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TECH]오토파일럿의 기본적인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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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아고라 / 이석현 기자] 비행기들은 최대 18시간에서 19시간까지 착륙하지 않고 비행할 수 있다. 하지만 19시간 동안 기장이 비행기를 통제하기에는 엄청난 무리가 있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비행기에는 오토파일럿이라는 장치가 존재한다. 자동조종장치라고도 불리는 오토파일럿은 사람의 지속적인 개입 또는 조작을 배제한 채 항공기를 예정된 경로·고도에서 자동적으로 항행시키기 위한 비행기의 장치이다.
오토파일럿은 1912년 Lawrence Sperry라는 비행가로 의해 처음 세상에 공개되었고 그 후 항공산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초기에는 단순히 수평 유지를 위한 1축(roll) 자동조종 기능만 수행했지만, 현재는 3축(roll, pitch, yaw)을 모두 제어하는 고도화된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1980년대 이후 GPS 기술과 결합하면서 항로 유지 및 착륙 보조 기능이 대폭 향상되었으며, 최신 항공기에서는 자동 착륙(Auto-Land) 기능까지 가능해졌다.
오토파일럿의 기본 원리는 자동제어다. 자동제어란 기계장치 등의 조작을 사람이 직접 하지 않고 기계적 전기적 장치를 사용하여 자동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자동제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4가지 필수요소가 존재한다. 이는 바로 제어기(controller), 모터(actuator), 대상(process) 그리고 센서 (sensor)다. 오토파일럿은 이 4가지 구성을 통해 출력값을 내고 그에 맞추어 비행기의 속도나 고도를 맞추어 제어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속도를 올리고 싶으면 기장은 스로틀(throttle)을 올리고 가스터빈을 작동해서 엔진을 돌리고 기장 앞에 있는 모니터에 속도가 표시될 것이다. 이때 스로틀(throttle)이 제어기(controller)가 되고 가스터빈에서 엔진을 돌리는 장치가 모터(actuator)가 되며 엔진 전체가 대상(process)이고 속도를 측정해 주는 모니터가 센서 (sensor)가 된다. 즉 입력값이 들어가면 제어기에서 모터, 모터에서 대상, 대상에서 센서, 그리고 센서에서 출력값이 나온다. 이때 일반적으로 입력값은 +이고 출력값은 -가 된다.
기장이 160노트의 속도를 유지하고 싶으면 입력값이 +160이 된다. 그러면 출력값은 -160이 된다. 이때 입력값이 첫번째 단계인 제어기한테 전달하는 신호는 160 – 160 = 0노트가 된다. 0의 신호가 전달된다는 것은 어떠한 제어활동을 하지 않아도 원하는 출력값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자기 바람이 불어 비행기의 속도가 180노트로 증가하면 의도치않게 출력값이 -180노트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장은 비행기가 160노트로 비행하기 원하기 때문에 입력값은 160노트로 유지된다. 이러면 입력값에서 보내는 신호는 160 – 180 = -20 노트가 된다. 이는 4가지 구성을 통해서 비행기의 속도를 20노트 낮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만약에 신호가 양수 값이면 그 값만큼 속도를 증가해야한다. 이는 항로를 설정할때나 고도를 바꿀때도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오토파일럿이 차지하는 부분은 첫번째 구성인 제어기(controller)다. 모터와 센서는 간단히 만들수 있는 부품이다. 즉 자동제어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다. 또한 대상은 제어기에 따라 움직이고 바뀌기 때문에 오토파일럿을 설계한다는 것은 제어기를 만드다는 것과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오토파일럿과 제어기는 원하는 출력값이 나오기 위해 다른 장치들을 조종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어기들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제어기는 PID 제어기다. 이 PID 제어기는 P, I, D 제어를 적절히 조합해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첫번째로 비례 제어라고도 불리는 P 제어는 목표 지점과 현재 위치의 차이를 보고, 그 차이에 비례하여 조치를 취하는 제어 시스템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가 도로 중앙에서 벗어난다면, 벗어난 정도에 비례해서 핸들을 돌리는 것이 P 제어가 하는 일이다.
다음으로는 적분 제어라고 불리는 I 제어가 있다. I 제어는 과거에 남아있던 오차를 모두 더해서, 그 누적된 값을 바탕으로 보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가 계속 도로 중앙에서 약간 왼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적분 제어는 그 누적된 치우침을 감지하고 더 강하게 보정한다.
마지막으로는 미분 제어라고 불리는 D 제어가 있다. 이는 오차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지를 보고, 이를 기반으로 사전에 움직임을 조정하는 제어 시스템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가 도로 중앙으로 복귀하려고 할 때, 너무 빨리 이동하면 속도를 줄여 부드럽게 정렬하는 시스템이다. PID 제어기에서는 각각 P는 즉각 반응, I는 지속적인 보정, D는 미래를 예측하며 과도한 반응을 억제한다.
최근 AI와 머신러닝 기술이 항공산업에 도입되면서 오토파일럿 시스템도 한층 더 발전하고 있다. 보잉과 에어버스는 AI 기반의 예측 유지보수 시스템을 개발해 기체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최적의 비행 경로를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또한, AI는 기상 변화와 터뷸런스를 예측해 조종사의 개입 없이 기체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복잡한 방법을 통해 오토파일럿은 작동하고 우리의 안전을 책임진다. 하지만 오토파일럿이 비행을 자동으로 수행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전히 조종사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실제로 이륙(Takeoff)과 착륙(Landing)은 대부분 수동 조작으로 이루어지며, 비상 상황 발생 시 오토파일럿이 아니라 조종사가 직접 개입해야 한다. 따라서 오토파일럿은 조종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보조 시스템일 뿐, 완전한 자동 비행을 대체할 수는 없다.
또한, 현재 일부 항공사와 연구기관에서는 완전한 무인 항공기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법적, 윤리적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자동 비행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위즈덤 TECH] 시간이 흐르며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것 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기계들도 발전합니다.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계의 원리들에 관해 칼럼으로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이석현 기자의 ‘위즈덤 TECH’를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