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단 한번 목도한 개기월식·천왕성 엄폐의 원리
개기월식·천왕성 엄폐란?
지난 11월 8일 국내에서 동시 관측
‘200년 뒤’에 다시 볼 수 있는 진귀한 광경
[객원 에디터 4기 / 박다빈 기자] 지난 8일 우리 밤하늘에서 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가 동시에 관측되는 이벤트가 있었다.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져 붉게 빛나는 달이 다시 천왕성을 가리는 이 신기하고 희귀한 천문현상은 국내를 기준으로 오후 7시 16분부터 8시 41분까지 관측되었다. 개기월식은 맨 눈으로도 관측이 가능하지만 이 날의 천왕성처럼 천체가 천체 뒤로 숨는 ‘엄폐 현상’은 관측을 위해 천체망원경이 필요하다.
월식은 개기월식과 부분월식으로 나뉜다. 달이 지구의 본 그림자 속에 들어가는 것을 개기월식이라 하고, 지구의 본 그림자와 반 그림자 사이에 들어가는 것은 부분월식이라고 한다.
월식 자체는 매년 2회가량 일어나는 현상이기에 관측이 크게 어려운 현상은 아니다. 하지만 개기월식으로 한정할 경우 우리나라에는 지난해 5월 26일 이후 약 1년 반 만에 관측되는 것이다. 이번 월식은 달이 지구 본그림자에 부분적으로 가려지는 부분식부터 시작됐는데, 달은 지구보다 약 5도 기울어진 궤도로 공전하기 때문에 보름이지만 월식이 일어나지 않는 달도 있다. 개기월식이 일어날 때는 평소 하얀색을 띠는 달과는 다른, 붉은색을 띠는 달을 관측할 수 있다. 이는 지구 대기를 지나 굴절된 태양빛이 달에 도달할 때 산란이 일어나면서 붉은빛만 통과해 달을 비추기 때문이다.
엄폐는 멀리 있는 천체가 가까이 있는 다른 천체에 의하여 가려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면 달과 같이 시직경(지구의 관측자가 본 천체의 겉보기 지름)이 큰 천체 뒤로 목성 등의 시직경이 작은 천체가 숨는 현상이다. 따라서 엄폐가 이루어지면 엄폐된, 즉 숨는 행성을 잠시나마 관측할 수 없게 된다. 월식과 비교한다면 행성의 엄폐는 15000년 간 500회도 채 일어나지 않았던, 훨씬 희귀한 현상이다. 개기월식과 동시에 진행된 이번 천왕성 엄폐의 경우 개기월식이 일어난 달에 의해 천왕성이 엄폐되는 현상이었다.
월식과 행성 엄폐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상은 백 년에 한두 번 정도 일어난다. 지난 200년 사이 지구상에서 관측된 월식과 행성 엄폐의 동시 발생은 단 네 차례에 불과했다고 한다. 그리 오래되지 않은 2014년에 마지막으로 일어났지만, 이때는 국내에서 관측할 수 없었다. 천문 현상은 국가의 위치에 따라 관측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 과천과학관에서는 희귀한 이번 현상에 맞추어 특별관측회를 열고 시민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개기월식과 천왕성 엄폐를 관찰할 수 있게 무료로 유튜브 생중계를 진행하였다.
8일 밤 한국 곳곳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늘을 관측하고 찍은 사진을 SNS 등에 공유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날처럼 두 천문현상이 함께 일어나는 현상은 우리의 생애 동안 다시 보기 힘들 예정이다. 다음 시기는 76년 후인 2098년 10월 10일(개기월식)과 114년 뒤인 2136년 3월 18일(부분월식)로 예상되지만, 2014년의 현상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는 관측되지 않는다. 학계에서는 향후 200년 안에 한국에서 두 천문현상을 동시에 관측할 수 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 과천과학관 박대영 천문우주 팀장은 유튜브 중계에서 “월식과 천왕성 엄폐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는 (지난) 1600년부터 (오는) 2300년까지 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밖에 없는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며 “오늘 날씨가 맑다.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았다면 평생 동시에 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