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히잡 착용 금지’… 심각해지는 시위
인도 카르타나카주서 일으킨 ‘히잡 vs 샤프런’ 논란
인도 곳곳서 펼쳐지는 투석전
[위즈덤 아고라 / 임서연 기자] 최근 인도에서 히잡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2월초, 인도 카르나타카의 우두 피 지역에서 여고생들이 학교 당국의 히잡 착용 금지에 항의하면서 비롯됐다. 이후, 히잡 금지 조치는 다른 학교로 확산됐으며, 이들 학교는 특정 종료를 상징하는 히잡 착용이 평등과 통합을 위한 교복 규정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히잡은 이슬람 여성들이 외출할 때 머리에 쓰는 의상이다. 인도에서 이슬람 인구는 15% 남짓으로 2억 명이 넘는다. 따라서 인도 거리에 히잡이나 부르카를 쓰고 다니는 이슬람 여성을 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무슬림은 힌두 민족주의 정당인 여당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한 카르나타카주가 소수 집단인 이슬람교도를 탄압하려는 수단으로 이런 조치를 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도국민당(BJP)은 2019년 집권 이래 소고기 도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이종교 간 결혼과 개종을 어렵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힌두교의 색채를 강화해 왔다.
이슬람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히잡을 쓸 권리를 요청하고 나서자, 힌두 활동가들이 힌두교를 상징하는 샤프런 스카프를 착용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일부에서는 폭력 사태가 보고되는 등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학교 당국은 교정에서 히잡 착용이 허용되며 교실에서만 벗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여학생들은 교실에서도 허용되어야 한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당국은 수업 중에 교사가 학생의 얼굴을 볼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이슬람 여학생들의 항의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져나가면서 확대됐다. 지난주 19살 여학생 무스칸 칸은 스카프를 쓴 힌두 남자 무리가 학교 앞에서 “자이 슈리 람” (라마신 만세)이라고 외치자, 이에 굴하지 않고 “알라후 악바”(신은 위대하다)라고 맞받아치는 영상이 번져나가면서 히잡 착용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라마신은 힌두교의 신이며, 알라후 악바는 이슬람교의 신에 대한 찬사이다.
이슬람 여학생들의 항의는 뉴델리, 콜카타, 첸나이 등 주요 도시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점점 사태는 험악해졌고, 지난 9일 몇몇 지역에서 돌을 던지는 투석전이 전개되고 심지어 방화가 일어났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쏴 시위대를 해산하기도 했다.
카르나타카 교육부 장관은 “모든 기관은 단체복을 규정할 권리가 있고, 많은 학교는 교복을 규정해온 만큼 학생은 이에 따라야 한다”라고 밝혔다. 고등법원도 무슬림 학생들의 청원에 대해 심리를 벌였지만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판결이 있을 때까지 히잡 금지령을 따를 것을 주문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카르나타카 교육당국은 사흘간 휴교령을 내렸다. 또 카르나타카의 법원은 학교 당국의 히잡 착용 금지를 중단시켜달라는 청원에 대해 “사안이 엄중하다”며 “상급심의 심의로 넘길지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우두피 지역의 공립대학들이 ‘히잡 착용 금지’ 논란으로 내려졌던 휴교령을 끝내고 수업을 재개했지만 이를 둘러싼 갈등은 여전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