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루슈디, 美강연서 피습…이슬람 분노한 ‘악마의 시’ 뭐길래
범인, 현장서 체포…루슈디 한 쪽 눈 실명 가능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으로 살해위협 받아
“발언과 생각의 자유에 대한 공격”
[위즈덤 아고라 / 우연주 기자] ‘악마의 시(The Satanic Verses)’로 유명한 영국의 작가 살만 루슈디가 미국 뉴욕에서 강연을 하던 도중 피습을 당했다.
루슈디는 사건 직후 헬기에 실려 지역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범인은 현장에서 붙잡혔다.
AP통신 등 미국 매체들이 보도에 따르면 현재는 인공호흡기를 떼고 대화도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되었지만 한쪽 눈을 실명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슈디는 1988년 출간한 ‘악마의 시’로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에 휩싸였다. ‘악마의 시’ 내용 중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와 초기 무슬림을 정면으로 모욕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제이슨 슈미트 뉴욕주 셔터쿼카운티 지방검사장은 피의자의 범행 동기를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루슈디가 이슬람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소설에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등장하는데, 그가 초기 아랍인들에게 이슬람을 전파하려고 잠시나마 이슬람 유일신 신앙을 포기할지 고민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칙과 신앙 사수를 위한 무함마드의 깊은 고뇌를 표현한 장면이지만, 무슬림 사회는 무함마드를 유약하게 표했다고 반발했다.
이슬람권 국가 대다수가 이 책을 금서로 지정한 것은 물론,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무슬림들에게 루슈디는 물론 이 책의 출판에 관여한 누구라도 살해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선포했다.
실제로 루슈디의 책을 번역한 이들에 대한 테러가 발생하기도 했다. 1991년 일본 쓰쿠바대 교정에서 발생한 ‘악마의 시’ 일본어판 번역가 이가라시 히토시 피살 사건, 또는 노르웨이판 ‘악마의 시’를 낸 윌리엄 니가드가 노르웨이 오슬로 자택 근처에서 세 차례 피격당한 일이 있었다.
루슈디는 영국 정부의 보호 아래 오랜 기간 도피 생활을 했다. 루슈디 목에는 330만 달러 이상의 현상금이 걸리기도 했다. 그는 2000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루슈디의 피습 사건에 대해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거나 말하거나, 쓸 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루슈디 피습 사건에 그가 이끌던 표현의 자유 옹호단체인 ‘펜 아메리카’는 미국에 거주하는 작가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며 “충격적이고 끔찍하다”라고 비판했다.
뉴욕주를 지역구로 둔 척 슈머 민주당 상원의원도 성명을 내고 “발언과 생각의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탄했다.
반면, 이란 측은 루슈디가 당한 일에 대해 “신의 복수”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란 정부 차원의 공식 메시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모하마드 마란디 이란 핵협상팀 고문은 “이슬람을 향해 증오와 경멸을 끝없이 쏟아낸 작가를 위해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범행을 저지른 마타르는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시아파 무슬림으로 루슈디의 목과 복부를 흉기로 10여 차례 찔러 2급 살인미수와 2급 폭행 혐의로 기소됐다. 2급 살인미수로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2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