둘째는 ‘소음 유발 및 주객전도형’이다. 카페 내에서 큰 소리로 화상 회의나 통화를 하며 소음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대화를 나누는 일반 손님들에게 조용히 해달라며 눈치를 주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휴식을 위해 카페를 찾은 손님들이 오히려 카공족의 눈치를 보며 속삭여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비매너 행위는 카페라는 공용 공간의 정체성을 훼손하며, 점주들 사이에서는 “커피 한 잔의 가격이 공간 사용료로 전환될 수는 있어도 타인의 권리를 침해할 권한까지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피해가 누적되자 카페 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된 이디야커피(Ediya) 일부 가맹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해당 매장은 ‘3시간 이상 이용 시 추가 주문’을 요청하는 안내문을 부착했는데, 이는 전기 사용과 좌석을 장시간 점유하는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 장치로 해석된다.
이 조치를 두고 여론은 극명하게 갈렸다. 많은 자영업자들은 “오죽하면 저런 안내문을 붙였겠느냐”며 대형 프랜차이즈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 데 대해 안도감을 표했다. 반면 일부 소비자들은 이용 시간 제한이 테이크아웃 고객과의 형평성에 어긋나고, 카페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해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논쟁은 카공 문화가 이미 사회적 합의의 영역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법적으로 제재하기는 어렵고, 단일한 조치로 해결하기도 힘든 애매한 사회적 갈등인 셈이다.
결국 카페가 휴식과 생산이라는 상충하는 가치를 함께 담아내는 공간으로 진화한 만큼, 카공 문화가 건강한 일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점주와 이용자 모두가 서로의 공간 사용 권리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성숙한 시민 의식과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