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찾아 상경한 청년들, 정말 삶의 질은 나아졌을까?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서울로 향하는 청년들, 일자리와 외로움 사이에서 갈등하다

[객원 에디터 9기 / 정한나 기자] 많은 지방거주 청년들이 익숙했던 고향, 가족이 있는 도시를 떠나 수도권으로 향한다. 더 나은 일자리, 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서이다.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약 60만 명의 청년이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수도권에는 1000대 기업의 73.6%가 모여 있고, 전체 사업체의 절반 이상이 집중되어 있다. 실제로 수도권으로 떠난 20대 청년의 취업률은 지방에 남은 또래보다 약 6% 포인트 높고, 평균 연간 소득 역시 700만 원 가까이 더 높다. 이 같은 통계는 분명 매력적이다. 지방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전공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거나, 대기업 본사나 유망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은 청년들에게 수도권은 ‘꿈의 무대’로 보인다. 

하지만 높은 월급이 곧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수도권에서의 삶은 높은 집값과 생활비, 긴 출퇴근 시간으로 이어진다. 주택 면적은 지방에 비해 평균 3.8㎡가량 좁고,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의 주거 관련 부채는 비수도권 청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실제로 수도권으로 이주한 청년의 평균 부채는 2,642만 원으로, 지방에 남은 청년(909만 원)보다 1,700만 원 이상 높았다.

출근에만 하루 1~2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다. 통근 시간이 30분을 넘는 경우가 60%에 이르고, 1시간 이상 출퇴근에 매달리는 청년도 20%를 웃돈다. 이처럼 빡빡한 일과 속에서 동료와 친분을 쌓고, 취미를 즐길 여유는 점점 사라진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20대 청년 정윤아(26) 씨는 2년 전 전남 순천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대학 졸업 후 지방에서는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금은 서울 마포의 한 스타트업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다. 월급은 이전 아르바이트 때보다 두 배 넘게 올랐다. 하지만 생활은 전보다 훨씬 힘들다. 

“월세, 교통비, 식비까지 다 합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어요. 퇴근하면 너무 피곤해서 사람 만날 기운도 없고, 주말엔 그냥 혼자 방에 있어요.” 

정 씨처럼 수도권으로 온 청년들은 높은 생활비, 고독, 인간관계 단절이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2024년 4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비수도권에 살 때보다 소득은 늘었지만 ‘삶의 만족도’는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선 친구도 있고 가족과도 가까워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꼈지만, 수도권에선 그러한 기반이 사라진다.

한편,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고향에 남은 청년들도 불안을 느끼고 있다. 기회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에 사는 대학생 김민재(23) 씨는 졸업 후 취업을 생각하면 걱정이 먼저 든다고 했다. 

“제 주변에도 대부분 서울이나 부산으로 가요. 지역에 남고 싶어도 좋은 일자리가 거의 없어요. 공무원 시험 말고는 선택지가 너무 좁아요.” 

이처럼 청년들은 수도권에 가면 외롭고, 지방에 남으면 불안한 상황에 놓여 있다. 어디에 있어도 완벽한 해답은 없는 셈이다. 문제는 이처럼 청년들이 떠난 지역은 점점 더 활력을 잃어간다는 데 있다. 사람이 빠져나가면 기업도, 문화도 줄어들고, 결국 지역 전체가 쇠퇴하게 된다. 

낯선 도시에서 주변에 의지할 가족이나 오랜 친구가 없는 상황은 외로움을 키운다. 작은 방 안에서 혼자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사람들과의 만남도 줄어든다. 이러한 생활 패턴은 청년들의 정서적 안정감을 해치고, 번아웃 경험률을 지방에 남아있는 청년보다 12% 포인트나 높인다.

또한 자신의 건강 상태를 ‘좋다’고 응답한 비율이 지방 청년보다 6%만큼 낮았고,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의료·문화·교육 인프라는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지만, 오히려 삶의 만족도는 떨어지는 역설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청년들을 지역에 붙잡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청년 월세 지원, 지역 정착 지원금,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정책이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전에서 활동 중인 청년단체 ‘리턴시티’의 박지우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정책이 있어도 접근성이 너무 낮아요. 정보도 부족하고,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실제로 혜택을 받는 청년은 많지 않아요. 더 많은 청년들이 직접 정책을 설계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해요.”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히 일자리만은 아니다. 안정적인 소득과 함께, 사람들과 연결되고, 자기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도시를 원한다. 예술 공간, 소규모 창업 기회, 청년 커뮤니티 같은 것들이 모두 중요하다. 지방이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는 청년이 머물고 싶어지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이 아닌 곳에서도 삶이 의미 있고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경험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청년은 사회의 미래인만큼, 이제는 단순한 지원금을 넘어서, 청년들이 지역에서든 수도권에서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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