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TECH]보잉 737, 혁신의 상징에서 위기의 상징으로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하늘을 지배한 혁신, 이제는 추락한 신뢰의 상징

[위즈덤 아고라 / 이석현 기자] 보잉 737은 1968년 첫 비행 이후 10,000대 이상 생산된 단일 기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 상업용 항공기다. 이 기종은 좁은 동체(Narrow-body) 설계와 짧은 이착륙 거리 적응성을 특징으로 하며, 지역 노선과 중거리 노선에서 효율성을 인정받았다. 737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와 다양한 모델 출시를 통해 항공업계의 요구에 부응해 왔다. 

초기 모델(737-100, 737-200)부터 ‘클래식’ 시리즈(737-300, 737-400, 737-500), ‘넥스트 제너레이션'(737 NG) 시리즈(737-600부터 737-900), 그리고 최신 737 MAX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발전을 거듭해 왔다. 발전하면서, 737은 다양한 엔진, 기내 장비 및 항공 전자 시스템을 개선하여 연료 효율성, 승객 편안함, 항공사의 운항 비용 절감 등을 실현하였다. 이러한 진화는 737을 지역 및 중거리 항공편에 매우 적합한 기종으로 만들어 주었으며, 전 세계 항공사들에게 널리 채택되었다. 737의 다양한 변형은 각각의 항공사 요구에 맞춰 다양한 탑승객 수와 비행 범위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끊임없는 발전 덕분에 737은 50년 이상 세계 항공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상업용 항공기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종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최근 보잉 737에 발생한 사고들이 늘어나고 있다.

보잉 737 MAX 8 기종이 연이어 화두에 올랐다. 이전 라이언온에어 JT610 사고와 에티오피아항공 ET302 사고가 모두 동일한 737 MAX 8 기종이었기 때문이다. 등장한 지 6년 남짓 된 꽤나 신기종이고, 현재 대략 350대 정도가 날아다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벌써 두 대나 몇 달 걸러서 전원 사망 완파 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일다. 통계적으로 완파 사고(hull loss)의 확률은 100만 비행 당 0.33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인데, 737 MAX 8은 이것보다 훨씬 높은 확률로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승객들의 불안은 심각해질 수밖에 없으며,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의 국가는 안전을 이유로 아예 737 MAX 8의 운항을 금지시켰고, MIAT 몽골항공, 아에로멕시코, Gol 항공 등도 자체적으로 737 MAX의 운항을 중단했다. 이는 전 세계 737 MAX의 3분의 1에 달하는 숫자다. 

737 MAX는 737 중 최신의 기종으로, 더 강력하고 효율적인 엔인 CFM International LEAP-1B을 탑재하여 최신 항공 기술을 적용하여 이전 모델들보다 더 나은 연료 효율성과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자랑하고 항속거리도 증가하여 737-800으로 갈 수 없는 먼 곳까지도 비행할 수 있다. 실제로 새로운 엔진과 설계 변경으로 737 MAX는 737NG 제품군보다 14% 이상 연료 효율이 높아졌으며, 이는 오늘날 비용 중심 산업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2018년에 일어난 라이온에어 사고 당시의 비행 기록을 보면 고도와 수직 속도가 매우 불안정하여 이륙 중인데도 뜬금없이 고도가 확 낮아지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를 통해 알려진 것이 보잉 737 MAX에 들어간 MCAS(Maneuvering Characteristics Augmentation System)이다. 조종 특성 상향 시스템이라고도 불리는 MCAS는 플랩(양력을 증가시키는 장치)이 전개되지 않았고, 오토파일럿(자동조종)을 해제했을 때, 받음각(Angle of Attack)이 14도 이상으로 높아지면 자동으로 비행기의 기수를 아래로 내는 기능이자 소프트웨어이다. 

