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가 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로 이전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로
청와대 구조의 비효율성
청와대, 안보 공백의 우려
[위즈덤 아고라 / 손유진 기자] 20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직후 바로 용산 집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하겠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들께 불편을 드리는 측면, 청와대를 온전히 국민께 개방하여 돌려드리는 측면을 고려하면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결정을 신속히 내리고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며 “어려운 일이지만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다.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의 의지를 헤아려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로 옮기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리고 원래 정부 서울청사 가까이에 있는 광화문 외교부 청사도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후보지였다. 그러나, 광화문으로 집무실이 이전된다면 경호 조치에 때문에 광화문 인근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제외됐다. 광화문은 교통량이 많은 지역인데, 대통령이 이동할 때마다 교통이 통제되면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광화문으로 집무실을 이전한다고 해도 청와대에 있는 일부 시설들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해 청와대를 완전히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힘들다고 밝혔다.
그에 비해 용산 국방부 청사는 국가 안보 지휘 시설 등이 구비되어 있어 청와대를 국민에게 완벽히 돌려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미 군사시설 보호를 전제로 개발이 진행되어 왔으니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되어도 추가적인 규제가 없어 시민들의 불편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게 되면 기존 국방부는 합참 (합동참모본부) 청사로 이전하게 되고, 합참 청사는 한미연합사의 평택 이전에 따라 남태령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에서는 집무실 이전 비용을 총 496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국방부의 이사와 리모델링 예산 118억 원, 비서실 이전 비용 252억 원, 경호처 이사 99억 원,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 비용 25억 원을 합산한 금액이다.
사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이전에 문재인 대통령도 과거에 광화문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공약한 적이 있었다. 미국에 백악관이 있는 것처럼 한국의 청와대는 상징적인 공간이지만 역대 대통령들이 집무실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청와대 구조의 비효율성 때문이다. 청와대의 주요 건물들은 대통령 집무실이 위치한 본관, 대통령과 가족들이 생활하는 관저, 참모들이 일하는 여민관이다. 문제는 본관과 여민관 사이의 거리인데, 이는 직선거리 500m로, 도보로 약 15분이 걸린다. 이러한 청와대의 구조는 신속한 소통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역대 대통령 중 대다수도 청와대의 구조에 불편을 느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삼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본관에 일부 비서진을 배치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여민관에 집무실을 별도로 설치해 사용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임기 초반에 청와대의 구조를 바꾸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도 집무실을 여민관으로 옮겼다. 여민관은 본관 집무실의 절반 정도 크기인 87m² 규모로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대통령 집무실을 비서동으로 옮긴 지 5년이 됐다. 제가 조금 전에 (집무실에서 비서동 사이의) 이동 시간을 확인했는데 뛰어가면 30초, 걸어가면 57초 정도 걸린다…”라고 전했다.
해외의 대통령 집무실들과 청와대를 비교했을 때 청와대의 구조적 문제점이 더 보인다. 미국 백악관은 대통령 집무실을 중심으로 부통령실, 비서실장실 등이 한 군데에 모여있어 대통령과 참모들이 가까이 있기에 효율적이다. 영국의 총리 집무실은 런던의 대로변인 다우닝가에 있고, 1층에는 비서실장이 근무하며, 2층에는 국무회의장이 있고, 3층에는 총리 관저가 있어 소통이 원활하다. 프랑스의 엘리제궁도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핵심 보좌진들의 사무실이 한 층에 모여있고, 일본 총리 관저도 총리 집무실과 관방 장관실, 비서관실이 한 층에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집무실 이전의 비용에 대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계산한 496억과 달리,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약 1조 1000억 원이 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준비 없이 이전을 강행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청와대 측에서는 “어느 때보다 안보 역량의 결집이 필요한 정부 교체기에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국방부 청사 이전으로 인한 안보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19~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응답자 58.1%가 ‘현 청와대에 집무실 있어야 함’이라고 답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찬성함’과 ‘잘 모름’을 선택한 응답자는 각각 33.1%, 8.7%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