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교정이 만든 더 달콤한 토마토
[객원 에디터 8기 / 이유슬 기자] 본래 아주 작은 열매였던 토마토는 남아메리카에서 전 세계로 전파되며 오늘날 없어서는 안 될 식품이 되었다. 처음 유럽으로 전파된 토마토는 작은 노란색 열매의 형태를 띠었으며 사람들은 토마토에 강한 독성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주로 관상용으로 쓰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토마토의 독성에 관한 오해가 풀리면서 토마토는 점차 식용으로 인정받았고, 다양한 품종 개량을 통해 오늘날의 크고 붉은 열매로 발전했다. 토마토는 이제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대표 건강식품으로써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주요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토마토는 현재의 모습이 되기까지 수많은 품종 개량을 거쳐 기존의 야생종과 거의 다른 형태로 탄생했다. 과거 개량 작업은 주로 토마토의 크기를 키우고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토마토의 크기가 커져도 다른 과일에 비해 당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였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토마토의 단맛 부족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황산웬 중국농업과학원 연구원 연구팀은 토마토의 두 개의 유전자를 교정해 당도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토마토의 유전자 교정 연구
황산웬 중국농업과학원 연구원 연구팀은 야생에서 자란 토마토와 인간에게 재배된 토마토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비교하여 토마토 내의 당분 축적을 조정하는 유전자를 식별해 냈다. 연구팀은 ‘SlCDPK26’과 ‘SlCDPK27’라는 이름을 가진 유전자에 의해 암호화된 단백질이 토마토에서 당분을 생산하는 효소와 상호 작용해 당분을 분해하는 것을 알아내었다.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이 두 유전자가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 토마토의 당분 함량이 최대 30% 증가했다. 연구에 사용된 유전자 가위는 3세대 유전자 가위(RGENs, RNA-guided engineered nucleases)로 잘 알려진 크리스퍼(CRISPR)로, 이를 사용하면 다른 유전체 편집 기법에 비해 비교적 저렴하고 편리하게 DNA를 절단할 수 있다.
두 유전자를 제거한 토마토는 유전자 교정을 하지 않은 기존의 토마토와 비교했을 때 무게나 수확량에 큰 차이가 없었으며,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씨앗 크기의 차이였다. 두 유전자를 제거한 토마토의 씨앗은 기존의 토마토 씨앗보다 더 작고 가볍다.
연구팀은 당분 축적에 관여하는 두 유전자가 토마토가 숙성되는 과정에서 당분이 증가하는 것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 씨앗 발달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두 유전자가 제거되어 당분 함량이 증가하자 씨앗 발달을 위해 확보되는 에너지의 양이 줄어들어 토마토의 씨앗이 작아진 것으로 보인다.
당분 함량을 높인 토마토는 몇 년 이내에 상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교정을 통해 당분 축적을 제어하는 방법은 향후 다양한 작물의 맛과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농업 분야에서의 혁신적인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