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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정책의 장기적인 경제적 여파

경제학으로 본 의대 정원 증원

‘질 낮은’ 의사들로 인한 의료비 지출 증가?

< Illustration by Jugyeong Lee 2007(이주경) >

[객원 에디터 8기/ 장채원 기자] 2024년 2월,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을 늘려 연간 총 5058명의 의사를 배출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이후 대한민국 의료계는 혼란을 맞이했다. 의사들은 정부의 정책에 강력히 반발하며 전국적인 집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정부의 압박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병원에 사직서를 내고 근무지를 이탈하는 사태까지 발생했고, 이에 동조하는 의대생들 또한 휴학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이러한 집단행동의 여파로 인해 병원들은 위급한 상황에 놓인 환자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겪고 있다. 환자들은 수술할 의사가 없거나 전문의 부재로 인해 치료를 거부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중증 환자의 치료가 지연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환자 이동에 1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경우가 작년에 비해 40% 증가했으며, 이는 정부가 정한 골든타임인 30분을 초과해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의식불명이나 사망에 이르는 사례로 이어지고 있다. 의료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앞으로도 환자 이송 지연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상황에 따르면 “수술할 의사가 없다” 거나 ‘전문의·의료진 부재, 중증 환자 치료 불가’ 등의 이유 때문에 환자의 진료를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또 다른 우려는 ‘질 낮은’ 의사가 배출될 경우, 사망률과 재입원율 등 중요한 의학적 지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의사 출신 경제학자 김현철 교수는 6월 21일 ‘좋은 의대 나온 의사에게 치료받으면 더 좋을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해 이러한 걱정을 해소하려 했다. 

김 교수는 강연에서 2010년 보건경제 (Health Economics)에 발표된 ‘Returns to Physician Human Capital: Evidence from Patients Randomized to Physician Teams’라는 논문을 소개했다. 이 연구는 미국 재향군인병원에서 참전용사 환자 3만 명을 두 의료팀에 무작위로 배정해 치료 결과를 비교했다. A팀은 미국 최고 의대 출신의 정상급 의사들로, B팀은 중위권 의대 출신 의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두 팀은 동일한 간호진과 병원 시설을 사용했지만, 연구 결과 환자의 사망률과 재입원율에서 두 팀 간의 차이는 거의 없었다.

다만 A팀은 B팀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10% 낮았고, 중증 질환 치료에서는 25%까지 차이가 발생했다. 또한, A팀 환자들의 재원 기간이 더 짧았다. 이는 A팀의 의사들이 보다 정확한 진단과 효율적인 치료 계획을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낸 결과였다. 반면, B팀 의사들은 불필요한 검사를 더 많이 시행해 의료비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철 교수는 “의대 정원을 한 번에 크게 늘리면 질 낮은 의사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사망률 등 주요 지표에는 영향이 없어도 의료비 등 의료 효율성은 떨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가의 의료비, 즉 경제적인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단순히 의료계의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고, 경제적 효율성과 국민 건강 모두를 고려하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의료계의 우려를 충분히 반영하면서도 국가적 차원의 균형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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