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 시행, 꿈과 현실사이
주 4일제, 4차산업혁명에 맞춰 도입요구
배달의 민족, 카카오게임즈, 등 일부 기업들 주 4일제 시작
해외 사례, 아이슬란드 성공적
[위즈덤 아고라 / 임서연 기자] 지난 27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재명 후보가 주 4일제 도입을 언급하면서 주 4일제 근무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 4일제란 현행 법정근로시간인 주 40시간을 주당 32시간까지 축소하자는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간다운 삶과 노동 시간 단축을 위한 주 4일 근무제는 언젠가 해야 할 일”이라며 “장기적인 국가과제가 되겠지만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가급적 빨리 도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1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1호 공약으로 전 국민 주 4일제 도입을 제시했다. 심 후보는 여건이 되는 대기업·공기업부터 우선 시행하고, 중소기업과 하청업체가 뒤 따르고, 특수고용 노동자·자영업자가 그다음을 이어가는 단계적 시행론까지 제시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이 후보를 비판했다. 28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후보가 말하는 주 4일제의 달콤한 가면을 찢으면, 임금 삭감과 함께 기업 경영 환경 열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당연하게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같은 날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며 “근본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그저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설익은 선동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주 4일제 언급에 논란이 커지자 이날 이재명 후보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1 로보월드 행사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당장 대선공약으로는 이르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사례
‘주 4일제’가 대통령 선거 주요 공약으로 부상하며 전부터 이를 도입한 일부 IT기업의 실험이 재주목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배달의 민족’은 2015년부터 주 4.5일제를 시행 중이다. 매주 월요일 오후 1시 출근이 원칙이며 평일에만 할 수 있는 개인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배달의 민족에 재직 중인 직장인 박정연 씨는 “토일월 2박 3일로 온전히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며 “동료들도 월요일 오전에 은행 등 개인 업무를 보거나 운동 등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라고 말했다.
주 4일제 바람은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카카오 게임즈는 한 달에 한번 있던 ‘놀금’ 제도를 지난 4월 격주로 확대했으며 매주 월요일엔 오전 10시 30분 출근을, 금요일엔 오후 5시 30분 조기 퇴근을 시행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회사 에네스티는 지난 2010년 처음 주 4일제를 도입했다. 에네스티 용민기 마케팅 1팀 부장은 주 4일제를 시작한 이후 “매출이 떨어지거나 조직이 어수선해지는 문제는 없었다”며 오히려 매출이 10년 연속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사가 “워라벨, 가족과의 시간 등을 중요시하는 기업으로 알려지면서 지원자가 크게 늘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물류 업무 특성상 타 기업의 스케줄에 맞춰야 할 시 불편한 상황이 초래된다며 아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해외 사례
덴마크와 스웨덴 등 북유럽 일부 국가들은 이미 주 4일 근무제를 법제화했고, 올해 여름, 아이슬란드가 주 4일제를 시범 도입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냈다고 평가받았다. 아이슬란드 근로자들은 주 4일제 근무를 실시하면서 연봉은 그대로 받았는데, 대부분이 주 40시간에서 약 35~36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이미 스웨덴에서도 근무 기간 단축이 시범 운영되고 있고 스페인과 일본에서도 비슷한 실험이 진행 중이다.
△주 4일제 국내 여론
주 4일제가 언급이 된 이후, 해당 방안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 8월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성인 4155명을 대상으로 주 4일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83.6%가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휴식권 보장과 워라벨 문화 장착’, ‘충분한 재충전을 통한 업무 효율 향상’, ‘건강 관리’, ‘휴일 증가로 인한 내수 진작과 경제 성장’등이 있었다. 반면,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대한민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서는 응답자 48.5%가 주 4일 근무제 도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해당 제도 도입에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37.1%, ‘잘 모름’으로 답한 비중은 14.4%로 나타났다. 주 4일 근무제 도입을 주저하는 이유로는 “업무 일정을 맞출 수 없을 것(57.1%)”, “생산성 저하(41.6%)”, “업종 특성상 도입이 어렵다(39.9%)”가 차지했다.하지만 20대(49.8%), 30대(58.8%), 광주전라(40.9%), 진보 성향(54.7%)에서는 주 4일제 찬성 답변이 우세했다. 여론도 주 4일제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대한민국 노동시간이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길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노동시간은 190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멕시코 (2124시간)와 코스타티카(1913시간)에 이어 1687시간으로 3위에 올랐다. 우리나라는 2018년 7월 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전까지 시간외근무 시간을 포함한 1주일 최대 노동시간은 근로기준법상 52시간, 최대 68시간까지 허용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휴일근무는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라고 한 행정해석을 수정하여 1주일간의 법정근로시간 40시간을 기준으로,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하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 기준에서 한국의 노동시간은 긴 편에 속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 후보들의 발언으로 주 4일제가 연구적 논의에서 정책적 논의 단계로 넘어온 것이라고 봤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유력 대권주자가 주 4일제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주 4일제가 화두라는 이야기”라며 주 4일제에 대해 논의해 볼 시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연구위원은 “주 4일제가 도입되지 않더라도 근무시간, 근무형태 등 각 영역별로 활발하게 논의가 되는 것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라며 이 같은 논의가 노동의제 쟁점화에 상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