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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즈덤 이코노미]‘풍평피해’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

< Illustration by Hae jin Choi (최해진) >

[위즈덤 아고라 / 윤서준 기자] 2023년 8월 24일 오후 1시, 일본이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발생한 오염수를 바다에 배출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회사인 도쿄전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후 1시께 해수 이송 펌프를 가동해 오염수 해양 방류를 개시한다”라고 발표했다. 오후 1시 3분 태평양 바다로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 다음에는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이번 방류에 대해 “실증적 자료와 다양한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처리된 오염수 방출은 우리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쌓인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로 인해 해산물 판매량 감소 등 간접적인 피해, 즉 “풍평피해”의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풍평피해”라는 단어는 일본어에서 “風評被害” (ふうひょうひがい, fuhyouhigai)로 표기되며,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풍설 피해” 또는 “소문 피해”로 이해될 수 있다. 이 용어는 어떠한 사람, 단체, 기업, 혹은 지역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나 허위 정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가리킨다. 특히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보급으로 인해 빠르게 퍼지는 소문이나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면서 이 용어의 사용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풍평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허위 정보 대응 대책을 강화하고, 사이버 명예훼손 대응법을 시행하여 풍평피해에 대한 법적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사이버 수사 및 대응팀을 구성하여 온라인 범죄와 피해에 대응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올바른 정보 판별 능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오염수 방류 사태에서도 풍평피해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국내 해산물 시장에 미치는 변화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염수 방류 후, 바로 옆 이바라키현의 오이가와 가즈히코 지사는 이날 “거래처에서 물량을 줄이고 가격을 낮추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받은 수산업자가 여러 명 있다”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800억 엔(약 8천억 원)의 기금을 조성해 안 팔리는 수산물을 매입해 냉동보관하고, 새로운 어종·어장 개척에 필요한 어구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수산물 전면 수입 중단에 따른 수출 손실도 도쿄전력이 보상할 예정이다.

대한민국 정부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부터 6년간 3조 원의 예산을 집행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각 부처로부터 받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 예산안 자료를 보면, 정부가 2023년부터 2028년까지 투입하려는 예산은 해양수산부 3조 1128억 원, 원자력안전위원회 212억 원, 식품의약품안전처 96억 원 등 모두 3조 143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예산은 모두 20개 사업에 사용될 예정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수산물 비축사업에 가장 많은 8700여 억 원이 투입되고, 수산금융자금이차보전 사업 약 7200억 원, 수산물 수매지원 사업 약 5700억 원 순으로 많다. 이들 사업은 모두 오염수 방류에 따른 수산업 타격과 어민 피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이어 수산물 소비촉진과 상생할인 지원에 4624억 원, 해양 방사성 물질 감시 체계 구축·운영에 578억 원, 해양 방사능오염 사고 대비 신속 탐지 예측 기술개발에 204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이밖에 해수욕장 방사능 조사, 해양심층수 수질검사, 선박평형수 방사능 오염 조사 등에도 적지 않은 예산이 계속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걱정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난달(10월) 27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수 관련 해양수산부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달 대형마트 3사 수산물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또 수산물 소비량을 간접 추정할 수 있는 지표인 수도권 노량진·가락·구리 도매시장 내 판매장 부산물 배출량이 전년 대비 0.6% 증가했으며 전주 대비로는 5.3% 증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동은 한산한 분위기다. 수년째 시장에서 수산물 도매업을 하는 박한수 씨(47)는 “경기 자체가 안 좋은데 오염수 방류로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 씨는 “방류 초반 오염 전 ‘수산물을 소비하자’는 소비 심리가 작용해 매출이 유지되는 듯했으나 반짝 효과에 그친 것 같다”며 “올 10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30%나 떨어졌고 시장은 물론이고 납품 업체들도 어렵다는 소리뿐인데 정부는 괜찮다는 발표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대한민국의 “만두 파동”이 있다. 2004년 6월 6일, 당시 유명 만두 체인점이나 전국 분식점에 만두를 납품해 오던 으뜸식품이 저급의 중국산 단무지나 썩은 무로 만든 불량 만두소를 납품한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었고 이외에도 24개의 식품업체에서도 해당 기업의 재료를 사용하여 불량 만두가 제작되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면서 식품업계에 엄청난 반향이 일어났다. 이 사건은 증시(만두 생산업체 주가)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일본에서 한국산 식품 무역이 제재받는 등의 악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이는 사실 경찰과 언론이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될 준비 중이었던 단무지를 불량 식재료로 착각해 일어난 일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의 확증편향적 수사와 언론의 무분별한 확대보도가 만들어낸 합작품은 대기업제 제품의 경우 이전의 30%, 중소기업제 제품의 경우 10% 수준으로 매출을 폭락시키며 수많은 만두 식품기업들을 도산 위기에 몰아넣었고 그중 한 회사의 사장은 투신자살까지 하는 최악의 사태로 이어졌다. 단무지나 무를 만두소로 사용하지 않는 납작 만두 업체나 자영업 만두 식당 역시도 피해를 봤다. 불량 식재료 사용으로 지목된 업체 중에 ‘고향’이라는 단어를 이름에 사용하는 업체도 포함되면서 애꿎은 해태제과의 고향만두 또한 매출에 큰 피해를 입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예상되는 풍평피해에 대상 보상을 받을 수 있는가? 결론을 말하자면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1981년 일본의 현 츠루가의 일본원전 츠루가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발생한 방사선 오염액체 누출사고의 경우가 뒷받침한다. 츠루가발전소 1호기가 있는 우라소꼬만에서 환경방사선 조사를 실시한 결과 통상보다 10배 이상의 코발트 60과 망간 54가 검출되어 이를 파악해 본 바, 그 원인은 폐기물처리건물 내에서 고방사선 액체가 누출되었고, 그것이 옆 건물로 누출되어 지하를 통해 일반 배수로에 유입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외부에 누출된 방사성물질은 극히 미미하였기 때문에 후쿠이 현과 국가는 어패류, 해조류 등에 방사선측정을 한 결과 안전하다고 확인하였고, 해저 토양의 오염도 무시해도 될 정도로 좁은 범위에 불과하다고 선언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츠루가 시에서 어획된 생선과 야채는 전혀 팔리지 않았고, 어류의 가격은 반토막이 났으며 특히 해저에 서식하는 광어의 가격은 10분의 1로 떨어졌었으며, 관광업계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가나자와 항의 어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여, 후쿠이市의 어시장과 츠루가 市의 개별 상점에 도매를 하던 중개인들이 누출사고로 매출 감소로 인한 피해가 생겼다고 하여 총 527만여 엔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나고야 고등법원 카나자와 지부 판결은 츠루가만에 방사성물질이 누출되었고, 노출량이 수치상으로는 안전하다는 사실이 공개적으로 발표가 이뤄져 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그 위험성을 우려하여 츠루가만에서 생산된 어패류를 꺼려하고 싶은 심리는 일반적으로 긍정할 수 있으므로 츠루가만 주변의 어패류의 매출감소에 따른 관련 사업자의 손해는, 일정 한도에서 사고와 상당 인과 관계있는 손해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일본의 조치는 국내 어민과 수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로 인해 풍평피해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자체에서도 소비자의 불안과 신뢰도 하락으로 인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례는 1981년의 츠루가 원전 사고에서 나온 예를 떠올리게 한다. 이때와 마찬가지로, 방사선 노출로부터 소비자들이 신뢰를 잃어 어패류 시장이 침체되면, 이로 인한 손실에 대한 보상을 물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와 사업자의 이익을 고려한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으로 안정적인 수산산업 유지와 소비자 신뢰 회복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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