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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 오피오이드 중독 美 원주민, 제약사 등과 7천억원대 합의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최소 45만 명 사망

원주민 1인당 오피오이드 남용 비율 가장 높아

존슨앤드존슨 이번 합의 “회사 측 책임 인정하는 것 아니다”

< PIXABAY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미국의 원주민 부족들이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중독 사태와 관련해 대형 제약사 등으로부터 총 약 7천억 원의 합의금을 받기로 했다. 제약업계가 원주민들에 거액의 합의금을 주기로 한 것은 이들이 오피오이드 중독 피해를 가장 크게 겪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진통제는 1980년에서 1990년 사이에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처방되었다. 고통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 단순한 치료 목적에서 반복 사용될 경우 중독성이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러자 제약 회사들도 오피오이드 계열 제품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중 가장 유명한 옥시콘틴(Oxycontin)은 의사들의 처방이 급증했고 오피오이드는 만성질환 환자들에게 만병통치약처럼 쓰였다. 

퍼듀제약 등 제약사들은 1990년대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의사들이 손쉽게 오피오이드를 처방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미국 역사상 최악의 공중보건 혼란이 벌어졌다. 실제로 오피오이드는 만성 통증 치료에 특히 효과적이지 않았다. 장기간 사용하면 약물에 대한 내성이 생기고 통증에 더욱 민감해졌으며 중독성이 적다는 주장 또한 사실이 아니었다.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미국에서 1999년 이후 지금까지 최소 45만 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중 36%는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오피오이드 때문에 죽었다. 처방 이후 강한 중독성 때문에 불법 헤로인에 빠진 사례도 많다. 원주민들은 오피오이드 중독으로 사망할 확률이 50%나 높았으며, 합의문에 인용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현재 미국의 모든 인구그룹 가운데 원주민들의 1인당 오피오이드 남용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다양한데, 식민지화, 세대 간 정신적 충격, 의료 보건 시설 접근성 감소가 원인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식민지화는 역사적 트라우마가 돼 그 당시 사람들뿐 아니라 그다음 세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집단이 상처를 받으면 거기서 벗어나는 여러 가지 탈출구가 필요하게 되며 그렇기 때문에 오피오이드와 비슷한 마약성 제품들에 더 취약하다는 것이다. 또한 오피오이드 치료제의 중독성의 대한 교육 또한 문화적으로 적합한 의료 접근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더 오랜 기간 동안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3대 의약품 유통업체들도 참가한 합의에는 존슨앤드존슨이 1억 5천만 달러를, 유통업체들이 4억 4천만 달러를 각각 지급하게 된다. 존슨앤드존슨 등을 상대로 한 이번 소송에는 미 원주민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400개 이상 원주민 부족과 원주민 단체들이 참여했다. 

존슨앤드존슨 측은 이번 합의는 “회사 측이 어떠한 책임이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최종 합의가 나지 않은 다른 소송을 계속 방어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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