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openart.ai 제공>
[객원 에디터 9기 / 우동훈 기자] 2025년 4월 4일, 한국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즉시 직위를 상실했으며, 헌정 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라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한민국 사회는 이 결정에 찬반이 엇갈린 반응을 보이며 여전히 격론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소식에 대해, 북한은 의외로 조용한 반응을 보였다. 사건 당일에는 아무런 언급도 없었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모두 하루가 지난 4월 5일에야 관련 소식을 간략히 보도했다. 그 보도조차 북한 자체 분석이나 강도 높은 비난 없이, 외신 인용 위주의 짧은 기사에 그쳤다.
노동신문은 “4월 4일 남조선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탄핵 심판에서 전원일치로 파면 결정을 내렸으며, 그에 따라 윤석열은 즉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되었다”고 전하며, 이 소식을 전한 외신들의 평가를 나열했다. AP통신과 로이터, 영국 가디언지 등의 보도를 인용하며 “한국 역사상 두 번째 대통령 파면이며, 윤석열의 짧은 정치 경력이 이렇게 끝났다”는 식의 평가를 전했다. 그러나 북한이 직접 이 사안을 평가하거나 조롱하거나,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하지는 않았다.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다소 이례적이다. 윤석열 정부 시절 북한은 수차례 강도 높은 언사를 동원해 윤 대통령을 비난해왔다. 윤 대통령이 군사 훈련을 강화하고 대북 강경 노선을 유지했을 당시, 북한은 ‘반통일세력’, ‘파쇼 독재자’ 등 원색적인 표현으로 그를 비판했다. 특히 2024년 12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에는, “제2의 유신 독재가 부활했다”며 맹비난한 바 있다. 그런 북한이 정작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 앞에서는 감정을 절제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반응이 조심스러운 이유에 대해 내부 정치적 맥락과 연결 지어 분석한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에게 절대 충성을 요구하는 체제이므로, ‘대통령이 국민의 뜻에 따라 물러날 수 있다’는 민주주의적 메시지를 자국 주민에게 강조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됐던 2017년과는 대조적이다. 당시 북한은 파면 소식을 사건 발생 2시간 만에 신속하게 보도하며, “민심의 심판”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환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24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그것도 외신 인용이라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조심스럽게 보도했다. 이는 북한이 남조선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체제 안정성과 내부 통제라는 원칙을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2023년 12월 이후 남북관계가 사실상 단절된 상태라는 점도 이러한 신중한 태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현재 남한을 ‘적대 국가’로 규정하고 대화의 여지를 사실상 차단한 상태이며, 이로 인해 남한 내부 문제에 적극 개입하거나 논평하는 일이 줄어든 것이다.
다만 북한이 완전히 입을 닫은 것은 아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은 초반에는 조용히 있다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강도 높은 담화나 선전 보도를 내는 경향을 보이곤 했다. 예컨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당시에도, 북한은 일주일 가까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대규모 비난 보도를 내보냈다. 따라서 윤 대통령 파면 사태와 관련해 향후 북한의 공식 논평이나 선전전이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북한의 반응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다. 즉, 남한의 정치 혼란을 이용해 대남 우위를 과시하기보다는, 내부 체제의 일관성과 전략적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지금 북한에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었지만, 그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