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속 자율주행차, 한국은 2027년 자율주행버스 상용화 전망
[객원 에디터 7기 / 정동현 기자] 지난 7월 31일 서울 청계광장에서부터 세운상가 구간을 왕복하는 자율주행 버스에 대한 시범 주행이 있었다. 8인승의 자율주행 셔틀은 30분 정도 급속 충전 시 약 300km를 운행할 수 있는 고용량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로 현재 자율주행 3단계 수준의 기술이 적용되었다. 이번 시범 주행은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 정책(신기술과 신서비스의 원활한 시장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혁신성과 안전성을 바탕으로 시장진출의 기회를 주거나, 시간과 장소, 규모에 제한을 두고 실증테스트를 허용하는 ‘혁신의 실험장’을 의미)의 일환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과학기술부와 개인정보위원회는 정부가 2027년 ‘4단계 융합형 자율주행 상용화’ 목표로 정책 진행 중임을 발표했다.
자율주행은 운전자 개입 여부에 따라 총 5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자동차의 속도 유지와 차선 이탈을 방지하는 기술로 운전자를 보조해 주는 수준이며, 5단계는 운전자가 타지 않아도 주행이 가능한 수준을 말한다. 4단계 자율주행이란 운전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차량의 시스템이 스스로 도로 상황을 파악해 주행하는 단계다. 이번 자율주행 버스는 운전자가 함께 탑승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할 때 개입하는 3단계 정도의 수준에서 진행되었다. 현재 기술력으로는 자율주행 기술만으로 복잡한 도심을 온전히 운행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세운상가에는 길가에 주·정차된 차량이나 방치된 짐과 같은 장애물이 많고, 리어카나 역주행하는 오토바이 등 돌발 요소도 많은 곳이기 때문에 수동으로 운행하기로 서울시와 합의했다고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해 관련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각종 돌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사고율을 줄이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과기부는 얼굴 영상 등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제한한 실증 특례를 통해 영상 정보 원본을 활용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 노출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자율주행 AI의 성능과 안전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7년에는 완전 자율주행 버스가 상용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보다 앞선 지난달 7월 24일부터 제주시청과 서귀포시청을 왕복하는 첫 노선버스형 자율주행 공공버스 서비스가 제주자치구에서 운영을 시작했다. 이 서비스는 제주시청에서 서귀포 제1청사까지의 구간은 왕복 116km로 자율주행 대중교통 서비스 구간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구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갈길 먼 자율주행, 후발주자 중국의 약진
자율주행 업계 후발 주자인 중국은 올해 안에 완전 자율주행 택시가 운영에 들어갈 전망이다. 테슬라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자율주행 실험을 위해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올 4월 베이징에서는 아예 운전석이 없는 무인 자율주행 버스의 운행을 시작했다. 일반 도로에서의 자율주행 버스의 시범 운행도 허용했다. 자율주행 차량의 눈으로 불리는 거리 측정 장치 라이다(Lidar)는 중국업체 허사이(Hesai)의 제품이 전 세계 판매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 장비로 개발 초기 억대였던 것을, 중국 업체가 100만 원대까지 가격을 낮췄다.
자율주행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라이다는 과거 항공기에 사용할 용도로 개발된 센서로, 정교한 공간 분해능을 기반으로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레이더가 전차를 이용하여 물체와의 거리 및 형태를 측정한다면, 라이다는 레이저 빔을 이용하여 물체와의 거리 및 형태를 측정한다. 라이다는 레이저 펄스의 도달 시간을 측정하여 반사 시점의 공간 위치 좌표를 계산하며, 물체의 특성에 따라 레이저 빔이 반사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3차원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라이다는 레이저를 360도로 초당 수십 바퀴 회전시켜 전 방향을 감시하고 이미지화하는데, 이 방식에 따라 기계식 라이다와 고정식 라이다로 분류할 수 있다.
기계식 라이다는 틸팅 모터와 회전 모터로 거울의 방향을 바꿔 레이저의 방향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360도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구성이 복잡하고 전력 소모량이 높으며 진동에 민감하다는 단점이 있다. 고정식 라이다는 차량에 적용하기 적합한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전자식으로 회전시키기 때문에 시야가 줄어들지만, 모터와 같은 기계 부품이 없어 더 저렴하고 크기가 작다. 라이다를 선호되는 이유는 데이터 순환구조에 진입하기 위한 첫 발판으로 용이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라이다 센서를 통한 자율주행 시스템은 인식한 주변 환경의 이미지와 정밀 지도와의 대조를 통해 차량의 위치를 파악하고 경로를 예상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국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팀이 40nm 후면 조사형 CMOS 이미지 센서 공정을 기반으로 mm 수준으로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단광자 아발란치 다이오드(SPAD)’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일본의 Sony만이 90nm 후면 조사형 CMOS 이미지 센서 공정을 기반으로 SPAD 기반 라이다 제품화에 성공해 애플 제품에 공급하고 있다. Sony의 SPAD는 학계에서 보고된 후면조사형 단광자 아발란치 다이오드보다 우수한 효율 특성을 갖고 있지만 약 137~222ps의 타이밍 지터 성능을 보여 단거리·중거리 라이다 응용에서 요구되는 사용자 구분, 제스처 인식 및 사물의 정확한 형태 인식을 구현하기에 부족했다.
KIST가 개발한 단광자 센서 소자는 타이밍 지터 성능을 56ps로 2배 이상 크게 향상했으며, 거리 분해능 또한 약 8mm 수준까지 향상돼 단거리·중거리용 라이다 센서 소자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SK 하이닉스와의 공동연구를 통해 양산용 반도체 공정인 40nm 후면조사형 CMOS 이미지 센서 공정을 기반으로 SPAD를 개발했기 때문에 즉각적인 국산화 및 제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며, 한국 자율주행차 분야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방면에서 자율주행차 시장은 갈길이 멀다. 첨단 모빌리티 분야는 미국이 최선봉에 있으면서 그 뒤를 EU, 중국, 일본이 뒤쫓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2030년경 본격적인 자율주행차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 보인다. 현재 기술적인 개발뿐 아니라, 법 제도적인 측면에서 운전석에 사람이 타지 않은 상태에서의 운행은 불법이기 때문에 도로교통법 개정이 시급하다. 또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문제로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안전사고 예방 대책 또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