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 장기 이식의 미래, 희망과 우려 사이
[객원 에디터 8기/이유슬 기자] 2023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장기 이식 대기자 수는 5만 명을 넘어섰지만 기증자 수는 그에 비해 483명에 불과하다. 이종 장기 이식은 이러한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종 장기 이식이란, 다른 종의 동물로부터 장기나 조직, 혹은 세포를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이종 장기 이식을 둘러싼 의견 대립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종 장기 이식을 이용한 치료법에 찬성하고 있다. 난치병의 치료 가능성을 높이는 점 자체만으로도 시도할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매년 수많은 환자들이 장기 이식을 대기하다 사망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종 장기 이식의 성공률이 높아진다면 환자들의 대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종 장기 이식을 이용한 치료법에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의 장기를 이식받는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 그리고 면역 거부 반응과 신종 질병 발생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등의 이유 때문이다.
이종 장기 이식의 난관
현재 이종 장기 이식은 여러 의학적 난관을 직면하고 있다. 각막이나 피부, 판막 등 일부 장기에 대해서는 이종 장기 이식이 활용되고 있지만 신장, 심장 등의 장기의 경우 아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돼지의 심장을 인간에게 이식한 사례는 단 두 번이며 수술 자체는 성공하였지만 안타깝게도 환자들은 사망하였다. 두 수술을 모두 진행했던 미국 메릴랜드대 연구진은 지난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이종 심장 이식 사례 결과를 총괄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가장 큰 문제는 면역 거부 반응이다. 돼지 심장을 이식하였을 때, 인간의 면역 시스템은 돼지 장기의 ‘알파갈’이라는 단백질을 외부 물질로 인식한다. 인체는 이 단백질에 대한 항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식된 장기가 빠르게 파괴되는 초급성 면역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가 가진 항돼지 항체의 수치가 낮아 초급성 면역반응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후 혈액 응고 장애, 바이러스 감염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돼지 심장 이식 사례
최초로 돼지 심장 이식을 받은 환자는 2022년 당시 57세였던 데이비드 베넷이었다. 이 사례의 경우, 초급성 면역반응이 발생하지 않아 수술은 성공으로 기록되었지만 돼지 심장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으로 환자는 60일 후 사망하였다.
두 번째 돼지 심장 이식은 첫 번째 시도로부터 21개월 후 진행되었다. 수혜자였던 58세 환자 로렌스 포셋은 첫 번째 환자보다 더 나은 기능적 상태와 더 낮은 항돼지 항체 수치를 가지고 있었다. 수술 이후 이식된 심장은 우수한 수축 및 이완 기능을 보여주었지만, 항체 수치 급증에 의한 심장 손상으로 환자는 40일 후 사망하였다.
두 차례의 이종 장기 이식은 모두 실패로 끝났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례들은 향후 이종 장기 이식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이종 장기 이식이 성공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연구와 시도들은 보다 많은 생명을 구하는 길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