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네이처]GLP-1계열 약물은 노화의 해답이 될 수 있을까?

< 일러스트 OpenAI의 DALL·E 제공 >

[위즈덤 아고라 / 하지후 기자] 수십 년간 과학자들은 노화를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는 ‘항노화 약물’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알려진 GLP-1(Glucagon-Like Peptide-1) 수용체 계열 약물이 유력한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2017년 미국에서 처음 승인된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은 혈당 조절을 넘어, 건강한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며 항노화 가능성을 높였다. 오젬픽과 함께 주목받는 GLP-1 수용체 작용제 위고비(Wegovy)는 식욕 억제와 포만감 증진을 통해 체중 감량 효과도 뛰어나 비만 치료제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들 약물은 제2형 당뇨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나, 이후 연구를 통해 노화 관련 질환 예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밝혀지며 관심이 더욱 커졌다. 특히 GLP-1 계열 약물은 알츠하이머, 골관절염, 일부 암, 심혈관 및 신장 질환, 심지어 사망률 감소 등 다양한 건강 문제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세마글루타이드를 복용한 고령의 제2형 당뇨병 환자 집단에서 3년간 알츠하이머 진단 위험이 40~70% 낮아졌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GLP-1 약물의 효과는 단순한 체중 감량을 넘어, 항염증 작용 등 다양한 생리적 경로를 통해 건강 수명 연장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위고비는 출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2023년 글로벌 매출이 약 11조7000억 원에 달해 전년 대비 85.7% 증가했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 현상까지 나타났고, 국내에서도 출시 직후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73%를 기록하며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이 같은 성공은 개발사 노보노디스크의 실적에도 반영되어, 2023년 매출이 약 100조 원에 이르며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기업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힘입어 미국과 유럽의 장수 클리닉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을 ‘제로테라퓨틱스(gerotherapeutics)’ 즉 노화의 생물학적 특징을 직접 겨냥하는 약물로 처방하기 시작했다. 건강수명 9질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기간) 을 연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약물로 평가받으며 메트포르민 라파마이신 등과 함께 장수 약물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GLP-1 계열 약물에도 한계와 부작용이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근육량 감소가 동반될 수 있는데 이는 이미 근육이 줄어드는 노년층이나 건강을 위해 근육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또한 오심 변비 심박수 증가 등 비교적 흔한 부작용도 보고되고 있다. 약값 또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직까지 많은 연구가 동물실험이나 당뇨랑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관찰 연구에 머물러 있고 건강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장기 임상시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의료계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이 ‘노화의 해결책’이 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강조한다.

GLP-1 계열 약물이 노화와 관련된 질환 예방 및 건강수명 연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매우 흥미롭고 앞으로의 연구에 따라 인류의 건강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충분 과학적 검증과 장기적 안전성 평가가 필수적이다. 노화와의 전쟁에서 오젬픽과 같은 약물이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는 앞으로의 연구와 임상적 경험에 달려 있다. 분명한 것은 건강한 인생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GLP-1 계열 약물이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는 노화와 관련된 다양한 생물학적 경로에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GLP-1RA는 산화 스트레스로 인한 세포 노화와 DNA 손상을 완화하고 항산화 방어 시스템을 조절하여 세포의 노화 진행을 늦춘다. 특히 GLP-1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apurinic/apyrimidinic endonuclease 1(APE1) 발현이 증가해 DNA 복구 능력이 향상된다. 또한 GLP-1은 신경계에서 DNA 복구를 촉진해 신경퇴행성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데 기여할 수 있다. 리라글루타이드와 같은 GLP-1RA는 cAMP/PKA 경로를 통해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를 개선하고 세포 내에 에너지 대사와 산화적 손상을 줄여준다. 

노화는 세포 내에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자가포식(autophagy) 감소 만성 염증 산화 스트레스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진행된다. 세마글루타이드와 같은 GLP-1RA는 AMPK SIRT1 PGC-1α 등 노화와 관련된 주요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하여 세포 자가포식과 항산화 반응을 촉진한다. 또한 NF-κB와 FOXO 전사인자를 억제해 만성 염증과 세포 노화 연관 분비 표현형(SASP)의 발현을 줄이다. 이러한 기전은 노화로 인한 단백질 품질 관리 시스템(UPS, autophagy-lysosome system) 이상을 개선하고 손상된 세포 소기관과 단백질 응집체의 제거를 촉진해 조직의 기능적 회복을 돕는다. 

GLP-1RA는 면역세포 표면의 GLP-1 수용체를 통해 직접적으로 항염증 효과를 나타낸다. 이 약물은 인터루킨-1 인터루킨-6 TNF-α 등 주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생성을 억제하고 조직 내 면역세포의 침윤을 줄인다. 또한 산화 스트레스와 지방 독성 고혈당에 의한 면역 반응을 완화하여 전신성 염증 상태를 개선한다. 이러한 항염증 효과는 심혈관계 질환 신장 질환 신경계 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노화 관련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인간 GLP-1과 유사한 펩타이드로 첫 6개 아미노산이 결손되어 있고 8번과 34번 위치에 각각 2-아미노이소부티르산과 아르기닌이 치환되있다. 26번 라이신에는 18개의 탄소 사슬이 결합되어 있어서 혈장 단백질(알부민)과의 결합력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약물의 혈중 반감기가 약 7일(165~184시간)로 연장된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 덕분에 세마글루타이드는 주 1회 투여만으로도 지속적인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 그리고 장기적인 항노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위즈덤 네이처] 현대의학과 생명과학은 더 이상 별개의 분야가 아닙니다. 세포 하나, 유전자 하나에 숨겨진 작은 변화가 질병을 유발하고 그 변화의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것이 치료의 열쇠가 되기도 합니다. 인공심장의 원리부터 의료분야에 적용되는 나노로봇까지 복잡한 과학을 쉽게 풀어내는 칼럼을 연재합니다. 위즈덤 아고라 하지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로 과학의 언어로 생명과 우리 몸을 이해하는 기사를 만나보세요.

Leave a Reply

Back To Top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