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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 네이처] 진화가 선물한 슬픔? 내 마음속 생존 경쟁: 우울과 불안의 진화론적 이해

< 이미지 출처 : tensor ai >

[위즈덤 아고라 / 이수아 기자] 우리는 누구나 가끔씩 마음속 깊은 어둠 속을 헤매고는 한다. 희망이 사라진 듯한 절망,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그리고 끝없는 불안이 우리를 짓누른다. 이러한 감정들이 오랫동안 지속될 때,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현대사회는 치열한 경쟁, 끝없는 스트레스, 고립된 개인, 바쁜 일상은 우리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있다. 우리는 지금, 유례없는 정신적 고통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누구나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마치 몸에 상처가 나면 아픔을 느끼듯, 마음에도 고통이 찾아온다. 우울감이란 바로 그러한 정신적인 상처다. 몸이 아플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아픈 부위를 움직이지 않고 쉬려 한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아플 때 우리는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단순히 게으름이나 나약함이 아니라, 마음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우울증을 단순히 뇌의 문제나 유전자의 문제로만 설명하려는 시도는, 마치 화상 입은 상처부위를 보고 그 외상만을 치료하려는 것과 같다. 우리는 몸 전체의 건강을 살펴야 하듯, 마음 전체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

내가 우울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까?

우리는 흔히 우울증을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한다. 왜 저 사람은 저렇게 우울해 할까? 그 이유를 개인의 성격이나 환경에서 찾으려 한다. 하지만 한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자.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말이다. 

왜 우리는 때때로 우울감을 느끼는 걸까? 

우리가 현재 느끼는 우울감은 우리 조상들이 살아남기 위해 발달시킨 하나의 생존 전략일지도 모른다.

<이미지 출처 : gemini ai>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매일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험한 자연과 맞서 싸워야 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일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우울하고 침울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우울감은 그들에게는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아끼고, 위험한 상황을 피하도록 하는 신호였을 것이다. 마치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인간도 계절에 따라 기분이 변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또 포식자의 공격, 자연재해, 사회적 갈등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민한 감각과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 우울은 이러한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경고 시스템으로 작동했을 수 있다. 즉,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에너지를 비축하고, 사회적 관계를 재정비하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또 불안은 위협 요인을 예측하고 회피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위험 신호에 민감하게 반응하여 조기 경고 체계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맹수의 발자국이나 소리를 빨리 인지하여 안전한 곳으로 피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주의력과 경계심을 높여 위험한 상황에 대비하도록 해주었다. 

만일 노르웨이 인근 바다의 작은 섬에 살던 조상들이 늘 열정적이고 낙천적이었다면 살아 돌아오지 못했을 것이다. 돌아왔더라도 빈손이거나 추위에 떠느라 열량만 낭비했을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기분이 저조한 편이 낫다. 한겨울의 북부에서는 식량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계절성 우울을 앓는 편이 더 유리하다.

우울감이 우리 몸의 방어기제라고?

<DNA 메틸화 구조가 뇌 질환 형성까지 미치는 과정 – 이미지 출처 : https://www.ibric.org/upload/geditor/201704/0.61465300_1492133071.jpg>

지난 15년간 Evon, D. M., Ramcharran과 연구진이 진행한 Virahep -C 연구는 감염 환자들이 흔히 겪는 기분 저하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과학자들은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인터페론 치료를 받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인터페론 치료를 받는 환자의 절반 가까이가 심각한 우울 증상을 경험했고, 심지어 입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었다. 

우울증 환자군은 정상 대조군보다 염증 조절에 관련된 유전자의 ‘DNA 메틸화(DNA Methylation)’에 더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주로 환경적인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염증 유전자의 DNA 메틸화에 생긴 변화로 인해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증가할 수 있다. 염증 유전자 발현은 뇌를 비롯한 체내 염증 상태를 증가시키고,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뇌의 전두엽 부위에 구조적 이상을 일으켜 우울증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와 정상 대조군의 뇌 MRI를 이용해 대뇌 피질 두께의 차이도 비교했다. 그 결과 우울증 환자는 염증 관련 유전자들의 DNA 메틸화 정도가 증가할수록 전두엽 부위의 대뇌 피질 두께가 감소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함병주 교수와 한규만 교수가 이끈 공동 연구진은 “염증이 특정 유전자의 조절능력에 이상이 생기도록 부추기는 방아쇠 역할을 해서 우울증이 생긴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17일 밝혔다. 함교수는 “염증 관련 유전자의 발현이 우울증뿐만 아니라 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며 “염증 유전자의 발현이 개인의 우울증 발병 취약성을 평가하는 바이오마커로 활용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부작용이 아닌, 우리 몸에 내재된 복잡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감염에 대한 반응으로 우리 몸은 면역 체계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기분 저하를 유발하는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이다. 마치 경보 시스템처럼, 감염이라는 위협에 맞서 우리 몸은 에너지를 비축하고 외부 활동을 줄여 회복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더 깊이, 더 비판적으로 