MCAS가 생겨난 배경은 737NG와 달리 737 MAX의 엔진이 크고 무게가 나가며 더 앞으로 위치해 있어서 무게 중심과 공기역학적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로 인해 엔진 주변에서 추가적인 양력이 발생할 수 있다. 즉, 비행기의 앞부분이 지나치게 올라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것이다. 특히 속도가 낮을 때 비행기가 양력을 잃고 추락하는 실속 위험이 커진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적절한 양력 획득을 위해 적당한 받음각을 유지해야 한다. 받음각은 바람의 방향과 비행기의 앞부분 간의 각도를 말한다. 받음각이 없으면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하지만, 받음각이 너무 매우 커지면 양력이 줄어들고 실속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적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엔진에 의해 비행기의 기수가 올라가면 받음각이 증가하여 실속의 위험이 커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MCAS는 자동으로 기수를 낮춘다. 기수가 적절히 하강하면 MCAS는 작동을 멈춘다. 그러나 만약 받음각 센서에 결함이 생겨 실제보다 높은 수치를 나타낼 경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실제로 받음각이 그렇게 높은 것이 아닌데도 MCAS가 작동하면 비행기가 기수를 낮추고 지면으로 급강하하는 위험한 일이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 조종사가 조종간을 꺾어도 MCAS의 영향을 극복할 수 없다. 

결국 비행기는 착지를 넘어 충돌하게 되고, 이것이 라이온 에어 JT610 사고의 추정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737 기종은 AoA 센서가 두 개밖에 없어, 어느 하나가 고장 났을 때 정상 상태를 센서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창밖을 살펴볼 수는 있지만, 이 방법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니다. MCAS가 어느 센서를 따를지는 조종사가 선택할 수 없다. 물론 MCAS 기능을 비활성화하는 방법이 있다. 조종사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위쪽 수평 안정판의 트림 컨트롤을 ‘CUTOUT’으로 돌려 꺼지게 하고, 기계 휠을 활용해 트림을 수동으로 조정하면 된다. 이는 전자식이 아닌, 물리적 연결이 있는 기계적 제어 시스템이다. 또한 단순히 오토파일럿을 끄는 것만으로 MCAS를 해제할 수는 없다. 오히려 MCAS는 오토파일럿이 꺼질 때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비행기를 단순히 수동으로 조종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라이온에어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항공사와 조종사들이 MCAS 기능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메리칸항공의 대변인과 아메리칸항공 및 사우스웨스트항공 조종사들 또한 이 기능이 존재하는 것을 몰랐다고 밝혔다. 이 두 항공사는 특히 미국에서 737 MAX 항공기를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컸다. 라이온에어 사고 당시에도 조종사들이 이 기능을 인지하지 못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MCAS가 작동한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게다가 MCAS의 작동 여부를 알리는 지시계가 없는 것 같고, AoA를 표시하는 계기도 불확실하다. 

보잉 737 MAX 여객기는 5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두 차례의 유사한 추락 사고(2018년 10월 29일의 라이언 에어 610편과 2019년 3 월 10일의 에티오피아 항공 302편)로 346명이 사망한 후 2019년 3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운항이 중단되었으며, 2024년에도 다시 운항이 중단되었다. 이는 2024년 1월 5일에 있었던 737 MAX 9 항공기의 도어 플러그가 터진 사고 때문이다.

MCAS 문제를 해결했다고 판단을 했지만 예상치 못한 도어 플러그 사고가 같은 보잉 737 MAX 항공기에 발생했다. 이는 알래스카 항공 1282편의 비상문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는 사고였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발표한 예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동체에서 떨어져 나간 비행기 좌측 중간 출구 도어 플러그(MED plug) 조립 당시의 사진에는 볼트가 빠져있다. 도어 플러그는 동체 중간에 비상 출구를 설치할 필요가 없을 때 출입문 대신 설치되는 일종의 덮개로, 분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볼트로 단단히 고정해야 한다. 이로 인해 높은 고도에서의 공기압 차이 때문에 단단하게 고정되지 않은 비상 출구가 떨어져 나간 것이었다. 이런 잦은 사고들로 인해 미 연방항공청(FAA)은 미국 항공사들이 사용하는 모든 보잉 737 MAX 항공기들이 점검을 받은 후에야 재운행을 허가했다. 

보잉 737은 뛰어난 설계와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항공 혁신의 상징이 되었으나, 737 맥스 기종의 잇따른 추락 사고와 안전 관리 실패로 신뢰를 잃으며 위기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이는 기술 혁신과 안전 간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위즈덤 TECH] 시간이 흐르며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것 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기계들도 발전합니다.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기계의 원리들에 관해 칼럼으로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이석현 기자의 ‘위즈덤 TECH’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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