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죽기 직전 지난 삶,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美연구팀 우연히 심장마비로 죽은 환자의 죽기 직전 뇌파 촬영

감마 뇌파 패턴 발견.. 기억회상, 꿈, 등 높은 인지 기능에 관여

“죽기 직전 삶의 중요한 마지막 기억 회상하는 걸 수도 ”

<PIXABAY 제공>

[위즈덤 아고라 / 김규인 기자] 죽기 직전 지난 삶의 중요한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는 말이 사실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과학적 증거가 포착됐다. 

23일 BBC 방송 등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루이빌대 연구팀은 뇌전증(간질)에 걸린 87세 환자의 뇌파를 측정하던 도중 이 환자가 예상치 못하게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하면서 그의 뇌파가 약 30초가량 꿈을 꾸거나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같은 패턴을 따른다는 것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사망 당시 측정한 뇌 활동 900초 가운데 심장박동이 멈춘 전후 30초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조사했다.

<뇌전증(간질)에 걸린 87세 환자의 뇌파를 측정하던 도중 이 환자가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사망하면서 그의 뇌파가 약 30초 가량 꿈을 꾸거나 기억을 떠올리는 것과 같은 패턴을 확인했다.  – 데일리메일 캡처>

분석 결과, 환자의 마지막 순간에 감마 뇌파를 비롯해 알파·베타·델타 등 다양한 유형의 뇌파가 변화했으며, 여러 뇌파 간의 상호 작용은 뇌로 흐르는 혈액이 멈추고 나서도 계속됐다. 뇌파는 살아있는 인간에서 볼 수 있는 뇌의 활동 패턴으로 감마를 포함한 다양한 유형의 뇌파는 기억회상, 꿈, 명상, 정보처리 등 높은 인지 기능에 관여한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아지말 젬마 박사는 당시 캐나다 밴쿠버에 본부를 둔 연구팀이 죽어가는 뇌의 뇌파를 최초로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우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전적으로 우연이었고, 우리는 애초 이러한 계획조차 없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중요한 삶의 마지막 기억을 회상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젬마 박사는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추억들을 볼 수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만약 뇌가 플래시백을 한다면 아마 나쁜 것보다는 좋은 것을 상기시켜주고 싶을 것이라고 추측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미 연구원들은 젬마 박사의 뇌전증 환자에서 발견된 것처럼 쥐의 심장이 멎은 지 30초 동안 높은 수준의 뇌파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실제로 환자가 과거를 회상했는지 증명할 수 없고 또한 간질 환자라는 특수성이 있어 이번 한 번의 연구로 광범위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젬마는 “두 연구 사이의 유사점은 매우 놀랍다”면서 “이번 뇌파 촬영 성공으로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다른 연구의 문이 열리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번 연구로 언제 심장이 뛰는 것을 멈추거나 뇌가 기능을 멈추는지 등 생명이 정확히 언제 끝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누구나 죽음 이후를 궁금해한다. 죽으면 모든 것이 소멸하는지, 사후세계가 종교에서 말하는 천국이나 지옥과 같은지, 사후에 영혼이 육신을 떠나 어디로 가는지. 직접 경험하지 않는 한 뭐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죽음 이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삶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과학적인 죽음 연구를 바탕으로 2018년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라는 책을 펴낸 정현채 서울의대 명예교수는 죽음을 공부하며 “죽음을 내포한 생명의 본질과 의미”를 깊이 인식하고 “주어진 삶을 더욱 충만하게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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