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전염병의 배달부: 벼룩과 파리 – 작은 생명체의 영향력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김채희 기자] 한때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사망에 이르게 한 흑사병(Black Death)은 중세시대에 인간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꾼 비극적인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 놀라운 점은 이 거대한 재앙을 일으킨 주범이 아주 작디작은 곤충들이라는 사실이다. 중세 유럽을 강타한 흑사병은 벼룩이 주요 매개체였다. 한편, 현대 도시에서 파리는 또 다른 질병의 은밀한 전파자로 주목받고 있다. 

페스트는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라는 세균이 원인이다. 이 병원체는 주로 쥐 같은 설치류의 피 속에서 자라며, 그 피를 빠는 벼룩이  세균을 몸 안에 갖게 된다. 벼룩이 다른 동물을 물면서 감염은 확산된다. 특히 감염된 벼룩은 장이 세균덩어리로 막혀 계속해서 다른 동물을 물게 되며, 그 과정에서 세균을 피 속에 주입한다. 이 과정을 통해 인간에게도 감염이 퍼지게 된 것이다. 감염된 사람은 림프절 부종, 고열, 출혈성 피부반점 등 치명적인 증상을 겪고 며칠 내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전해진다. 특히 일부 환자의 경우 세균이 폐로 전이되어 폐 페스트로 발전하여 사망률을 높였다. 페스트균(Y.Pestis)이 흡입될 경우 발생하는 것이 폐 페스트이다. 폐 페스트균이 확산되는 경로는 여느 다른 바이러스와 같이 사람끼리의 접촉, 기침, 재채기 등으로 퍼지게 된다. 폐 페스트는 흡입을 통해 퍼지게 되기 때문에, 에어로졸 형태(기체 중에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형태의 미세한 입자)로 만들어진다면 의도적으로 퍼뜨릴 수 있다. 물론 이는 극히 제한된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다. 

페스트의 확산 경로로는 단순한 곤충의 물림을 넘어서 생태계의 연쇄적 관계를 드러낸다. 먼저 설치류 쥐는 도시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번성하며 벼룩은 설치류의 피를 빨며 서식한다. 도시 위생이 나쁠수록 쥐가 많고, 따라서 벼룩도 같이 많아진다. 그 후 감염된 벼룩이 사람을 물며 질병이 인간 사회로 들어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동물, 곤충, 인간의 전염 경로는 현재도 신종 감염병 전파의 일반적인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페스트 유행 시기 유럽의 위생 상태는 매우 열악했다. 상수도 시설과 하수도 시설이 매우 부족하여, 길거리에 오물과 쓰레기가 방치되었고, 악취가 심했다. 공중위생에 대한 개념도 희박하여, 전염병이 쉽고 빠르게 확산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었다. 또한, 페스트가 발병했던 시기는 지구가 역사적으로 가장 추웠던 시기로 기록된다. 춥고 음습한 기후 탓에 농작물 재배가 많이 어려워지면서 인간들이 섭취할 음식들이 없어지면서 그들의 면역력은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다. 이것도 페스트가 빠르게 퍼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에 하나이다.

벼룩이 페스트 전염의 주범이었다면, 파리는 또 다른 위협적인 질병 벡터다. 특히 집파리는 더러운 환경에서 살아가며, 표면이나 발, 날개에 세균을 붙이고 다니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파리는 독특한 섬모구조가 있다. 그것은, 다리는 물론 몸 전체에 가느다란 털이 잔뜩 붙어있다. 이 털에 세균이 묻으면 이를 그대로 싣고 날아가 파리가 앉은 모든 곳에 세균을 퍼뜨릴 수 있는 형식이다. 또한 스티븐 셔스터 교수에 따르면, 그들의 다리와 날개는 파리 몸체에서 가장 높은 미생물군 다양성을 보여주는데, 이는 박테리아가 파리를 공중화물기를 사용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설명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파리는 사람의 음식에 앉기만 해도, 이질균, 살모넬라, 대장균 등 각종 병원균을 전염시킬 수 있다. 파리가 앉은 장소의 미생물 샘플의 DNA 분석을 통해, 단 몇 초의 접촉으로도 수십 종의 병원균이 이동할 수 있음을 밝혔다. 특히 집파리 같은 경우에는 새끼 양육을 위해 배설물과 부패한 유기체를 활용하기 위해 비위생적인 물질들이 많이 노출된다. 파리는 이로 인해 동물들과 인간들에게 박테리아를 나르게 된 것이다. 

최근 페스트 사례는 주로 아프리카와 미국에서 발생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에서는 2017년에 대규모 유행을 했고, 미국에서는 매년 페스트 감염 사례가 발생하며, 특히 농촌 지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올해 7월 15일에는 미국 애리조나 주에서 페스트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사람 간의 접촉으로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사망자는 페스트에 걸린 동물 시체와 접촉한 후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자들은 이 파리의 특성을 이용해 질병 추적 기술을 개발 중이다. 파리가 앉은 표면에서 어떤 병원체가 검출되는지를 파악해, 특정 지역에 감염병이 확산되고 있는지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상하이대학교 연구팀은 병원, 학교, 주거지, 공원 등 다양한 도시 환경에서 채집한 집파리의 체표를 대상으로 메타제놈 시퀀싱을 수행해, 파리가 어떤 항생제 내성 유전자(ARGs)와 병원성 세균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인구 밀집도와 인간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 채집된 파리일수록 B-락탐, 테트라사이클린 등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세균 운전자가 더 많이 검출되었고, 다양한 병원균도 함께 검출되었다. 이는 파리가 주변 환경의 위생 상태와 세균의 확산을 보여주는 움직이는 생물학적 센서처럼 활용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며, 도시의 질병 위험을 사람을 해치지 않고 미리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질병 예측과 대응, 그리고 전염병 발생 초기 차단을 위한 감염병 생태 감시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곤충을 이용한 질병 통제의 역사도 길다. 20세기 초, 미국 보건당국은 말라리아와 황열병을 줄이기 위해 대규모 파리 퇴치 캠페인을 벌였다. 예를 들어, 도시 내 하수 정비, 쓰레기 처리 개선, 그리고 살충제 사용 등이 있다. 오늘날에는 친환경 살충제, 유전자 조작된 불임 파리 방출, 생물학적 방제 등 첨단 생명공학이 동원된 대안적 방제 방식도 사용되고 있다. 

벼룩과 파리 같은 곤충은 작지만, 그 영향력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해충의 역할을 계속해왔다. 벼룩과 파리는 단순한 해충이 아니라, 인류 질병사와 현재의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생물학적 지표가 되고 있다. 이 작은 생명체들과의 싸움은 단순한 소독이나 방제가 아닌, 인간과 환경이 맺는 관계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21세기에도 우리는 이 작은 생명체들과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위즈덤 네이처] 뇌는 우리의 사고, 감정, 기억을 조율하는 아주 복잡한 기관입니다. 끊임없이 변하고 학습하며, 때로는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우리를 형성하는 뇌를 이해하기 위해, 신경과학은 오랜 세월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해 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질문이 남아 있으며, 과학자들은 오늘도 그 비밀을 풀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뇌과학이 던지는 흥미로운 질문들을 탐구하며 우리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깊이 들여다보려 합니다. 신경과학이 밝혀낸 놀라운 발견과 아직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통해, 뇌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함께 고민해 보는 칼럼을 연재하고 싶습니다. 위즈덤 아고라 김채희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우리의 뇌를 만나보세요.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