또 과학자들은 닭의 집단행동을 통해 서열 경쟁의 법칙을 알아냈다. 닭 두 마리가 싸우면 패배한 쪽은 더 이상 싸우지 않고 물러나며, 며칠 동안 모이를 거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닭이 패배한 이후 경쟁에서 물러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서열 사회에서 지위를 잃는 것은 그들의 생존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며,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이는 패배나 손실 이후의 ‘철수 전략’으로 볼 수 있는데, 경쟁에서 계속해서 손해를 보는 대신 한 발 물러나 자원을 보존하고 상처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2009년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현실 문제에 대해 더 깊이, 더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를 “분석적 사고”라고 부르는데, 이는 어떤 상황에서 생존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패배한 닭이 서열에서 벗어나며 더 이상의 싸움을 피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우울감은 때로는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회복할 시간을 주는 메커니즘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1970년대에 Martin Seligman에 의해 수행된 ‘학습된 무기력’ 실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실험에서 개들은 전기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방에 배치되었는데, 일부 개들은 충격을 피할 수 있었고, 일부 개들은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었다. 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학습한 개들은 더 이상 탈출하려고 시도하지 않았다. 특정 상황에서의 ‘포기’는 에너지를 보존하고, 무의미한 싸움에 더 이상 자원을 투자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캘리포니아 세풀베다 보훈병원의 마이클 맥과이어 박사는 매우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한 우리에 여러 마리의 수컷과 암컷 원숭이를 넣고 관찰했더니,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수컷 원숭이가 다른 원숭이들을 휘어잡고 짝짓기를 독차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힘센 수컷 원숭이를 다른 우리에 넣고, 나머지 원숭이들이 자유롭게 짝짓기를 하도록 했더니, 격리된 수컷 원숭이가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원숭이들을 보며 몸을 흔들고, 먹지도 않고, 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는 등 마치 우울증에 걸린 것처럼 행동하였다. 이러한 현상을 ‘비자발적 복종’이라고 한다. 즉, 지배적인 위치를 잃은 원숭이가 더 이상 경쟁하려 하지 않고, 스스로를 낮추며 복종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마치 “나는 어차피 못 이겨”라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낮추는 것과 같다. 원숭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지위 경쟁에서 패배한 개체가 스스로를 낮추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마치 자기 예언처럼 작용하여 실제로 개체의 경쟁력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끊임없는 경쟁은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따라서 개체는 더 이상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경쟁을 포기하고 복종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1990년대의 한 연구에 따르면, 우울은 패배 후 사회적 복귀를 어렵게 하고, 경쟁력을 과소평가하게 만듦으로써 새로운 도전을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Sapolsky, 2005). 이 현상은 인간 사회에서도 쉽게 발견되는데, 이는 결국 개체의 생존을 돕는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우울증상이 인간의 문화적 진화와 맞물린다는 점이다. 설문조사와 인지심리학 연구에서 우울을 겪는 개인들이 현실을 오히려 ‘정확하게’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Alloy & Abramson, 1979). 일명 ‘우울한 현실주의(depressive realism)’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긍정적인 왜곡 없이 더 객관적으로 상황을 평가하는 능력을 제공한다. 자연선택의 관점에서 보면, 생존에 있어 무조건적 낙관주의보다 이성적인 사고가 더 유리할 수 있다. 즉, 우울은 단순한 정신적 질환이 아니라, 인간이 진화적으로 선택해 온 생존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면 우울은 항상 유익하고, 적응적인가? 

우울이 항상 진화적으로 유익한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생존 전략이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랜 기간 지속되는 우울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으며,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다. 또, 한 번 우울감을 느끼면 다음 번 우울감은 더 쉽게 찾아온다고 한다.

