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끊었더니 뇌가 10년 젊어졌다? 디지털 디톡스 실험의 놀라운 결과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현대인의 뇌를 갉아먹는 인터넷 사용. 과연 우리는 얼마나 중독되어 있을까?

[객원 에디터 9기 / 정한나 기자] 하루에 수 시간씩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현대인. 특히 SNS나 유튜브처럼 끊임없이 자극을 주는 플랫폼은 사용자의 집중력, 수면, 정서에 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실제로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면 우리 뇌와 정신 건강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미국 뉴욕대학교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대규모 실험 연구는 이 질문에 구체적인 답을 제시했다. 실험은 국제학술지 PNAS Nexus에 게재됐으며, 단 2주간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정신적 효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연구진은 단 2주간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 것만으로도 참가자들의 집중력, 감정 상태, 수면 습관 등이 뚜렷하게 좋아졌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단기간의 디지털 거리 두기가 단순한 기분 전환을 넘어, 실제로 뇌의 인지 기능과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확실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연구진은 이 효과가 일반적인 항우울제 치료보다도 크며, 노화로 인한 뇌 인지력 저하 10년분을 상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에는 평균 나이 32세의 스마트폰 사용자 467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각각 2주 동안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제한하거나 허용하도록 했으며, 4주에 걸쳐 두 그룹이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실험을 반복했다. 참가자들은 일정 기간 소셜미디어,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등 주요 앱에 접속할 수 없도록 설정된 차단 앱을 설치하고 일상을 보냈다. 그동안 연구진은 정기적으로 참가자들의 정신 건강 상태, 주의력, 수면 시간, 스마트폰 사용량 등을 측정해 변화 양상을 분석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정신 건강 지표에서 나타났다. 인터넷 사용을 차단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참가자들은 눈에 띄게 긍정적인 정서 상태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분이 가벼워졌다는 응답이 늘었고, 삶에 대한 만족감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소셜미디어에 자주 접속하고 ‘온라인에서 소외될까 봐 불안해하는 경향이 높았던 사람들일수록’ 인터넷을 차단했을 때 훨씬 더 큰 심리적 안정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끊임없는 연결 상태가 오히려 불안을 키우고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해석했다. 

인지 능력 면에서도 뚜렷한 개선이 관찰되었다. 연구 참가자들은 디지털 디톡스를 진행한 이후 주의력이 향상되었으며, 이는 일반적인 성인의 노화 과정에서 10년 동안 감소하는 인지 능력 수준을 회복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집중력은 명확히 좋아졌고, 정보 처리 속도도 빨라졌으며, 외부 자극에 산만하게 반응하는 빈도는 줄어들었다. 연구진은 이 변화가 실험 기간만 나타난 일시적인 효과가 아니라, 이후에도 일정 부분 유지되었다고 덧붙였다. 

수면 습관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었다. 참가자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17분 정도 더 오래 잠을 잤고, 잠든 후 깊게 자는 시간이 늘었다는 응답도 많았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줄어든 것이 자연스럽게 수면 리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실험 이전 5시간 14분에서, 차단 후에는 2시간 41분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는 단순히 앱을 강제로 차단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참가자들은 점차 스마트폰을 덜 찾게 되었고, 그 시간에 산책이나 독서, 대면 교류 등 다른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편, 참가자의 약 75%는 2주의 인터넷 차단을 끝까지 이행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했다. 그만큼 모바일 인터넷은 이미 사람들의 일상에 깊이 뿌리내린 상태이며, 단절 자체가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러나 연구진은 중도 포기자들도 사용량 감소 및 부분적 인지 기능 향상을 경험했으며, 디지털 디톡스를 완료한 참가자 중 상당수는 이후에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줄어든 상태를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실험을 끝낸 후에도 많은 참가자들이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바꾸었다는 점이다. 처음 2주 동안 인터넷을 차단했던 그룹은 접속이 회복된 뒤에도 이전만큼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았고, 자기 주도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늘었다. 즉, 일시적인 디지털 디톡스가 장기적인 행동 변화로 이어진 사례였다. 

연구를 수행한 학자들은 완전한 모바일 차단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운 만큼, 시간대별 제한, 앱별 제한 등 맞춤형 디지털 디톡스 방식이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는 극단적 금지보다는, 스마트폰의 이점을 유지하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현실적 접근이다. 필요할 때만 연결되고, 나머지 시간에는 스스로를 위한 여백을 만드는 방식이다.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