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림픽 코앞 베이징엔 ‘찬바람’
올림픽 기념품 가게는 텅텅…
평창과 달라진 올림픽 후원 기업들, 중국서만 조용히 홍보
[객원 에디터 2기 / 박성우 기자] 약 4년 전부터 거액을 들여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식 후원사 계약을 따냈던 다국적 기업들이 막상 다음 달 4일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마케팅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축제를 즐기려는 사람들에 비해 오미크론 확산으로 베이징의 분위기는 여전히 뒤숭숭하다.
왕푸징에 위치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공식 기념품 가게’에도 방문객이 많지 않다. 매장에서는 올림픽 마스코트가 새겨진 가방, 배지, 볼펜부터 골드바까지 다양한 기념품이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가 곧 시작되는 데다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매장 안은 한산한 분위기다. 사실상 올림픽 특수가 사라진 것이다. 이처럼 예상보다 차분한 매장 분위기는 동계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거대한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가을 열리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 대표대회(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이 확정되는 만큼 올림픽은 사전 축제의 성격이 강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목표도 있었다. 하지만 서방세계의 잇단 보이콧 움직임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서 베이징의 분위기는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또한 중국의 희망과 달리 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선정된 기업들이 올림픽을 앞두고 적극적인 마케팅 없이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공식 스폰서인 비자카드는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개막 100일 전부터 트위터에 카운트다운을 표시했고 코카콜라와 P&G도 대규모 TV광고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달랐다. 코카콜라 등 미국의 후원사들은 미국 내 전국 단위 광고를 자제하고 있으며 중국 소비자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는 2018년 가을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4차례 올림픽 후원 계약으로 4억 유로를 썼다고 알려졌으나 이미 지난해부터 광고 축소를 검토했다.
WSJ는 후원사들이 최근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국제 여론 때문에 적극적인 마케팅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오메가 등 일부 기업들은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오메가는 베이징 올림픽 기념 모델을 출시하면서 정치 문제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미국이 가장 먼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고,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잇따라 동참하면서 각국 인권 단체들도 올림픽 후원사를 압박하고 있다. 후원사들은 광고를 하자니 국제적인 여론이 신경 쓰이는 상황이고, 중국 내 광고마저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