<이미지 출처 : gemini ai>

원래 ‘역치’라는 개념은 뇌전증 연구에서 처음 나왔다. 뇌에 전기 충격을 가하면 경련이 일어나는데, 한 번 경련을 일으킨 뇌는 다음 경련을 더 쉽게 일으킨다는 것이다. 마치 뇌가 경련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개념을 우울증에 적용해 보면, 한 번 우울 삽화를 경험한 사람은 다음 우울 삽화를 더 쉽게 경험한다는 뜻이 된다. 즉, 우울감을 느끼는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다. 우울감이 지속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고,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과거 수렵 채집 시대에는 무리와 함께 생활하며 서로 의지했기 때문에 혼자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SNS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 현대 사회의 다양한 요인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자극하여 우울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지원 시스템 구축도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인구의 약 5%인 2억 8천만 명이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이는 2005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선진국에서 우울증 유병률이 높게 나타나는데, 미국의 경우 2021년 기준 성인 인구의 8.4%가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우울증은 젊은 세대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으며, 호주 통계청에 따르면 16-24세 연령대의 25%가 우울한 상태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국내 상황 또한 우려스럽습니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국내 우울증 유병률은 5.2%로, 2011년 3.4% 대비 크게 증가했습니다. 젊은 층의 우울증 발병률이 가파르게 상승 중이며, 이는 청년 실업, 취업 스트레스, 경쟁 과열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됩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의 우울증 유병률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납니다. 지역별로는 대도시 지역의 우울증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삶의 질과 생산성이 크게 감소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지속적인 우울 상태는 뇌의 화학적 변화로 인해 신경 전달 물질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더욱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Monroe와 Harkness(2005)의 연구에 따르면, 장기적인 우울 상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높여, 뇌의 신경세포 손상 및 인지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우울증: 증상과 특징

우울증은 지속적인 슬픔과 무기력감을 특징으로 하는 정신 질환이다. 우울증 진단의 주요 기준은 2주 이상 우울한 기분이나 쾌락 상실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식욕이나 체중 변화, 수면 장애, 피로감이나 활력 저하, 집중력 저하, 반복적인 죽음 생각이나 자살 충동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우울증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우울한 기분과 무쾌감이다. 우울한 기분은 지속적인 슬픔, 공허감, 절망감 등으로 나타나며, 일상생활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 우울증 환자들은 “세상이 회색빛으로 가득하다”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무기력한 기분으로 인해 일상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대인 관계가 위축되기도 한다. 또한 우울증은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집중력과 주의력이 저하되어 업무나 학업에 지장을 받게 되며, 기억력 감퇴와 의사 결정 능력 저하도 동반된다. 심한 경우 자살 충동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는 우울증의 가장 위험한 증상이다. 그 외에도 불면증, 식욕 부진이나 과식, 극심한 피로감, 근육통, 두통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처럼 우울증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다양한 증상을 동반하며 일상생활 전반에 큰 어려움을 초래한다.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 자가 검진 방법

자가 검진은 전문적인 진단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우울증 가능성을 알아보고 조기 대응을 할 수 있게 해준다. 가장 간단한 자가 검진 방법은 우울증 증상 체크리스트를 활용하는 것이다. 

  • 2주 이상 지속된 공허함, 불안감, 우울감
  • 흥미나 즐거움 상실
  • 식욕 및 수면 문제
  • 피로감
  • 집중력 저하
  • 무가치감이나 죄책감,
  • 반복적 죽음 및 자해 생각 

위의 증상이 있는지 체크해 보자. 우울증을 나타내는 증상이 여러 가지 나타난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방법은 표준화된 우울증 선별 검사를 활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검사로는 PHQ-9, BDI(Beck Depression Inventory) 등이 있다. 검사에는 우울증 증상 관련 문항이 포함되어 있으며, 점수에 따라 우울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서도 편리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또 우울증이 의심된다면 전문가의 진단과 상담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해야 한다. 또한 자해 또는 자살 충동이 있다면 즉시 응급 상담 전화나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2020년 한국 정신건강 정책 연구에 따르면, 치료를 받은 우울증 환자는 자살 시도가 3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21년 한국자살예방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사람들의 자살률이 50% 이상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듯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조기 개입과 지속적인 관리가 늘 필요하다. 우울한 기분을 부정적으로만 여기지 않고 휴식과 에너지 보존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불안한 감정을 위협으로만 인식하기보다는 주의력과 경계심을 높이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끝으로, 우울과 불안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먼저 개인적 차원에서 보면, 우울과 불안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면 감정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울과 불안을 단순히 약점이나 부끄러운 상태로 여기지 않고, 인간 본성의 일부로 인정하게 된다. 이를 통해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숨기지 않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우울과 불안을 삶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면서도 균형을 잡아가는 태도가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도 우울과 불안에 대한 이해 제고는 매우 중요하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감소하고, 환자들이 보다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예방과 관리를 위한 정책 수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우울과 불안의 원인과 영향을 깊이 이해하면 보다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나아가 우울과 불안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높아지면 직장과 학교 등 일상 공간에서 배려와 포용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우울과 불안을 겪는 사람들이 차별과 편견 없이 안전하게 도움을 요청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 전반에 우울과 불안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면,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누구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포용적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위즈덤 네이처] 자연과학의 지식을 동원하여 뇌과학과 정신건강, 심리를 비추는 새로운 시리즈, 이수아 기자의 ‘위즈덤 네이처’의 시작을 알립니다. 복잡한 세상살이와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데 과학이 어떻게 호기심을 풀어나갈지, 일상에서 만나보는 궁금했던 과학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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